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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럽집 Aug 30. 2019

영화 「우리집」 후기

아이들의 시선에서 생각해보기


영화 정보


제목: 우리집, The House of Us, 2018

장르: 가족의 소중함, 편부, 편모 / 92분

국가: 한국 / 전체 관람가


감독: 윤가은

출연: 김나연, 김시아, 주예림 외

평점: 8.3점/10점(다음 영화)





영화 요약


"재미있는 영화예요?"

"아니요"

"그럼 어떤 영화예요?"

"따뜻한 영화요"


아이들은 '슬픔'보다 '불안함'이 더 두려울 겁니다. '부모'의 보살핌이 필요한 존재이며, 세상을 받아 들 일 때 또한 '부모'라는 필터가 필요합니다. 나약해서가 아니라 아직은 미숙해서 그렇습니다.


<우리집>이라는 영화는 여자아이 셋이 주인공입니다. 매일 엄마 아빠가 싸우는 걸 보고 지내는 '하나(김나연 배우)'와, 우연히 알게 된 자매 '유미(김시아 배우)'와 '유진(주예림 배우)' 이렇게요. 하나의 엄마는 이혼을 하려 해서 불안하고, 유미와 유진은 지방에서 일하는 부모님 없이 집에 둘이만 있는 게 무서워서 불안합니다.


하나는 그나마 부모님과 한 집에 살지만 화목하지 않아서, 유미와 유진은 외삼촌이 먹을 걸 챙겨준다지만 그래도 어쩔 수 없이 둘이만 있는 시간이 힘들어서 셋은 동질감을 느끼며 친해지게 되고 이후 벌어지는 일들을 영화로 그렸습니다.


기승전결이 막 그렇게 훌륭한 것도 아니고, 개연성도 부족해서 뜬금없는 내용들이 조합해있다는 느낌을 받기도 했지만 어쨌든 순박한 아이들이 어른들이 부재한 현실을 헤쳐나가는 걸 보고 있자면 너무 미안해져서 지루함을 느낄 수가 없는 영화였습니다.




영화 후기


엄마랑 아빠가 싸우면

나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경험이 있으면 누구나 '지긋지긋한' 기억으로 남아있을 것 같습니다. 저 역시 그래요... 지금이야 아빠보다 힘이 세졌고, 엄마는 내가 챙겨 드려야 한다는 생각을 하는 나이가 되었지만, 어렸을 땐 아빠와 엄마가 싸우면 정말 아무것도 할 수가 없어서 답답했습니다.


영화 <우리집>의 첫 장면도 그랬습니다. 엄마 아빠는 아침부터 싸우고 있고, 그 사이에서 어찌할 바 모르던 남매 중 막내딸 '하나'가 중재하려고 "밥 먹자 내가 아침 차렸어"라고 말하니까 오히려 엄마는 그걸로 짜증을 내기 시작합니다. "엄마가 언제 너보고 밥 차리라고 했어?"라고 고함을 칩니다.


오빠는 뭐 아무것도 하지 못한다는 걸 아는지 그냥 모든 걸 포기하고 "학교 가게 돈 주세요"라고만 하는데, 엄만 또 그 모습을 나무라고, 아빠는 아이들한테 왜 그러냐 그러고 "당신이 평소에 애들을 신경이나 썼어?"라며 계속 싸움을 이어갑니다. 아이들은 아무것도 할 수가 없어 난감해하고요.


저는 솔직히 이런 모습이 보기 거북했어요. 싸우는 사람은 잘 모릅니다. 옆 사람이 얼마나 '불편해' 하는지. 저 상황이 아이들의 입장에선 너무 힘들 거예요.



선행상을 받은 아이의 소원은

"가족 여행 가기"


막내딸 '하나'는 가족여행을 가는 게 소원입니다. "그럼 가면 되지, 뭐가 문제야"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하나의 입장에선 아주 어려운 일입니다. 엄마 아빠가 사이가 안 좋아서 이기도 하지만, 사실은 아빠는 다른 여자가 있고, 엄마는 자신의 커리어를 위해 해외로 이민을 강행하려고 하기 때문에 도저히 이 집안은 바람 잘 날 없으니까요.


그래도 '하나'는 용기 내어 엄마에게 "가족여행 가자"라고 엄마에게 웃으며 부탁하는데, 엄만 역시 "엄마 바쁜데 힘들게 왜 그러냐"라는 식. 그래서 하나는 집안일을 맡겠다며, 장보고 음식 하는 건 내가 할 테니 주말에 시간 좀 내달라고 다시 한번 부탁하는데 엄만 그마저도 한숨 쉬며 거절합니다. 그나마 아빠는 술 취해 들어와서 허락하지만 괜히 이거 때문에 또 하나의 엄마와 아빠는 싸우기 시작하고요. 참 이 집안 정말..



마트 시식코너에서 배를 채우고 있는 자매

유미와 유진


'장 보기'를 약속한 하나는 마트에 갔다가 조금 한 여자아이 '유진'을 우연히 바라봅니다. 시식코너에서 계속 집어먹고 있고, 언니 '유미'는 그런 동생을 끌고 가는 모습도 보게 되고요.


장을 보고 나온 하나는 아까 봤던 유진이가 언니를 찾아 방황하고 있는 모습을 보게 되고, 무거운 장바구니를 든 채 달동네 사는 유진이를 데려다주면서 유미와 유진과 셋이 알게 되고 '가족'처럼 친해집니다.


유미와 유진이는 부모님 두 분이 지방에서 도배 일을 한데요. 이 자매에겐 엄마 아빠가 있지만 현실적으로 함께 살지 않고 있고, 하나는 엄마 아빠와 함께 살고 있지만 화목하지 않으니 셋은 '가족에 대한 그리움'이라는 동질감을 느끼면서 친해지게 됐어요.



"언니 우리랑 같이 있어줄 거지?"


두 자매 '유미'와 '유진' 중에서 언니 유미는 부모님이 비운 집에서 동생을 챙기느라 많이 힘들었을 거예요. 저 역시 어릴 때 부모님이 안 계신 경우가 많았고 동생은 계속 엄마 찾는다고 나가려고 징징대면 그거 꾸역꾸역 말리느라 많이 힘들었거든요. 나가지 말라고 팔을 잡아당겼더니 동생 팔이 빠져가지고 병원에 간 적도 있어요. 나도 엄마 아빠 안 계셔서 배고플 때 있고 우울한데 동생이 울면 그게 더 힘들었어요. 아마 유미도 그랬겠죠.


유미랑 유진이가 친해진 언니 '하나'의 집에 놀러 갔는데, 거기서 유진이가 사고를 치고 맙니다. 하나의 엄마 노트북에 우유를 엎질러요. 안 그래도 그거 하나네 엄마가 매일 바쁘다며 일하던 노트북인데... 하나 입장에서도 괜찮다 말하고 싶었겠지만 엄마가 가족여행도 고사하면서 맨날 작업했던 노트북이 그 지경이 되자 당황하게 되고 일단 유미와 유진이를 집에 보냅니다.


순박한 자매 유미와 유진이는 안 그래도 집에 어른들이 안 계셔서 의지할 사람이 없으니까 이 일로 하나 언니를 보지 못할까 봐 걱정하게 되는데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부모님은 연락이 되질 않고, 집주인은 "너희 부모님이랑 얘기 다 됐어"라며 집을 내놓겠다고 합니다. 자매는 큰일이 난 거고 그 순간 하나에게 의지하면서 이렇게 말합니다. "언니같이 있어줄 거지?"



부모님을 찾아 떠나는

여자아이 셋의 여행


집 보러 오는 사람들이 자꾸 들이닥치고, 엄마 아빠는 연락이 되질 않고.... 유미와 유진에게 집주인은 다음 주까지 이사를 가라고 말하고. 당황해하는 자매를 보고 하나는 "엄마를 찾아가자!"라며 셋과 여행을 떠납니다.


어렵사리 엄마 아빠가 일한다던 시골 해변에 도착하지만 엄마 아빠는 안 계시고 핸드폰은 꺼지고 하나와 유미는 서로 원망하며 싸웁니다. 어린아이들의 순수한 용기가 너무 보기 좋아서 꼭 찾았으면 했는데, 못 찾고 고생만 하는 아이들을 보니 마음이 너무 안 좋았어요. 어른들에게는 시골로 가는 이 정도의 이동 거리는 용기가 따로 필요하지 않겠지만 아이들의 입장에선 모든 걸 걸고 출발한 여정이었을 테니까요.


결국 부모님을 찾지 못하지만 다행히 어떤 신혼부부가 바닷가에 텐트를 쳐놓고 급하게 떠나면서 두고 간 음식으로 배를 채우고 거기서 하룻밤을 보내고 올라옵니다. 우연이라고 하기엔 텐트에 식사 거리에, 약간 이야기의 개연성은 부드럽지 않았지만 그래도 아이들이 그 밤에 그 바닷가에서 방황하지 않고 묵을 곳이 있단 걸 다행이라고 생각하면서 영화를 봤네요.



"아이들의 시선에서 생각해보기"


저 예전에 엄마가 없는데 두통이 심해서 너무 힘들었던 기억이 나요. 엄마한테 혼나고 서로 말 안 하고 있었음에도 엄마가 오자마자 부둥켜안고 펑펑 울었던 기억... 그때 이후론 체육관에서도 아무리 맞아도 울지 않았고, 해병대에서 힘들어도 울지 않았기에 그 어릴 적 엄마를 안고 울었던 게 특별한 기억이 된 것 같아요. 정말 아이 때는 그런 것 같습니다. 나약합니다. 어쩔 수 없어요...


제가 말하는 아이들은 4살이든 6학년이든 중고등학생이든 모두 같은 의미입니다. 다 큰 것 같아도 '애'는 '애'잖아요. 부모님이 낮 시간에 집에 없다는 그 자체가 아이들에겐 불안할 거예요. 스마트폰도 있고 동화책도 있고 게임도 있고 밥통에 밥도 있고 냉장고에 반찬을 해놨어도 외롭습니다. 보호자가 없는 아이는 다른 어른들한테 괜히 무시당하는 대우를 받을 수도 있는 거고요.


그래서 전 이 영화의 후기 제목을 <아이들의 시선에서 생각해보기>라고 지었습니다. 엄마 아빠는 단지 싸우는 거지만 아이들에게는 "우리 엄마 아빠가 혹시 이혼을 하면 어쩌지?"라고 생각하며 불안해할 수도 있잖아요. 정말 바빠서 저리 가라고 하지만 아이는 참다 참다 엄마를 찾아가 부둥켜안고 울고 싶을 수도 있는 거니까요.


<우리집>이라는 영화가 아주 막 기승전결이 좋고 재밌고 그렇다기보다, 영화 보면서 어릴 적 생각도 나고, 나중에 부모가 되면 저런 모습을 보이지 말고 가족여행을 가자는 말엔 흔쾌히 응할 수 있어야겠다 생각도 들고 그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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