탑정호 깊은 속은 몰라도 다리 위에 우리는 즐겁네

by 인디에이전트

여느 때와 같이 투어 날은 늘 막연한 설렘을 준다.

며칠 전부터 봐왔던 일기예보를 한번 더 보고, 닦아놓은 채로 세워둔 오도방을 끄집어내 채비를 한다. 아침 시간은 빨리 지나간다. 일요일을 핑계로 늦장 부리다 보니 아차, 정해 놓은 시간을 한참 넘겨 출발한다.


안성 광장휴게소로 가는 길, 오픈페이스 헬멧 턱 밑 틈새로 쉭하고 들어오는 찬 바람, 가죽잠바 자크를 여며 올린다. 시간에 쫓겨 서둘러 가다 보니 이건 아니다 싶어 2차 집결지로 신고하고, 조금은 여유가 생겨 노릇해진 한적한 논두렁가에 오도방을 세우고 담배를 문다.


가을이 다가오는구나!


마주 오는 자전거 부부, 몇몇 오도방들과 손인사를 교환하고, 천안 2차 집결지로 시동. 일요일아침임에도 도로엔 차 들로 붐빈다. 신호대기 중 1차선 카니발 뒷자리 꼬마 승객들, 이 들이 반대편 차선으로 복귀할 때쯤이면 나들이의 고단함으로 잠들어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우리는 주말 길을 나선다. 뭔가 당위성 마저 든다 - 휴일 아침엔 집안 공기의 무게마저 가볍다 -


한 시간여를 달려 천안 모휴게소 마당 도착, 나이를 잊은 뉘 집 막둥이 형님들은 호두과자와 음료를 펼쳐놓고 너스레를 떨고있다. 도로 위엔 제각각의 소리를 내는 두 바퀴들이 어디론가를 향해 쎄리고, 로드 회장님의 치밀한 순번배정 끝에 세나를 세팅하고 우리도 출발 ~


계룡산, 대둔산쯤의 이름 모를 계곡과 길가에 널린 감나무의 주인은 누굴까 이곳을 지나는 우리는 그저 눈으로 훔친다. 사정리를 지날 때쯤, 뜬금없는 사냥꾼님의 소싯적 여담(여자이야기)을 듣는다.

엄청난 사정이 있으셨으리라.

- 생략


동심을 잃으면 굴러 떨어진다는 동심바위, 장군의 전설을 치하하는 장군봉, 대둔산은 그리스 신화만큼이나 장황한 스토리를 품고 있다. 이곳 출신인 계룡도사님은 가히 오늘 투어의 잔소리 해설자 다.

탑정호 다리 복판에서 그 익숙한 바카스우루사 콤보를 보급받고 복귀 준비, 벌써 3시 반 이라니 노는 시간이 제일 빠르다.


30여 키로 대열주행 후 마린님 먼저 인천방향으로 무리에서 분리한다. 나머지 덧없는 오도방 행렬은 초가을 저녁 어둑해지는 북쪽으로 쓰로틀을 감는다. LED등 발광하는 우두머리 하이바를 쫓아 120 km/h 평속으로 순간이동. 육십을 훌쩍 넘긴 용감무쌍한 세 형님들과 세나로 인사하고 우회하니 그 광장휴게소가 바로 보인다. 한 시간 정도면 집에 도착하는 거리, 약간의 안도감, 집에 도착하면 오붓한 저녁이 차려져 있을 것이다.

별반 다르지 않을 한 주가 있을 테고, 주말도오리라.

아침의 시간처럼, 노는 시간보다 빠르게.




* 로드 - 여러 대 오토바이 행렬 중 맨 앞 운전자

* 세나 - 헬멧에 장착하는 블루투스 통신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