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게 택배는 눈물과 땀 그리고 참회였다.

by 갑순이


‘택배를 문(앞)에 보관했습니다. 미수령 시 연락 바랍니다.’

징 징, 울리는 진동에 미리보기를 통해 보게 된 문자. 택배가 왔다는 알림. 난 택배가 왔다는 그 문자를 보면 상하차 아르바이트 때 기억이 피어 올라 땀, 눈물 그리고 참회에 젖어든다.

한참 언론고시를 준비하던 시절, 기약 없는 합격에 어디까지 공부해야 하는지도 모르는 시험 범위에 지쳐갔다. 범인이 아닌 너무나 평범한 인간이었던 나는 그 지침에 자연스레 게을러졌다.

당시 하던 논술 학원 일을 생업으로 삼으면 안 되나. 란 나태한 생각에 젖기도 했다. 그렇게 나태해지던 내가, ‘꿈을 이루겠다.’ 갈망하던 내가 없어지는 느낌에 내게 벌을 주고자 나섰던 택배 상하차 아르바이트.

군포역 앞으로 저녁 7시까지 모이라는 문자를 받고 군포역으로 향했다. 곧 스타렉스가 도착했고 앳된 얼굴의 아이들이 옹기종기 모여 스타렉스에 몸을 실었다. 어두컴컴한 길을 한참 지나 오징어 배 불빛 같이 홀연히 밝혀진 거대한 단지 안으로 차는 들어갔고, 그곳에서 우리는 일용노동에 대한 서류에 이름 석자와 주민번호를 기재했다.

안내자는 우리를 식당으로 데려갔다. 일 시키기도 전에 주는 밥은 원인 모를 두려움을 가져왔다. 도대체 얼마나 고되 길래 밥을 먼저 먹이는 거지?

대부분의 여성들은 분류 작업으로 빠졌지만, 건장한 체격 덕분인지 나는 일명 ‘까데기’에 배정됐다. 건장한 남성들 사이 나도 한 차를 배정받아 우뚝 서있었다. 그냥 아무 생각 없이 차가 오면 짐을 레일로 내리면 된다고 했다.

2시간쯤 되었을까? 옆에 함께 일하던 남성이 울기 시작했다. 생수와 쌀이 유독 많은 차를 배정받았던 그는 결국 처음 온 휴게시간에 도망갔다.

4시간쯤 흘렀을까. 새벽이 깊어진 그 시간이 오자 땀으로 온몸은 흠뻑 젖었고 다시는 생수를 시켜 먹지 말아야겠다는 다짐과 스팸 세트가 이렇게 무거운 거였냐는 한탄이 시작됐다. 6시간쯤 흘렀을까. 몇몇 차 앞에는 더는 사람이 없었다. 일명 ‘추노’를 감행한 이들이 생긴 거다.

무슨 생각이었을까. 그저 이것도 버티지 못하며 무슨 꿈을 이야기할 수 있겠냐며 스스로 채찍질했다. 그렇게 동은 텄고 팔, 다리가 후들 후들 떨리고 내 척추뼈가 어디에 어떻게 박혀있는지 느껴질 그 찰나.

“작업 종료입니다.”


신이 있다면 저런 모습일까. 신의 목소리를 듣는 게 이런 기분일까. 그렇게 작업은 종료되고 또 다른 앳된 얼굴의 이들과 교체됐다.

집은 알아서 가라는 말에 홀로 휴대폰에 의지한 채 길을 찾아 집으로 와 씻고 뻗었다. 하루를 꼬박 잔 다음 날, 오늘도 올 수 있냐는 문자에 답을 할 수 없었다.

그 어떤 과장이나 거짓 없이 이부자리에서 몸을 일으킬 수가 없었다. 고된 노동에 온 몸의 근육들이 내게 쌍욕을 퍼붓는 느낌에 손가락에 알이 배길 수 있다는 걸 알게 된 그날을 기점으로 공부에 열을 다했다.

그날의 기억이 몸과 마음에 새겨져서일까.

택배가 왔다는 그 문자는 이 택배 또한 누군가의 땀방울과 눈물을 보고 내게 온 거겠지.라는 느낌에 묘한 불편함과 이상한 불쾌감이 들곤 했다.

그런데 지난주 금요일 문 앞에 덩그러니 있던 택배 하나로 인해 조금은 바뀔 것 같다는 예감이 든다.

무언 갈 산 기억이 없는데 집 앞에 있던 택배 그리고 문자. 이름을 확인하고 집에 들어오자마자 포장을 뜯었다. 그곳엔 꿀배차와 예쁜 물병이 들어 있었다.

이제는 전 직장이 돼버린, 그곳에서 내게 스며들었던 소중한 인연이 내게 보낸 선물이었다.

그녀는 내게 선물과 마음, 그리고 진심을 보냈다. 잊고 싶지 않은 수많은 문장 중

“그래도 나중에 너무 지치고 힘들 때 당신을 진심으로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했던 사람이 있었다는 거! 가끔 기억해 주길! 여름에 아이스티가 체온을 낮춰주는데 효과적이래요.”

너무나 기억에 남았다. 날 응원하는 그 따뜻한 진심, 내가 더위에 너무나 취약하다는 걸 알고 있다는 관심.

그 많은 것이 담겨있는 택배 한 상자.

택배는 내게 누군가의 눈물과 땀 그리고 참회에서 누군가의 진심과 사랑으로 변하는 그 순간을, 선물해준 당신. 너무나 감사하고 소중합니다.

오늘도 내일도 당신의 행복과 안녕을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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