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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럽집 Aug 10. 2018

태극기는 빨강과 파랑이 공존한다.

영화 <공작> 후기│#1 인간애│윤종빈 감독, 황정민, 이성민 출연


이 영화를 본 후, 분단된 국가에서 사는 게 새삼 슬프다고 느낀다. 대한민국이라는 국가에 살면서 유일하게 갈 수 없는 곳은 '북한'이다. 세계 어디든 여행할 수 있는 나라에 살고 있으면서 북한이라는 나라는 유일하게 갈 수 없는 나라다.


인간이 만든 '체제'라는 것으로 인해 가족이 서로 만날 수 있는 자유가 없어졌다. 이들은 남쪽과 북쪽에 갈라져 있는걸 뻔히 알면서도 서로 왕래할 수 있는 방법을 찾지 못한다. 자본주의와 공산주의라는 것으로 인해, 그리고 민주주의와 사회주의라는 것으로 인해 그렇다. 


인간이 딱 보자마자 가장 빨리 인지할 수 있는 것이 '색'이라고 한다. 직관적으로 감각한다. 그리고 우리는 그 능력으로 '빨갱이'라며 북한의 모든 것들과 구성원 모두를 '나쁜 색'으로 규정한다. 히틀러가 나쁘다고 독일 전체가 나쁜 사람들은 아니듯 가족이 그리워 울부짖고, 국가가 가난해 굶어 죽는 사람들까지 '나쁜 색'일까.




남한에게 북한은 어떤 모습인지도 모르는 '미지의 세계'


북한 사람들은 인스타를 하지 않는다. <공작>이라는 영화를 통해 북한의 실 모습을 상상해본다.



인스타그램이나 페이스북, 인터넷을 검색하면 대한민국 어디든, 어떤 모습인지 볼 수 있다. 봄, 하동의 벚꽃이 얼마나 예쁜지 '#'뒤에 검색어만 하면 금방 볼 수 있지만, 북한의 모습들은 '#'으로 검색해서는 구석구석 볼 수 없다. 그러니 미지의 세계라는 생각이 든다. 비행기 타고 지구 반 바퀴 돌아서 미국도 가는데, 두 발로 걸어서도 갈 수 있는 곳을 어떻게 생겼는지도 모르고 산다.


북한에서 살다가 한국전쟁 때 남쪽으로 피난 온 어르신이 아니라면 아마 북한이 어떻게 생겼는지 얘기로만 듣고 알 수 있었을 것이다. 고스란히 한국전쟁 이전 때의 모습도 물론 아니겠으니 '뉴스'와 같이 TV에서 보여주는 자료화면이 전부일 것이다. 그 '전부'는 아마 북한이라는 나라의 '일부'일 것이다.


영화 <공작>은 북한의 여기저기를 상상케 해준다. 이 영화를 찍은 '윤종빈'감독과 제작진은 철저한 자료조사와 고증을 통해 1990년대 북한의 모습을 퀄리티 좋게 재현했다고 한다. 이런 노력으로 인해 영화를 보면서 당시의 북한을 리얼하게 감상하고 상상해볼 수 있게 됐다. 


'미지의 세계'만 같았던 북한은 어떤 모습일까?라는 궁금증이 풀리며, 그곳도 사람들이 사는구나, 그곳에 사는 사람들도 우리랑 비슷하게 생겼고, 우리랑 같은 한글을 쓰며 바로 알아들을 수 있는 언어로 말하는구나. 라는걸 알게 됐다.




같은 말을 쓰는 적


영화 포스터

공작: 어떤 목적을 위하여 미리 일을 꾸밈. (출처: 국어사전)


디자이너로써 포스터에 실린 서체 디자인이 개인적으로 다소 투박하게 느껴졌다. 하지만 두 글자가 시사하는 바가 매우 크다고 생각한다. 


'공작'의 뜻은 대한민국 사람이나 북한 사람이나 알 수 있는 '공통어'이다. 둘 다 세종대왕이 만든 한글을 쓰고 있다. 그래서 같은 언어를 쓴다는 그 자체는, 서체 디자인과 관계없이 매우 감동적이라고 생각한다. 비록 지금은 총을 겨누는 적으로 산지 오래지만, 그보다 더 오래전부터 오랫동안 함께 살아왔음을 뜻하기 때문이다. 




기술이 뛰어나진 않지만 가슴이 따뜻한 연기



북한 사투리 연기가 영 엉망이었다.


영화 <범죄도시>에서 윤계상이 조선족을 연기한 "내 전화 아이 받니?"보다 덜 실감 났던 게 사실이다. 개인적인 느낌일 수 있겠으나 도통 이 영화는 '연기의 기술력'보다는 '가슴이 따뜻한 연기'에만 집중한 것 같아 감동을 할 수밖에 없었다.


지금 쓰고 있는 <공작>이라는 영화 후기를 쓰면서 '인간애'에 대해서 말하고 싶었다. 어쩌면 아예 애초부터 '미친 연기력'보다는 남한과 북한 사이의 '미친 친화력'을 기대했던 게 아닐까 싶다. 최근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이 만나고 있는 시점에서 이 영화가 개봉했는데, 대체 전달하려는 메시지가 뭘까 궁금해서 보게 됐었다.


극 중에서, 서울 무역 대표이사로 위장한 대한민국 간첩 '흑금성(황정민)'과 북한의 대외경제위 처장을 맡은 '리명운(이성민)'은 처음에 '돈'을 위해 서로 결탁한다. 그 과정에서 북한 측 리명운은 끊임없이 흑금성을 의심하지만 결국 믿게 되고 정을 쌓기 시작한다. 흑금성에게 가족들을 직접 보여주기도 하고, 북한에 있는 자신의 집으로 초대하기도 한다. 공산주의 체제에 완전히 물든 '빨간색'이라고 생각했던 그도, 결국 한 명의 인간이었음을 볼 수 있다. 그 과정에서 '북한 사투리'의 기술 좋은 연기력은 더 필요하지 않았다.




The Korea. Not South&North


 

민주주의와 공산주의 어떤 게 옳은 걸까, 어떤 게 정의일까, 라는 평가기준이 아니라면 '인간애'의 입장에서 오늘 내가 본 영화는 아주 감동적인 실화였다.


영화 정보:


제목: 공작, The Spy Gone North

장르: 드라마

배우: 황정민, 이성민, 조진웅, 주지훈

감독: 윤종빈

개봉: 2018년

평점: 8.47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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