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나 잘 웃는 사람, 긍정적인 사람이거든요.
어려서부터 자타공인,
잘 웃고, 긍정적인 사람이었어요.
아니요. 사실은
그런 사람이 되고 싶었어요.
초등학교 때, 처음으로
솔직한 감정을 드러냈을 때
저는 왕따를 당했어요.
중학교 때, 그저 마음 가는데로
했을 뿐이었는데 이런저런
소문에 곤욕을 치뤘죠.
고등학교 때는 중학교 때부터
친했던 절친이 저와 친구사이를
이간질 시키려 저를 뒷담화한다고
다른 친구에게 전해듣기도 했죠.
대학교 때는, 저를 좋아한다는 이유로
제가 혼자가 되길 바랬는지 저에 대한
안좋은 소문을 퍼뜨리는 선배때문에
받지 않아도 될 미움을 받기도 했죠.
어려서부터 작은 사회에 나와서까지
언제나 가장 힘들었던 것은 인간관계였어요.
저는 그런 관계 속에서 살아남기위해
언제나 씩씩해야 했고, 그저 잘 웃어야했고,
또 둥글둥글 예민하지 않은 사람이 되어야 했어요.
물론, 누구도 그러라 시킨 사람은 없었어요.
하지만 관계 속에서 예쁨받고,
인정받고 싶었기에 스스로가
진짜 나를 숨겼고, 점점 잃어갔던 거겠죠.
직장에 취업해서도
인간관계가 참 쉽지 않았어요.
상사의 말은 거절하지 못했고,
동료의 일은 언제나 제가 도맡아 해야했죠.
언제나 그래야 인정받는다고 생각했거든요.
한참 인정을 받고,
친구들 사이에서도
참 밝은 사람이되어가는
스스로가 기특했어요.
그렇게 까칠한 나,
뾰족한 나는 점점
내면 깊숙이 가두게 되더라고요.
또 그렇게 점점 그저
밝고 긍정적인 내가
진짜 나라고 착각 했던 것 같아요.
결혼을 하고도 저는 항상
밝고 언제나 수용적인 사람이어야했어요.
어떤 역할에서도 인정을 받아야했고,
까칠하고 예민한 나는 숨기기 바빴죠.
결혼 1년 차, 어느날부턴가 하루종일
눈물이 나고 눈물을 참느라 숨을 제대로
쉬지 못하는 저를 발견했죠.
남편에게조차 솔직하지 못했던 저는,
하루종일 울다가도 남편이 오는 시간이 되면
세수하고 울지 않았던 척 괜히 더 밝게
남편을 맞이 해줬던 것 같아요.
"오늘도 고생했어! 저녁먹자!"
그렇게 남편과의 일상을 마무리하고는
또, 혼자 책상에 앉아 눈물을 참곤했죠.
내 눈물이 들키지 않도록,
이런 감정을 드러내는 나는
보여주기 싫었기에 더 참으려 노력했어요.
결혼 전에도 종종 이런 날들이 있었어요.
밥을 먹다가도 울고,
드라마를 보다가도 울고,
마루와 함께 놀다가도 울고.
그렇게 며칠을 울다보면
어느새 또 긍정적인 내가 나와
밝은 생활을 할 수 있었죠.
근데 그때는 달랐어요.
며칠을, 몆주를 멈추지 않는 눈물을
스스로 해결 할 수 없다는 생각에
병원과 상담센터를 방문하게 되었죠.
"2년 이상 지속된 우울증이에요."
"다들 이렇게 살고 있지 않아요."
상담으로는 알 수 없던 상태를
심리검사를 통해 알게 되었어요.
언제나 밝고 긍정적이었던 저는
'우울증'이라는 병을 진단받았죠.
저는 특히 분노지수가 높은 우울증이었어요.
하염없이 흐르던 눈물을
세상에, 그리고 나 자신에게
표출하는 분노였던거죠.
언제나 밝은 나를 유지하느라
진짜 나를 외면하는 스스로가
미웠고 이해할 수 없었지만,
애써 모른척했기에 진짜
내면의 저는 저 자신에게
화가 많이 나있더라고요.
내가 나의 감정을 들여다보지 않으면
결국 어떤 방식으로든 고장이 나게 되는 것 같아요.
감정을 잘 느끼지 못한다던가,
혹은 모든 감정에 무뎌진다던가,
아니면 저처럼 억눌렀던 감정이 폭발하기도 하죠.
'우울증' 사실 처음엔 인정하기 쉽지 않았지만,
상담을 진행하면서 저는 참 스스로 꾸며진 모습에
집착하고 있음을 깨달았어요.
인정받고 싶었고,
예쁨받고 싶었던 마음에
진짜 나를 들여다보지 못했던
저를 그제서야 들여다보기 시작했죠.
지금도 저는 항상 저의 감정을,
저의 마음을 들여다보려고 노력해요.
그래서일까요.
더 이상 감정들이 요동치지 않고,
조금은 차분하게, 조금은 편안하게
진짜 감정을 들여다 보게 되었어요.
살다가 한번쯤, 스스로를 잃어버릴 때.
저는 그때가 '우울증'이라는 병이
찾아오는 게 아닐까, 라는 생각을 해요.
때때로 하염없이 가라앉는 시간이 찾아온다면,
그때가 진짜 나와의 대화가 필요한 때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