이 시국에 합격할 줄은...

또 다른 걸음

by 갑순이

"합격이신데 언제까지 출근 가능하세요?"

"아... 아... 제가 당연히 떨어졌을 줄 알고....ㅋㅋㅋㅋ당황스러워서.."

"왜요?ㅋㅋㅋㅋㅋㅋ 면접을 못 보셨어요?"

"ㅋㅋㅋㅋㅋ네..."

뜨겁게 살고 싶었다. 다시 날개를 펴고 싶었다. 꼼꼼히 채용 공고를 살피며 지원을 눌렀다.

이곳저곳 면접을 보러 다녔다. 그중 가장 가고 싶었던 한 곳이 있었다.

뜨겁게 일하는 게 느껴지는 그곳에서 함께 성장하고 싶었다.

지난날의 경력들로 운이 좋게 서류를 통과해 면접을 보러 갔다.

면접자 2명에 면접관 3명. 처음부터 질문은 내 옆 사람에게 쏠렸다. 정말 풍부한 사회 경험을 갖고 있었고 모든 대답은 구체적이었다.

어느 순간 나도 청자의 태도로 그의 말을 경청했다. 조곤 조곤 또박또박, 마스크를 썼음에도 전달력이 좋은 그의 말에 귀를 기울이며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

탈락을 직감한 사람의 자세였다고 하면 이해가 좀 될까.

드디어 내게 온 질문, 그냥 생각나는 대로 좋게 말하면 대의적으로 사실대로 말하면 두리뭉실하게 말했다.

함께 면접 봤던 이는 헤어지기 전 내게

"꼭 같이 합격해서 뵀으면 좋겠어요!"

인사를 건넸다.

한 명을 뽑는데 같이 본다라... 예의가 있는 친구일까, 난 붙은 것 같다는 자신감의 표현이었을까.

마스크 뒤로 어색한 웃음을 감추고 자리를 떴다.

회사로 돌아와 한창 회의를 진행하는데 전화 한 통이 우웅 우웅 애타게 울렸고, 이상하게 신경이 쓰여 본 화면에는 그곳의 번호가 떠있었다.

결과 발표는 내일이나, 내일모레라고 했는데 혹시 내가 뭘 두고 왔나? 란 생각에 얼른 전화를 받았다.

합격을 했다는 전화였다. 아리송한 느낌과 얼떨떨한 느낌에 머릿속에는 물음표만 가득 떠다녔다.

언제까지 출근 가능하냐는 물음에 뇌는 정지했고, 왜, 왜 합격한 거야라는 혼란만 가득했다.

모두 축하를 건넸지만 어느 곳에나 일장일단은 있으니 신중하라는 조언이 함께 담겨왔다.

사실 고민스러웠다. 1년이 채 안된 지금 이직을 결정하는 것이 맞는가, 내가 저곳에 마저 실망하고 분노하게 되면 어떻게 하나라는 걱정.

무엇보다 이제 29살, 사회에서 결코 어리지 않은 이 나이에 움직이는 것이 옳은 결정일까.

수많은 고민으로 밤을 보냈다. 인생사 일장일단, 어떤 선택이 조금은 덜 아픈 선택일까.

결국 난 떠나기로 마음먹었고, 첫 출근을 했다.

또 시작됐다. 난 또 새로운 여행지에 첫 발을 내디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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