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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

by 범수

가끔, 저를 오래전부터 알던 지인들은 저의 글쓰기를 보고 적잖이 놀라곤 합니다. 그때의 저는 글은커녕 책도 잘 보지 않던 사람이었기 때문이겠죠. 혹은 최근에 알게 된 사람들이 저에게 묻습니다. 무슨 생각을 하며 글을 써 내려가냐고요. 그런 말을 들으면, 가끔 혼자서 생각을 합니다. 굳이 공개되는 공간에 글을 올리는 이유를요. 거의 보지도 않는데 말이죠. 오랜 고심 끝에 내린 결론은, 아마 일종의 동경이라고 생각합니다. 글을 쓰는 멋진 작가들에 대한 동경, 제 주변에 글 쓰는 사람들에 대한 동경이 저를 움직이게 하는 것 같습니다. 더 정확히는 그들이 올린 글에 대한 독자의 값진 반응이겠죠.

저와 가깝다고는 말할 수 없으나, 1년 주기로 글을 쓰는 분이 계십니다. 그리고 가끔, (익명의 글임에도 불구하고) 글쓰기에 대해 고민하는 모습을 보이시는 것 같습니다. 당신의 글이 누군가에게 위로가 되는 만큼, 또 누군가에게 버거운 짐이 되지는 않을까 하는 우려겠죠. 그런 마음을 따라가다 보면, 글의 책임이 참 무거운 것임을 실감합니다. 그리고는, 저는 겪어본 적 없는 고민을 계속하는 그분의 성숙함에 감탄할 따름입니다.

다만, 그분이 끌어모은 활자가 누군가에게 힘이 된다는 것은 분명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분이 이 글을 보기는 어렵겠으나, 멈추지 않고 글을 써주었으면 하는 개인적인 바람입니다.

저도 가끔은 글을 쓰는 행위를 고민합니다. 현실에 해내야만 하는 과제가 너무도 많고, 자격증이나 운동 같은 것과 달리, 결과로 드러나는 부분이 적은(혹은 없을 수도 있는) 행위이기 때문이겠죠. 우리는 너무 바쁘고, 늘 결과를 원하잖아요. 저 또한 그런 조급함이 있습니다. 그럼에도 쓰는 이유는, 아마 이 행위에 스스로가 위로를 받기 때문이라 생각합니다. 스스로가 다시 읽고 위로를 얻는 부분도 많지만, 가끔 제 글에서 힘이나 해답을 얻은 사람에게 고맙다는 연락이 옵니다. 솔직히 말해서, 그럴 때면 며칠 동안 밤마다 그 말을 떠올리곤 합니다. 제가 누군가에게 선한 영향을 미쳤다는 값진 기분이 들어서 심장이 쿵쿵거리는 날이 며칠이고 지속됩니다. 마치 1년간 제 수업을 들은 제자가 국어를 좋아하게 되었다는 말과 비슷한 경우인 것 같습니다. 앞서 언급한 분도 이런 감정에 글쓰기를 지속하시는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이런저런 얘기를 했으나, 결국 글쓰기는 스스로를 위함인 것 같습니다. 어떤 시점의 감정을 기록하는 행위가 미래의 저에게 도움이 될 것 같아요. 앞으로도 솔직한 얘기를 할 예정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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