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교는 과거의 자신과 하는 것
황희정승이 젊은 시절에 들판을 걷다가, 길 위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었습니다. 지척에서 소 두 마리로 밭을 갈고 있는 농부의 모습을 보고 묻기를, “두 마리의 소 중에서 누가 더 낫습니까?”라고 물으니, 농부는 대꾸도 하지 않았습니다. 밭을 다 갈고 나서야 황희의 귀에 대고 나지막이 말하기를, “이쪽 소가 더 낫습니다”라고 대답하였습니다.
황희는 귀에 대고 말하는 농부의 행동을 의아해하며 물으니, “비록 가축이라도 그 마음은 사람과 같습니다. 이쪽을 낫다고 하면 저쪽이 못한 법이니, 만일 소가 들으면 어찌 기분이 좋겠습니까?”라고 대답하였습니다. 이에 황희는 크게 깨달은 바가 있어, 다시는 다른 사람의 장단점에 대해서 함부로 말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이수광의 『지봉유설』에 전하는 이야기로, 여기서 불언장단(不言長短)의 사자성어가 유래했습니다.
조선의 명재상인 황희정승은 소탈하고도 깨끗한 성품으로 인해 청백리의 대명사로 불리다 보니, 교육적 차원에서도 많은 일화가 전해지고 있습니다. 그중 하나가 농부와 소에 관한 이야기인데, 이 이야기 속에는 두 개의 교훈이 담겨 있습니다. 먼저 두 마리 소의 우열을 묻는 황희정승을 대하는 농부의 ‘지혜로움’이 돋보입니다.
소가 듣는 앞에서 낫고 못함의 우열을 이야기하는 것은 말을 못 알아듣는 미물일지라도 조심해야 한다고 생각한 것입니다. 다른 하나는 아무리 농부의 말이라도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그의 말에 귀를 기울여 평생의 교훈으로 삼은 황희정승의 ‘현명함’을 읽을 수 있습니다.
동물도 그러한데, 하물며 사람을 비교한다는 것이 가능할까요. 사람은 비교의 대상이 될 수도 없고, 다양한 인격과 개성을 가진 인간이기에 절대적 비교 기준으로 서열화할 수도 없습니다. 비교를 통해서는 행복을 찾을 수 없으니, 남과의 비교가 행복의 최대 적인 것입니다.
비교는 자기 부정에서 시작된다는 것도 누구나 잘 알고 있습니다. 타인과의 비교는 상대적 열등감을 불러오고, 개인적 자존감을 떨어뜨린다는 것을 익히 알면서도 아무 생각 없이 쏟아내는 주변의 경박자(輕薄子)들은 여전히 비교에만 열을 올립니다. 나보다 네가 낫고, 너는 내 아래라는 식의 수직적 구분 짓기에 익숙한 것입니다. 어릴 때부터 친구들과 비교하고 비교당하면서 낙인을 찍는 것에 익숙해졌습니다.
이를 잘 증명해주는 말 중에 하나가 ‘엄친아’입니다. 2005년 경에 생겨나 지금까지도 일반 명사화되어 불리는 엄친아는 비교하기 좋아하는 우리 민족의 발상의 소산입니다. 또는 실제로 존재하지도 않으면서 부모의 욕심으로 말미암은 결실(?)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비교는 반드시 어느 한쪽의 좌절감을 불러오고, 비교로 인한 패배감은 다른 능력까지도 상실하게 만들어 사기를 저하시킵니다. 그래서 스트레스 형성의 부정적 원인이 “엄친아는 없는데, 엄친아 때문에 스트레스 받는 사람만 많다”라는 말이 생겼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매년 학기말 시험이 끝나면 학생들을 우열 비교하여 ‘이쪽 소’가 ‘저쪽 소’보다 낫다고 공식화해야만 하는 고통이 따릅니다. 학생들을 차별하거나 차등 짓지 않으려 애쓰지만, 이 시기가 되면 어김없이 적잖은 시름에 빠지고 맙니다. 상대적 비교가 적당한 자극을 불러일으킨다는 사실도 알지만, 그래도 우열의 점수를 매길 때만 되면 잔인하다는 생각은 여지없이 반복되기 마련입니다.
교육제도를 운운하는 것이 능력 밖의 일이기도 하지만, 학생들을 오로지 학점으로만 우열을 구분 짓는 방법은 아무리 생각해도 올바른 교육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이제 우리는 남과 비교하는 습관에서 벗어나야 하지 않을까요. 법륜 스님의 말씀처럼 우리는 어려서부터 비교하는 것이 습관화되어서 자기도 모르게 저절로 비교하게 됩니다. 그러므로 기준을 남이 아닌 자기에게 두고 열심히 노력하는 태도와 자신의 중심을 다잡고 흔들리지 않는 소신을 갖추는 것이 중요합니다.
가장 좋은 비교는 과거의 나와 현재의 나의 모습을 비교하면 됩니다. 남과의 비교가 아닌 자신이 자신과 비교하는 것입니다. 비교(比較)는 올바른 방법의 교육법이 아니니[非敎], 앞으로는 서로[交] 나란히[比] 함께 가는 비교(比交)가 되었으면 합니다.
개개인의 개성 모두를 인정해주는 성숙한 비교(比交)문화를 지닌 사회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