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횹수인갑다2

by 갑순이

입원 후 인공뼈를 넣을 수도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비급여니 선택은 내 몫이라는 의사 말을 듣고 나오자 코디네이터가 내게 다가왔다.


"이야기 들었죠? 인공뼈 하셔야 해요. 서명하세요."

"꼭 해야 해요? 왜 해야 해요? 보험사에서는 필요 없다는데..."

"무조건 하셔야 해요."


그 강압적인 태도를 이해할 수 없었고 한참을 실랑이하다 결국 좀 더 높은 코디네이터가 나왔다. 내가 원하는 건 그저 왜에 대한 답인데 무조건이라고만 하는 것에 대해 누가 받아 드릴 수 있는지 물었다.


결국 그녀는 설명했고 동의서에 서명을 했다. 그렇게 쉬던 중 의사의 호출을 받고 내려갔다.


내가 앉자 의사는 쏟아냈다.


환자 분이 원하는 게 퀄리티지 싼 건지 몰랐어요. 비급여 대부분 안 하신다 하셨다면서요? 그럼 다른 데 가서 하세요. 옆 방 선생님 수술도 거의 없어서 금방 될 거 에요. 무엇보다 응급은 아니니까.


그 후려침을 당하며 눈을 감고 심호흡을 했다. 무엇이 당신을 그리 모난 인간으로 만든 걸까? 무엇이 당신을 그토록 안하무인으로 만든 걸까.


어안이 벙벙하고 결단이 필요하단 생각에 침묵을 지켰다. 옆에 서 있던 코디네이터는 내가 맞불을 놓을까 전전긍긍 나를 잡기 바빴다. 뒤돌아 나오던 내게 그는 가장 싼 곳은 의료원이란 소리도 서슴지 않았다.


남에게 상처 주는 것에 주저함이 없는 사람. 밖으로 나가는 날 불러 세운 코디네이터는 그를 옹호하기 바빴다.


결국 나도 말했다. 내가 안 한다고 한 건 20만 원이 넘는 흉터 연고뿐이라고. 무엇이 문제인 거냐고. 몇 백 짜리 수술을 하며 왜 필요한 건지, 어떤 문제가 초래되는 건지 설명을 듣고자 하는 게 문제인 거 냐고. 이 병원이 체계 없음의 끝을 보이며 팔이 부러진 환자 검사 후 풀어 헤친 스프린트와 붕대 감아 주지도 않고 의자에 앉아 아파 우니까 데스크 선생님들이 와서 대충 감아도 참았는데 어디까지 참아야 하는 건지 물었다.


그런 말에도 그녀는 달변으로 대처하며 사태가 커지지 않기만 바라며 동동 거리는 게 보였다.


그녀의 모습에 이 사람도 결국 노동자일 뿐인데 화를 내 뭐하나 싶었다.


밖으로 나와 한참을 고민했다. 이건 뭐지? 지금 퇴원할까? 혼란 속에서 한참을 헤맸다. 한편으로는 얼마나 실력이 좋길래 저런 인성을 탑재했을까 싶었다.


어영부영 부서진 멘탈을 붙잡고 병실에 올라갔고 오전 12시부터 금식 명령을 받았다. 분명 진료볼 때는 내일 아침부터랬는데 또 아무런 설명을 듣지 못한 채 수술을 기다렸다.


보호자도 없이 한 손은 붕대 한 손은 링거... 이건 지독하게 생생한 꿈이라 믿었다.


그렇게 현실 부정을 하던 내게 수술이 다가왔다. 짝꿍 밍구는 내 집에 들러 반려묘를 케어하고 내게 왔다. 보호자가 앉을 곳이 없던 병실에 하는 수 없이 침대에 테트리스하듯 누워있었다.


떡진 내 머릴 보며 내일은 머리를 감겨 주겠다 다짐하는 그 말에 깔깔 거리며 시간을 보냈다.


수술실로 가는 그 길 내 짝꿍 밍구는 잘 다녀오라며 손을 잡아줬다. 안 무서웠는데 바퀴 달린 침대에 누우니 심장이 두근거렸다.


마취 직전 6~7명의 파란 옷 입은 사람들 얼굴을 마지막으로 치아를 덜덜 떨며 깼다. 그리고 미친 듯 몰려오는 고통에 진통제를 맞은 것인가, 무통 주사 신청했는데 까먹은 건 아닐까란 의구심을 품으며 한참을 울었다.


그 모습을 하염없이 보던 밍구는 환자 분 뭐 좀 먹고 마시게 하라는 간호사의 말에 사라졌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바닐라라떼와 인스턴트 죽을 들고 나타난 밍구는 누워 고통을 호소하는 내 입으로 바닐라라떼를 흘려보냈다.


그렇게 다음날 오전까지 미친듯한 고통 속에 어른이 된 이후 처음으로 엄마를 찾아 댔다.


난생 처음 엄마 없는 설움에 통증을 핑계 삼아 한참을 울었던 그날.


환자이자 보호자여야 하는 그 상황이 내 또래 옆 환자 곁을 지키는 보호자가 그렇게 서러웠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아홉수인갑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