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도자의 말과 품격이 국격
『춘추좌씨전』에는 노나라 애공과 관련한 ‘식언이비(食言而肥)’라는 고사가 있습니다. 애공이 총애하는 곽중(郭重)에게 신하인 계강자(季康子)와 맹무백(孟武伯)이 모욕을 주기 위한 상황에서 나온 고사입니다. 이 고사는 ‘말을 많이 먹어서 살이 찌다’라는 뜻으로, 약속을 지키지 않고 거짓말을 일삼는 사람을 비유하는 말입니다.
‘언(言)’의 ‘입 구’ 위에 4획은 ‘매울 신’의 변형된 모습인데, 잘못을 지적하는 의미를 지니고 있습니다. 공자는 ‘언(言)’은 자기 홀로 하는 말이고, ‘어(語)’는 상대방의 말에 대답하는 말이라고 했습니다. 그러므로 언어 활동은 상대방과의 의사소통을 통해서 그 사람의 인격을 오롯이 전해주는 역할을 하는 것입니다.
사람은 말을 통해서 관계를 맺고, 말은 그 사람을 대변합니다. 언어는 화자와 청자가 존재하며, 음성언어로써 타인과의 의사소통이 이루어지는 것이 언어의 특성인 것입니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것은 ‘의사소통’입니다. ‘의사’는 생각을 말함이요, ‘소통’은 생각의 전달을 말함이기 때문입니다. 자신의 머릿속에 있는 생각을 온전히 전달해내는 것이 우리가 주고받는 말의 본질입니다. 오고가는 말[言]에는 그 사람[人]의 진정성이 담겨야 믿음[信]이 생깁니다. 말에 신뢰가 담보되는 책임이 따라야 한다는 것입니다.
지도자의 소소한 말 한마디는 모두가 역사의 기록이 됩니다. 말에 상하와 귀천이 따로 없겠지만, 지도자의 말은 필부(匹夫)와 다르게 그 무게감이 더욱 엄중한 것입니다. 『조선왕조실록』이나 『일성록』에 보면 식언과 관련해서 가장 많이 나오는 군주의 문장이 “내가 어찌 식언을 하겠는가”입니다. 그만큼 군주로서 말의 무게를 엄중하게 인식하고 있는 것입니다.
군자가 눌언(訥言)인 것도 말을 신중하고 책임감을 다하기 위해서입니다. 하물며 국민을 대표하는 지도자라면 그 말은 진정성과 신뢰가 담보되어야만 합니다. 아랫사람의 말을 귀담아듣고 곡직(曲直)과 시비(是非)를 구분할 줄 아는 혜안이 필요한 것입니다. 군주는 신하와 언제든지 소통할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하는데, 이것이 ‘언로(言路)’입니다. 언로는 나라의 존망도 좌우할 수 있는 것입니다.
우리의 상소제도도 봉건시대 지엄한 권위와 맞서며 민의를 대표했던 문학이라서 ‘정의의 문학’이라고도 합니다. 『포박자』에서는 ‘도끼에 맞아 죽더라도 바르게 간언하고 가마솥에 삶겨 죽더라도 옳은 말을 다하면 이 사람이 바로 충신이다’라고 하였습니다. 충신과 간신도 오로지 지도자가 만드는 것입니다. 귀와 눈을 닫은 채 지도자는 잘못된 길을 가고 있는데, 이를 직간할 충신이 없는 것이 참으로 서글픕니다.
오늘 대통령의 해외 순방 중에 나온 막말이 화제입니다. 대통령의 말 한마디로 위상과 말의 격[言格]은 추락하였습니다. 부끄러운 역사가 하나 추가됐다면서 국민들의 분노도 거거익심(去去益甚)의 모양새입니다. 대통령이 귀국해서는 더 이상 자신을 속이자 말고 자신의 말에 책임을 지고 사과하는 모습을 보여야 할 것입니다. 국민은 그러한 지도자를 진심으로 원하기 때문입니다. 맹자는 스스로 상대방의 말을 잘 알아듣는 것[知言]이 장점이라고 했는데, 대통령도 하루빨리 국민의 참뜻을 헤아리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