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을 다시 배우다

by 마음의여백

부모님께 연락도 드리지 않은 채 아침 일곱 시, 집을 나섰다.

출근 시간과 겹친 데다 밤새 내린 눈 때문인지 길은 좀처럼 풀릴 기미가 없었다.

내비게이션은 고속도로를 벗어나 생소한 길로 나를 이끌었고, 익숙해야 할 고향길은 낯선 풍경이 되어 흘러갔다.


세 시간 반이면 닿는다던 길은 다섯 시간이 걸렸다.

도중에야 부모님께 전화를 드려 점심을 함께하자고 했다.

어머니는 면 소재지에서 일을 마치고 나오셨고, 아버지는 나주에서 일을 마치시고 기다리신다고 했다.


시골에서 어머니를 모시고 나주로 향했다.

나주 곰탕집에서 아버지와, 막내 동생까지 함께 모여 늦은 점심을 먹었다.

식사를 마치고 전통시장을 둘러보며 순대와 고구마튀김, 과일을 샀다.


아버지는 중간에 농협에 들르셨다.

증손주에게 주신다며 딸기와 포도를 고르고 계셨다.

며칠 전, 딸기 케이크 앞에서 환하게 웃고 있는 손주 사진을 보시고

딸기가 여섯 개 올라가 있었다고, 그 작은 디테일까지 기억하고 계셨다.

증손주가 좋아하는 거라며.”

아버지의 말에는 설명이 필요 없었다.


잠을 설친 채 쉬지 않고 운전해 내려간 탓에 몸이 무거웠다.

시골집에 도착해 한 시간 남짓 잠을 청했다.

난방비를 아끼신다며 넓은 거실에는 온기를 들이지 않으신다.

그 공간의 냉기가 마음 한쪽까지 스며들었다.


하룻밤도 머물지 못하고 올라가는 발걸음이 내내 마음에 걸렸다.

한 달 뒤 설 명절에 다시 내려오겠다고 말씀드리며 챙겨주신 사랑을 싣고 집을 나섰다.

아버지는 증손주가 명절에 왔으면 좋겠다고 하셨고,

둘째 아들의 손녀도 함께 오느냐고 물으셨다.


올라오는 길은 덜 막혀 세 시간 반 만에 큰아들 집에 도착했다.

아버지가 사 주신 과일을 손주에게 건네고, 부모님과 영상통화를 했다.

손주는 두 손으로 과일을 꼭 쥐고

“잘 먹겠습니다.”

고개를 숙여 인사했다.

이틀 뒤가 어머니 생신이다.

다른 일정이 있어 조금 일찍 다녀왔다.

설 명절과 가까워 한 번도 어머니 생신에 찾아뵙지 못했는데,

이번에는 그 길을 다녀왔다.


부모님을 뵙고,

사랑을 다시 배우고 돌아왔다.


피곤하지만

마음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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