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이혼할 수 있을까

8화. 서른 살 전에 드레스 입기 프로젝트

by 미스탠저린

지금 생각해 보면 참 어리석은 생각을 그때 당시에는 마음속에 새겨두고 - 마치 꼭 지켜야 하는 숙제인 것처럼 되뇌곤 했다.

"서른 살 전에 드레스를 입을 것."

평균수명 120세 시대에 서른 살이라는 커트라인을 왜 정해두어야만 했고 이 나이를 넘어서면 여자로서 마치 끝인 마냥 불안하고 초조했다.

아니 , 언뜻 기억으로는 TV에서 어떤 연예인이 드레스는 서른 살 전에 입어야 예쁘다는 말을 어렴풋이 들었던 것 같기도 하다.

아마 그런 말을 지금 들었다면..

요새도 저런 생각을 하는 사람이 있어? 하고 머릿속에서 바로 비워내고 말았을 텐데.


그렇게 내 포커스는 서른 살 전에 결혼하는 것에

맞춰졌고 그 당시 만나고 있던 사람이 마침 같이 일하던 지훈계장이었기에 우리의 연애는 자연스레 그렇게 흘러갔다.


결혼준비를 하면서 우리나라는 결혼제도가 참 불필요한 것들이 많구나 생각하면서도 혹여나 이 결혼이 틀어질까 봐 시댁에서 요구하는 것들에 대해 웬만한 건 다 yes로 넘어갔다.

엄마가 없는 나에게 이바지 음식을 해오라는 시어머니의 말에, 나의 처지를 뻔히 아는 곧 가족이 될 사람이 왜 이런 걸로 상대에게 부담을 주는지..


이 이야기를 들은 작은엄마가 손수 1주일이 넘는 시간을 투자해 입이 떡 벌어지도록 만드셨다.

재료공수부터 담을 용기와 포장까지 그 모든 걸 자는 시간까지 줄여가며 정말 최선을 다해서...

몸도 왜소하신 작은엄마가 이 많은 걸 해냈다는 게 믿기지 않았고 감사한 마음보다 죄송한 마음이 훨씬 컸다. 그렇게 이 귀한 이바지 음식을 결혼식 끝나고 시부모님 집에 모일 친척들을 위해 전달했고 - 난 과일 2박스를 받았다.

과일 2박스? 이걸 받고는 잠시 좀 멍했던 것 같다.

내가 부탁해서 한 결혼도 아니고 우리 두 사람이 내린 결정으로 시작한 결혼인데 -


이때부터 이 결혼이 잘못됐다는 걸 조금씩 알아차린 것 같다.


그리고 결혼식 다음날 신혼여행을 가면서 머릿속엔 알 수 없는 찜찜함에 사로잡혔다.

내가 선택한 이 결혼이 과연 최선의 선택이었을까?

비행기 안에서 이 질문만 계속 나 자신에게 던지고 답을 구하려고 했지만 결국 난 명료한 답을 얻지 못했다.

내 인생에서 가장 큰 결정을 끝내고 나면 홀가분하고 속이 시원할 것이라 생각했는데 가장 행복을 꿈꿔야 할 그 순간에 왜 나는 자꾸만 불안했었을까..


그 불안감을 안고 신혼여행지에 도착했다.

싱가포르와 태국 코사무이를 1주일에 걸쳐 다녀왔는데 이 글을 쓰면서도 그 여행지에서 무엇을 하고 뭘 먹었고 무슨 얘기를 나눴는지 전혀 기억이 나질 않는다. 코사무이에서 묵었던 리조트는 가이드 없이 나갈 수도 없는 곳이었는데

남편은 늦은 시간까지 계속 잠만 잤다.

나는 잠도 오질 않고 할 수 있는 것도 없어서 잘 보지도 않는 한국드라마를 보는데 눈이 시렸는지 기분이 울적했던 건지 눈물이 한 방울씩 떨어졌다.


신혼여행에서의 내 모습은 참 처량했다.

행복하지 않았던 1주일의 시간을 그저 그렇게 겨우 보내고 한국으로 돌아왔다.


이제부터 진짜 결혼생활 시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