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테리어를 떠나며

프롤로그

by 인디에이전트

20대의 패기와 열정으로 시작된 시간들.

스스로를 내던지다시피 수많은 현장 속으로 들어가, 매일 전투를 치르듯 살아왔습니다. 현장의 먼지와 소음, 그리고 사람 사이의 갈등이라는 난관을 꾸역꾸역 헤치며 어느덧 50을 바라보는 나이가 되었습니다.

나는 지금 20여 년간 지켜온 직업인으로서의 현장에서 '퇴역'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아니, 엄밀히 말하면 새로운 방식으로 다시 돌아오기 위한 '잠시 멈춤'이 맞을 것입니다. 지나간 여정을 되돌아보며, 내가 겪어온 수많은 이야기가 결국 무엇을 향해 있었는지 자문해 보았습니다.


최근 2년간의 메모와 노트들을 꺼내 읽어 보았습니다. 그곳에 적힌 나는 적잖이 지쳐 있었습니다. 젊음, 고생, 약간의 돈, 힘 빼기, 그리고 사람들... 그 단어들 사이에서 비로소 무엇을 원하는지 보게 되었습니다. 단순히 나만의 문제는 아니었습니다.

이 산업을 지탱해 온 오래된 구조가 적지 않은 이들을 버겁게 하고 있었습니다.

인테리어 고객과 업체, 그리고 현장의 시공팀 모두가 서로를 의심하지 않고 의미 있는 성과를 나누는 생태계를 갖출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지금부터 인테리어 산업이 어떻게 바뀌어야 하는지에 관해 이야기하려 합니다. 이 글은 타일을 예쁘게 붙이는 기법이나, 트렌디한 디자인을 가르치려는 실용서가 아닙니다. 이 산업을 소비하고 공급하는 방식을 전환하여, 나 같은 업체 운영자와 고객들이 겪어온 고질적인 어려움을 끊어내기 위한 '새로운 문법에 관한 제안서'가 되길 바랍니다.


고객은 인테리어라는 상품의 엄청난 가격에 놀랍니다.

왜일까요? 정보가 넘쳐나도 거의 모든 판단을 도와주는 AI 시대입니다. 웬만한 자재비와 인건비는 검색 몇 번이면 알 수 있습니다. 하지만 견적서의 숫자는 항상 그 합계를 훨씬 넘어섭니다. 이 가공된 정보의 비대칭과 불투명한 비용 구조가 고객의 소비를 주저하게 합니다. 보통의 견적서에는 디자인에 대한 '설계비'가 누락되어 있는 현실입니다. 엄연한 용역의 분야임에도, 그 가치에 대한 지불이 준비되지 않은 고객에게, 보이지 않는 곳에 비용을 숨겨두어야만 계약이 성사되는 암묵적 관행 때문입니다.


공급자인 인테리어 업체 역시 한계에 다다랐습니다. 치솟는 환율로 인한 자재비 상승, 그리고 무엇보다 숙련된 기술자를 구하기가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2010년 이후, 2030 층의 기술직 기피 현상은 가속화되었고 공급의 부족으로 인건비 또한 가파르게 오르고 있습니다. 일감이 줄어든 경제생태변화와 현장이 없어도 발생되는 고정비용들을 감당하며 다수의 업체들이 하루하루 버티고 있는 실정입니다.

이제는 원하지 않아도 변화의 흐름에 수긍해야 하는 시기 입니다.

인테리어는 최적화된 디자인을 선별된 자재와 시공 기술로 결합하여 적재적소에 구현해 내는 공간예술입니다. 업체는 디자인과 설계를, 시공자는 최선의 시공을, 그리고 현장관리자는 이 모든 것을 투명하게 연결하여 고객에게 전달함으로써 각자의 역할을 보다 새롭게 정의해야 합니다.


이 글은 내 집과 상가공사를 업체에 맡겨야 하는 고객,

직영(반셀프) 공사를 하고 싶지만 막막함에 주저하는 소비자,

그리고 현재 직업으로서의 진로에 고민하거나, 전 직장에서 퇴직 후 새로운 전문직을 찾는 세대에게 보내는 초대장입니다.

AI가 결코 넘볼 수 없는 현장의 땀과 가치. 그곳에서 새로운 직업이자 사업이 되어줄 세계를 여러분께 열어드리고자 합니다.


"내가 가진 것을 주고, 내가 가지지 못한 것을 받아라." 이것이 거래의 본질입니다. 이제 그 헝클어진 실타래를 하나씩 풀어보려 합니다.


2026.

인테리어 현장에서, 진심을 담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