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5. 목포 여행 에세이 - 바다가 보이는 골목길
골목을 걷기 좋아하는 이유는, 사람 사는 모습이 보기 좋아서이다. 게다가 다순구미마을의 골목길은 바다가 보이기까지 한다. 다순구미마을. 이 마을의 이름은 "후미지지만 따뜻하다"라는 의미를 담고 있는 옛 정취가 가득한 곳이다. 얼마나 오래전부터,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얼마큼 많은 추억이 있는 곳일까. 그 다양한 삶들을 상상해보면서 걷는 게 참 행복했다. 혼자 걸어가면서 다른 사람들의 삶을 생각한다는 궁상맞은 습관, 만약 이게 고독이라는 감정이라면 나는 고독이라는 감정이 그렇게 좋을 수가 없다.
목포를 여러 번 내려왔지만 이번에는 목포를 더 잘 알고 싶고, 목포 안으로 한 걸음 더 걷고 싶어서 여기에 관련한 여러 다큐를 보고 내려왔었다. 1992년 당시 목포의 신도시 '하당'이 재개발될 즈음 목포 MBC에서 제작한 4:3 화면비율의 시사다큐부터, EBS에서 제작한 한국기행 목포 5편짜리 시리즈, 또 다른 계절에 찍은 4편짜리, 유명한 양식 요리사들이 모여 목포의 음식을 먹어보는 시사 프로그램과 내가 좋아하는 여배우 오현경 님이 초대손님으로 출연한 식객 허영만 선생님의 '백반기행'까지. 이번엔 정말 "나 목포 가봤어" 아닌 "나 목포 잘 알아"라고 말할 수 있을 만큼 여행을 준비하고 갔었다. 그렇게 도착한 곳이 그동안 목포로 여행을 많이 왔으면서도 지나 만 가고 한 번도 걸어보지 않던 '다순구미마을'의 골목길이었다.
예전에 목포는 '물'이 없기로 유명해서 우물물을 길러오기 위해 이 언덕배기 골목길을 하루에 두세 번씩 걸었다고 하던데 한다. 난 가벼운 백팩 하나만 메고도 이렇게 힘든데... 옛사람들은 어떻게 걸어 다녔을까. 골목길을 올라가는 계단이 너무 많아서 힘들어하다가 옛사람들 생각하니 내가 힘든 건 힘든 것도 아니다 라는 생각이 들더라.
다순구미마을은 꽃게살 비빔밥을 먹었던 해안동 일대와는 또 다르게 현재는 사람이 거주하지 않는 폐허가 된 집들도 있어서 그 대문 앞에 서면 왠지 섬찟하게 느껴지기도 했지만, 어느 벽화 속 세상처럼 그 집안에 살았던 사람들은 어떤 사람들이었을지, 어떤 삶을 살았을지 괜스레 궁금해져서 그 앞에 한 참 서서 사진을 찍거나 생각에 빠지기도 했다. 그리고... 드디어 골목 사이로 바다가 보였다.
너무 오래돼서 사람이 살지 않고 폐허가 된 곳이 많은 동네이지만 그 나름대로 운치있는 곳이다. 과거에는 북적이며 살았을 이 동네가 지금은 허전하고 초라해 보이지만 누구에게는 어린 시절을 꼬박 보낸 추억의 장소. 영화나 드라마의 촬영지로도 간혹 등장하는 여기가 바로 목포의 '다순구미마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