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한국에는 개천절, 추석 연휴, 그리고 한글날까지 무려 7일의 황금연휴 기간이 있었다.
10/10일 금요일에도 쉰 분들은, 총 10일간의 긴 연휴를 즐길 수 있었다고 한다.
보통 추석 연휴가 길어야 5일 정도이니, 이번 7일의 연휴는 정말 말 그대로 '황금'연휴였다.
우리는 일주일 중 5일을 일하고 2일을 쉬는데,
여기에 2일이 추가로 얹어졌다는 것은 주말이 한 번 더 생긴 셈이니 말이다.
길 줄 알았던 연휴는 눈 깜짝할 새 지나갔다.
그리고 다시 맞이한 출근
다 같이 연휴를 보내고 온 터라 그런지 업무는 바쁘지 않았다.
여유롭기보다는 따분함에 더 가까운, 사무실에서 시간을 때우는 듯한 그런 날이었다.
그러던 중, 팀 단톡방에 올라온 사진 한 장
2044년까지 '꼭' 회사에 다녀야 하는 이유라는 제목의 사진이었다.
2044년 10월에는 1일부터 10일까지 무려 10일 동안 쉴 수 있는 황금연휴가 있기 때문에,
존버만이 답이라고 외친다.
2044년? 앞으로 19년인데 내가 과연 회사에 다니고 있을까?
당장 지금의 회사생활도 언제까지 해야 할지 고민 중인데,
19년 뒤까지 회사 생활이라니..
그때까지 회사원일 것이라는 생각은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습니다만...
단톡방에 한마디 한 마디씩 올라온다
'2044년이면 은퇴를 앞두고 있겠군요'
'그때까지 회사가 저희를 고용해 줄까요?'
'여러분의 2044년을 응원합니다.'
'2044년까지 숨참고 버티자!'
대화들을 보고 나니 문득 생각이 많아졌다.
2044년, 20년 후의 나는 어떤 삶을 살고 있을까?
우선, 그때까지 '존버하는 직장인'으로 살고 싶지는 않다는 것
그렇다면 회사 밖에서도 경제적으로 자립할 수 있는 능력을 길러야 한다는 말이 되겠지.
이것이 첫 번째 숙제다.
물론, 회사원이어도 좋다.
하지만 '버티는 회사원'은 되고 싶지 않다.
회사의 대표가 될 수도 있겠고!
2044년이면 나는 쉰 살이다.
엄마는 그때 몇 살이실까.
예전에 엄마에게 물은 적이 있다
"엄마는 몇 살까지 살고 싶어?"
"글쎄,, 75살? 너무 이른가? 그럼 80살쯤?"
엄마가 80살이면 앞으로 20년 남은 건데,
그 시간 동안 나와 엄마는 어떠한 시간을 함께 걸어갈 것 인가.
엄마가 내가 쉰이 되는 해에 없다고 생각하면, 벌써 눈앞이 흐려진다.
삶에 죽음이 있는 것은 당연하지만,
사랑하는 사람의 부재를 떠올리는 건 생각만으로도 너무 아픈 일이다.
빠르게 변화하는 세상 속에서 2044년의 지구는 어떤 모습일까.
깨끗한 공기 속에서 편안하게 숨을 쉴 수 있을까.
마음껏 마실 수 있는 맑은 물은 여전히 존재할까.
봄이면 꽃구경을, 가을이면 단풍구경을 갈 수 있을까.
지금 함께하는 친구들이 그때도 함께일까.
미래의 모습은 아무도 알 수 없지만,
확실한 건 하나 있다. 정해진 건 아무것도 없다는 것
나는 네모가 될 수도 있고, 세모가 될 수도 있다.
나를 한정할 수도, 성장시킬 수도 있는 사람은 결국 나.
어떠한 선택을 하는지, 어떤 삶을 꾸려나가는지에 따라 나의 쉰 살이 결정되겠지.
지구 환경은 내 의지만으로 바꿀 수 없지만, 삶의 태도는 온전히 나의 몫이다.
늦여름에서 가을로 넘어가는 선선한 저녁 바람이 좋다.
시원한 밤공기 속에서 친구들과 야외에서 맥주 한 잔 기울일 수 있는 시간이 좋다.
반바지에 긴팔을 입고 선선한 저녁거리를 거니는 그 시간이 좋다.
지구 온난화가 더 심해지면,
이 당연한 순간조차 누리지 못할지도 모른다.
당연하다고 생각한 것들이 결코 당연한 게 아니라는 걸
요즘 들어 자주 느낀다.
다정함과 따뜻함을 잃지 않고, 자주 웃고 자주 행복해하며
100년 남짓 짧은 인생 소풍처럼 살다가고 싶은 마음
사실 '2044년에도 당연히 회사에 다닐 것'이라는 동료의 말에 의문이 생겨
2044년을 글의 주제로 선택했는데, 쓰다 보니 앞으로의 20년에 대해 많은 생각이 든다.
나는 어떠한 점들을 찍으며 살아갈 것인지.
내 인생의 점들은 어떤 선으로 이어질 것인지.
스티브잡스의 연설 중 가장 좋아하는 구절이 있다.
You can't connect the dots looking forwards, you can only connect them looking backwards
so you have to trust that the dots will somehow connect in your future.
앞을 바라보고 있을 땐 점들을 연결할 수 없습니다.
뒤를 바라보고 있을 때만 오직 그 점들을 연결할 수 있습니다.
그러니 여러분의 미래에서는 이 점들이 어떤 식으로든 연결된다는 것을 믿어야 합니다.
좋은 미래의 내가 되고 싶다면, 현재를 잘 살아야 한다.
현재를 잘 살다 보면, 바라던 미래에 가까워지지 않을까.
대신 너무 집착하지 않고,
즐기면서, 내 마음을 자주 들여다보면서
자주 행복하면서
그리고 잘 먹고, 잘 자고, 잘 싸며
사실 이 세 가지만 잘 지켜져도 더할 나위 없는 인생일 것이다.
잘 먹는다는 건 경제적 여유가 있다는 뜻이고,
잘 잔다는 건 마음이 편하다는 뜻이며,
잘 싼다는 건 건강하다는 뜻이다.
쓰다 보니 삶의 방향성이 잡힌다.
누가 나에게 '어떻게 살고 싶어?'라고 묻거든
이제 이렇게 답해야겠다.
잘 먹고, 잘 자고, 잘 싸는 삶을 살고 싶어요.
글쓰기가 이래서 좋다.
2044년을 주제로 써내려 가다 보니, 결국 지금의 나를 돌아보게 된다.
글을 쓰는 순간, 내 생각을 관찰하고 삶의 방향을 다시 되짚어 볼 틈이 생긴다.
오늘은 이런 생각, 내일은 저런 생각을 하겠지.
글쓰기를 통해 과거를 꺼내보고 미래를 가져오면서
이런저런 풍성한 현재를 모아나가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