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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럽집 Jul 27. 2019

영화 「버드 박스」 후기

#모순 #인류재앙 #넷플릭스추천영화 #스릴러


영화정보


제목: 버드 박스, Bird Box, 2019

장르: SF, 스릴러, 공포, 인류 재앙 / 124분

국가: 미국 / 15세 이상 관람가

감독: 수사네 비르

출연: 산드라 블록, 트레반트 로즈, 존 말코비치 외

평점: 7.5점/10점(네이버 관람객)






감독 / 사라 폴슨(제시카 역) / 산드라 블록(말로리 역)


영화 요약


눈을 가려야만 한다. 세상을 두 눈 부릅뜨고 보지 않아야 산다는 설정으로 진행되는 영화. 시종일관 어둑하고 축축한 분위기 때문에 뭔가 모르게 음산하고 긴장됐다. 

파티처럼 사람들이 전부 동조해 미쳐가고 죽어간다. 마치 죽는 게 유행처럼 길거리 모든 사람들이 서로 죽이거나 스스로 죽어간다. 눈을 가려야 산다는 설정은 바로 '모순'을 뜻하기도 한 것 같다. 세상은 진실보다 거짓이 많고, 눈을 뜨고 보면 속을 게 너무 많다는 걸 암시하듯 주인공은 '사는 방향'으로 향해 갈 때 두 눈을 가리고 영화 첫 장면에서처럼 아이들에게도 '아무것도 보지 말 것'을 수 차례 강조한다. 

무언가(?)를 본 사람은 무조건 죽는다. 영화에서 그 형태는 단지 '검은 연기'로 표현되지만 관람자 스스로 생각할 때 '악마' 또는 '악령' 또는 '악의 기운'이라고 상상할 수 있다. 어쨌든 구체적인 형태와 표정은 나오지 않는다. 형상화되지 않는 무서운 기운. 그래서 이 영화가 스릴 있고 긴장되고 무섭다.





영화 후기


사람들이 점점 미쳐간다.

그리고 스스로 죽음을 택한다.


화가 언니 말로리(산드라 블록), 동생 제시카(사라 폴슨). 둘 중에 누가 '괴짜'같냐고 묻는다면 당연히 언니 말로리. 하지만 언니는 살려고 노력하고 무언가 씐 동생은 어느 순간 갑자기 죽음을 택한다. 어떤 모습을 본 이후인데, 운 좋게 언니는 갑자기 돌아보는 사이에 못 봤고 운전하던 동생은 그 모습을 보곤 미쳐서 갑자기 과속을 하다 사고가 났다. 사고 직후 동생은 뒤집어진 차에서 나온 후 트럭에 자살을 해버린다. 


동생이 죽기 직전 아주 슬픈 표정이 뇌리에 너무 선명히 남았다. 때문에 며칠을 지금 그 잔상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너무나 평범하고 일반적인 성품이었던 동생은 대체 운전하다 뭘 본 걸까. 한 가지 동생에 죽음의 이유를 찾을 수 있는 장면은, 창밖에 사람들이 서로 미쳐서 파티처럼 서로 죽이는 광경이었다는 것. 그것 말곤 없다. 그때부터 알 수 없는 것들로부터 말로리는 도망가야 했다.




그렉(B.D. 윙) / 더글러스(존 말코비치)


가까스로 살아남은 사람들

알 수 없는 존재 때문에 불신하는 관계


차 사고가 난 후 걸어가는 말로리는 그야말로 아수라장이 되어 서로 죽고 죽이는 사람들을 보게 된다. 그리고 무언가의 검은(?) 기운으로부터 살기 위해 도망친다. 도망치다 어떤 집에 들어가게 되는 과정에선 의문의 여자가 마치 자기 동생 제시카처럼 죽게 되는 모습을 보는데, 그건 '더글러스(존 말코비치)'의 딸이었다. 더글러스는 자신의 딸이 죽은 원망을 말로리에게 하는 것 같았다. 그래서 더글러스가 말로리를 죽일까 봐 내심 긴장하며 영화를 보게 됐다.


더글러스는 약간 보수적인 성향으로써 더 이상 이 안식처에 악령에 씌었을지도 모르는 사람을 들이려 하지 않는다. 밖은 벌써 많은 사람들이 죽었고, 그 이유를 찾고자 CCTV를 확인하던 그렉도 죽게 된다. 악령과 접촉하지 않아도 보기만 해도 죽는다면.... 살아있는 사람(아직 그것을 보지 못한 사람)들은 얼마나 무서울까. 그렇게 한 명씩, 안식처에 있던 사람들도 죽어간다.





희생, 사랑

그래도 희망.


안식처에 있는 사람 중 한 명이 갑자기 악령에 씌어 '진실'을 보여준다며 창문을 다 열었고, 그 과정에서 정말로 악령이 들어와 사람들은 다 죽게 된다. 마침 그 안에서 출산했던 주인공 '멜러리'와 '올림피아'의 아기 두 명도 죽을뻔했지만, 올림피아만 죽고 두 아이는 멜러리가 안고 도망간다. 다행히 안식처에 함께 있던 흑인 남성 '톰'이 도왔고, 새로운 안식처에 톰과 멜러리, 두 아이들 이렇게 넷은 몇 년을 함께 살아간다.


하지만 다시 위기가 오고, 톰마저 죽어버린다. 이제 멜러리는 혼자 남았고 딱 하나 희망이 남았다. 강 하류에 있는 또 다른 안식처로 이동하는 것. 대신 위험한 강을 하루 넘게 배를 타고 가야 했고 그 과정에선 악령에 씐 사람들과 사투를 벌여야 했다. 멜러리는 담대하다 두 아이를 짊어지고 지켜내면서 결국 안식처에 도착하며 영화는 끝난다. 그곳은 마치 '천국'같은 곳이었다.


모두가 죽어가는 과정에서 혼자 남았을 때 외로웠을 것이고, 아이를 뱃속에 안고 있기 때문에 주변 사람들이 다 죽더라도(심지어 여동생과 톰까지) 혼자는 살아남아야 했다. 어떻게 보면 악령을 불러들인 장본인 '올림피아'를 원망할 수도 있었지만 '멜러리'는 자신의 딸과 그녀의 아들을 끝까지 보살피며 천국 같은 강 하류 안식처에 도착한다. 희망을 안고 사랑하는 감정으로 자신을 희생하면서까지...




난 단순히 무섭거나

잔인한 영화를 좋아하지 않는다.


하지만 이 영화는 정말 처음부터 끝까지 긴장을 하면서도 '인간의 고뇌'따위를 성찰하며 영화를 봤었다. 보는 내내 축축한 화면 때문에 괜히 내 몸이 습한 것같이 느껴질 정도로 몰입되어 영화를 봤다. 눈을 감고 뛸 수 있을까. 눈을 감고 운전을 하고 강을 수영하고 낯선 곳에 갈 수 있을까. 멜러리는 이 모든 걸 해내며 엄청난 용기로 결국 살아남았다. 종말 같은 세상에서도 '희망'을 안고 말이다. 


작년 흥행했던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처럼 모든 관람객이 흥에 겨워 집단으로 떼창하고 춤추는 모습을 생각해보며 만약 그게 즐거움을 노래하는 모습이 아니라 '죽음'을 위해 울부짖는 어두운 파티 같았으면 얼마나 위험했을까,라는 생각도 해봤다. 뒤차가 빵- 하고 크락션을 울리면 앞차도, 그 앞차도 연달아 빵 거리며 모두가 공분하는 것. 우리는 이런 시대에 살고 있고, 이 영화를 보면서 그런 거 험악한 분위기가 '동조'될 때 얼마나 위험할 수 있는가 대충 상상해볼 수 있는 영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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