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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목포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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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럽집 Jun 03. 2022

목포 여행 : 카페 바보마당

06. 목포 카페 : 바다가 보이는 마당

앰비규어댄스컴퍼니의 '목포 편'에 등장했던 장소. 캐릭터가 세워져 있다.
바보마당 : 바다가 보이는 마당, 카페에서


여행 이야기


7월 말, 머리카락이 푸석해질 정도로 내리쬐는 햇빛에다가 바닷가의 습기가 가득한 여름. 계단과 언덕길이 있는 좁은 골목길을 누비고 다니니까 갈증이 심해서 시원한 아메리카노 한 잔이 절실했다. 그렇게 찾은 곳이 다순구미마을 제일 언덕길 위에 있던 바보마당. 바보마당은 '바다가 보이는 마당'이라는 별칭이었는데 노란 벽에 낙서되어있는 그 말이 왜 그렇게 귀엽던지. 

해가질 때까지 에어컨도 없는 바보마당의 노천카페 앉아서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마셨다. 사이다도 마시고, 옆 테이블에 있는 아줌마들이 주신 얼음물도 마셨다. 오후 2-3시쯤 카페에 도착한 것 같은데 5시 석양이 들 때쯤까지 앉아있었으니 한량이 따로 없다. 옆 테이블 아줌마들이 처음엔 너무 시끄러워서 다른 곳으로 갈까 했는데 그게 미안했는지 아니면 내가 너무 더워 보였는지 얼음물을 한 잔 주시길래 감사히 마셨다. 세상에 역시 갈증 날 땐 탄산음료나 커피보다도 얼음물이 최고구나. 

근데 만약 내 자동차를 가져왔으면 요 언덕배기에 대놓고 여기 딱 앉아서 바다 보면서 커피 한 잔 딱 하고 일어날 수 있었겠지? 아니면 해안동부터 여기 카페만 딱 지도에 찍어가지고 걸어왔다면 이렇게 덥진 않았겠지, 라는 생각을 하다가도 이 과정 모두가 여행이라서. 나는 지금 목포에 여행을 온 것이기에 내가 걸어온 것이 맞는 것이었다. 그리고 만약 이 여름에 회사나 아니면 집에 있었다면 바닷바람이 이렇게 시원한지 알기나 했을까? 실내에서 에어컨을 틀어놓은 거보다 바닷바람이 이마에 3자를 그리고 스쳐갈 때가 더 시원하다니.... 이 모든 게 거짓말 같다. 아니다 여행이라서 그런 건가? 평소엔 느끼지 못한 바람 한 자락에 시원함을 느끼는 것. 그래 그거 여행이라서 그럴 테다.


대리님한테 전화가 왔다. 10년 전 사회초년생 젊은 청년이 회사에 입사했을 때, 문제 많았던 그 청년에게 항상 도움을 주셨던 분. 때론 뭐라 그러기도 했지만 그런 날은 여지없이 미안해서 어쩔 줄 몰라하셨던 대리님. 계속 있었으면 차장님 정도 되셨겠지만 지금은 공무원이 되셔서 목포에 살고 있다. 형이라고 부르라고 하는데도 회사에서 처음 뵈어서 그런지 그 말이 익숙지 않아 아직도 처음 뵈었을 때처럼 맨날 "대리님, 대리님"그런다. 

대리님을 한 5년 만에 뵙는 것 같다. 부산이 고향이시고, 우리는 인천에 있는 큰 프로젝트에서 함께 했었는데 10년이 지나 목포에서 민어에 소주를 한 잔 하겠다고 만나는 이게 또 엄청나고 소중한 인연 아닐까. 

목포의 오래된 풍경을 거닐며 했던 생각. '시간이 지나도 변치 않는 것'이 목포 밖에 없는 줄 알았는데 가만 생각해보니 대리님하고 나도 안 변했으니, 시간이 지나도 변치 않는 것이 여기 또 있었구나라고 웃음 묻은 얼굴로 바닷바람이 시원한 바보마당의 카페에서 나가려 짐을 챙겼다.




여행정보



다음 지도에 '바보마당'이라고 검색하면 '전남 목포시 보리 마당로 22번 안길 5-3'이라고 주소가 뜬다. 골목 위쪽 길에 주차해놓고 계단을 내려가도 괜찮지만, 영화 <1987>의 촬영지 '연희네 슈퍼'에서 쭉 벽화가 있는 골목길로 해서 올라가서 이 카페에 도착해서 차가운 음료를 마셔야 여행의 기승전결이 완성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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