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부. 감정은 나의 기본값

3. 조심스러운 행복

by Woo Seol Hwa

나는 나쁜 감정에도 쉽게 휩쓸리지만,

그만큼 기쁨에도 금방 물드는 사람이다.

아이와 춤을 추고, 큰 소리로 노래를 부르고,

장난치며 깔깔 웃는다.

서로 엉덩이를 흔들며 이상한 춤을 추고,

“엄마 최고!” 소리에 어깨춤을 추기도 한다.

그렇게 내 안의 걱정과 피로를 잠시나마 밀어낸다.

잠깐이지만, 그 순간만큼은 내가 무너지지 않을 수 있다는 확신이 든다.

그 순간만큼은 모든 근심이 사라진다.

기쁨과 즐거움 마저도 격렬하게 표현한다고나 할까?

마음이 벅차서, 이대로만 살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싶다.

그런 날엔 ‘행복’이라는 단어가 너무도 자연스럽게 떠오른다.


웃다가 눈물이 날 정도로 웃는다.

내가 웃고 있다는 사실이 고마워서,

그 웃음 속에서 살아 있다는 감각이 느껴진다.


물론 격하게 행복하지 않아도,

특별히 기쁘지 않아도,

마음에 쓸쓸함이 없고,

누군가를 미워하지 않고,

내 감정을 설명하려 애쓰지 않아도 되는 날.

문득 돌아봤을 때 “그때 참 좋았지”라고 말하게 되는 그런 종류의 감정.


날이 좋았고, 아이는 평소보다 더 잘 웃었고,

남편이 누군가 줬다며 가져온 꽃 한다발이 유난히 예뻤던 날.

크게 웃지 않아도, 가슴이 벅차오르지 않아도,

잔잔한 기쁨 하나로도 충분한 날이 있다.

그게 진짜 행복일지도 모른다.

감정이 많다는 건, 때론 이렇게 아름답다.


기쁨은 감정이 많은 사람에게 일종의 회복제다.

불안, 울컥함, 피로, 외로움… 이런 감정들 속에서 기쁨이 들어오면

그 순간만큼은 정말 살아 있는 기분이 든다.

기쁨 하나가 하루 전체의 기류를 바꿔놓기도 한다.

아침에 눈을 뜬 아이가 갑자기 “엄마 사랑해” 하고 안겨올 때,

어제 꾼 이상한 꿈이 웃기다고 말하며 깔깔거릴 때,

그 한순간이 온종일 나를 살게 한다.


하지만 기쁨과 불안은 이상하리만치 가까운 곳에 있다.

너무 기뻤던 순간이 지나면, 그만큼의 허전함이 밀려오기도 한다.

그래서 나는 가끔 묻는다.

‘지금 이 행복, 믿어도 되는 걸까?

이렇게 행복해도 되는 걸까?

“언제 끝날까, 이 기분은.”

왜 행복을 온전히 느끼지 못하고 늘 가슴 한켠에 쌓아둔 짐을 이고 살아가는걸까.

왜 이 좋은 감정을 의심하게 되는 걸까.

왜 기쁨 앞에서도 조심스러워지는 걸까.


좋은 일이 생기면 그만큼 나쁜 일이 생길까 봐

겁이 났다.

너무 기뻐하면 벌받을 것 같고,

너무 웃으면 그만큼 울 일이 생길 것 같았다.

행복이라는 감정은 나에게 늘 두렵다.

놓치게 될까 봐, 깨져버릴까 봐.

그래서 더 안간힘을 쓰게 된다.

붙잡지 않으면 사라져버릴 것 같아서.


불안이 없으면, 오히려 불안한 나를 마주하게 된다.

불안이 감정을 덮고 있을 때는, 차라리 견디기 쉬울 때도 있다.

익숙한 불안은 낯선 평온보다 덜 무섭기도 하니까.


이렇게 머리속에 많은 감정을 두고 사는 나를 가끔은

이상하게 보는 사람들이 있다.

이해 할 수 없다는 듯 바라보는 그 시선 속에서

난 그들을 보며 생각한다.

‘내가 너무 많이 느끼는 게 아니라,

그들이 너무 적게 느끼는 건 아닐까?’


때로는 감정에 빠져 허우적거리지만,

그 덕에 나는 살아 있음을 더 자주, 더 깊이 느낀다.

감정이란, 나에게 고통인 동시에 삶의 증거다.


영원을 기약할 수 없는 행복이라는 감정이,

그래서 우리 인생에 더 특별하고 소중한 감정일지도 모른다.

금세 지나가고, 붙잡을 수 없기에

그 순간이 더욱 빛나고 아프다.


꽃 한 송이, 아이의 웃음, 예고 없이 찾아온

햇살 하나에도 마음이 벅차오른다.

해질녘 노을에도 너무나 마음이 행복해지는,

그래서 때로는 눈물이 나기도 하고,

아무렇지 않은 하루에도 마음이 찡할 수 있었다.

그런 내가 애틋해진다.


감정이 많다는 건, 매 순간을 그냥 지나치지 않는다는 뜻이다.

기억이 오래 남고, 감정이 깊이 새겨지니 피곤하기도 하지만,

그만큼 매일이 조금 더 진심이었다고, 그렇게 스스로를 다독이게 된다.


불안, 기쁨, 울컥, 들뜸, 서운함까지.

내가 이런 감정의 집합체라면… 뭐, 꽤 괜찮은 컬렉션 아닌가?


불안과 기쁨이 엉켜 있는 하루,

누구에게나 그런 순간은 있을 것이다.

그 매듭을 풀어내 온전히 기쁨만을 느끼는 하루를

찾아내 봐야지.

견뎌내야만 하는 하루가 아니라 진심으로 살아있는 그런 하루를 기어코 우리 모두 찾아내길.

마침내 의심 없이 기뻐할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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