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홉수 인갑다.3

괜찮다.

by 갑순이

이제 겨우 깁스를 풀었다. 남들은 한 달 만에도 푼다는데 꼬박 두 달을 뜻밖에 왼손잡이 생활을 했다.

한 손으로 타자를 치고 새로운 회사에 적응하며 그렇게 견뎌냈다. 다행히 재활은 생각보다 빨랐고 언제나 가슴 졸이는 수습 3개월은 끝났다.

그 더운 여름이 가고 외투가 필요한 가을이 왔다. 그 변화 속 이사를 준비하고 있다. 지금 집이 계약 만료 기간이 다가오는데다 월세보단 전셋집을 갖고 싶어 이사를 추진했다. 이직한 곳이 재단법인인데다 입사일수도 짧아 처음 방문한 주거래 은행에서는 묻자마자 전세대출을 거절당했다.

두 번째로 방문한 국민은행에서 극강의 능력자를 만났다. 원래하려했던 청년전세대출 상품보다 더 낮은 이율에 상품을 소개해줬고 그 상품으로 대출을 진행키로 했다.

그렇게 학자금 대출 이후 난생 첫 대출, 서명할 것도 많고 떼야 할 서류도 참 많았다. 별 거 아니라는데 괜시리 무서움에 멍해지기도 했다.

그렇게 아홉수가 이제는 끝나나 보다 안도했다. 그런데 그 아홉수는 가장 큰 한 방을 내게 선사했다. 가장 친했던, 가장 믿었던 이와 뜻 밖에 이별을 하게 됐다.

울고 웃으며 이십대를 함께 보냈던 가장 소중한 친구, 그녀의 변화에 내가 적응하지 못했다. 거나히게 취해 잘 살자며 서로를 토닥이던 그 시간이 어느새 청문회로 바뀐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아직은 공부를 하고 있는 그녀의 눈에 사회에 나가 일하며 사람을 만나고 상처 받아오는 내가 안타까웠던 걸까.

좋은 이라 생각하면 나이와 세대를 뛰어 넘어 술 한 잔 기울일 수 있는 친구를 만들기도 했다. 세상에 그런 건 없다 말했다.

회사에서 좋은 이라 생각되면 사적으로 만나 시간과 추억을 공유했다. 회사와 개인을 불리하지 못하는 거라 했다.

아직은 넓은 세상을 보지 못해 아직 잘 모르는 거니까 내가 기다려주면 되겠지, 혹은 날 너무 사랑해서 하는 말이라 웃어 넘겼다.

그런데 그날은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나는 밖에서 에너지를 얻는 사람이라는 걸 골절과 코로나로 깨달았다 말했다. 이에 그녀는 왜냐면 사람들은 너를 별것도 아닌 걸로 칭찬하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나랑 자신이 똑같은 걸해도 나는 칭찬을 받고 자신은 질타를 받는다는 이야기. 그러면서 이어진 말에 적잖은 충격과 상처를 받았다.

“왜냐면 너는 부모가 없으니까.”

순간 아찔했고, 그 말이 너무 아팠다. 그저 나는 다른 이를 만날 때 장점을 찾고 배우려 노력한다. 그러면서 그들의 장점을 칭찬하고 잘 닦아 나갈 수 있도록 응원한다. 이는 부정적인 나를 바꾸기 위해 의식적으로 하던 것들이 이제는 습관이 되 그저 내 일상에 스며든 것일 뿐이다.

이에 다른 이들도 남들보다 쉽게 내게 칭찬을 건네는 거라 생각했다. 그런데 그것이 내가 제대로 된 가정이 없어 동정에 기반한 이야기라는 걸 10년 지기에게 들으니 참 많이 아팠다.

물론 그녀의 말이 사실이 아니란 걸 너무나 잘 알고 있다. 내 가정사를 모르는 이들은 내게 얼마나 사랑받고 커야 그렇게 자랄 수 있느냐는 말은 심심찮게 건네고 나도 자식을 너처럼 밝게 키우고 싶단 이야기를 종종 들어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내 귓가에 맴도는 그 문장이 나를 두 번, 세 번 찔러댔고 가장 소중한 이의 험담을 어디 말 할 곳도 없어 혼자 끙끙댔다.

조금은 아프고 조금은 힘들겠지만, 이제는 추억 속에 그녀를 두기로 결심했다. 두 번 상처 받는 일을 없애기 위해 결국 그녀와의 이별을 택했다.

그렇게 아홉수는 지나갔다. 지나갔다 믿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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