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찾는 오동도

by 마음의여백

드디어 여수 밤바다로 향한다.


우리는 한 동네에서 무려 이십 명이 같은 해에 태어났다.

그 시절에도, 위아래로도 이렇게 또래가 많은 해는 드물었다.


그 친구들이 세월 속에 흩어져 각자의 삶을 살다가

어느덧 함께 환갑을 맞이했다.


예전처럼 떠들썩하게 여는 환갑잔치는 사라진 시대라지만,

대신 우리는 함께 시간을 보내기로 했다.

“우리끼리라도 이 특별한 매듭을 자축하자”는 약속이

이 여행의 시작이었다.


지난해부터 이야기를 나눴지만,

모두가 시간을 맞추기가 쉽지 않아 결국 올해로 미뤄졌다.

그렇게 준비해 온 여행이 이제 보름 앞으로 다가왔다.


모두 함께하지 못하는 아쉬움은 남지만,

그래도 열네 명이 모여 15인승 차량에 몸을 싣는다.


중학교 수학여행 때 다녀왔던 오동도,

그리고 여수 밤바다와 불꽃놀이,

순천만까지 둘러보는 1박 2일의 여정이다.

여행을 준비하는 과정은 녹록지는 않았다.

아내의 눈치를 살살 보아가며(웃음) 일정과 숙소, 식당, 크루즈를 예약하고

동선 하나하나를 고민했다.


친구들이 낯선 곳에서 헤매지 않도록

지도를 들여다보고,

현지에 사는 지인에게 전화를 걸어 묻기도 했다.

중학교 수학여행 때,

한 방에 스무 명이 넘게 뒤엉켜 자던 밤,

그리고 한 친구가 사라져 모두가 밤새 찾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그 이후로 처음 다시 찾는 오동도다.

모노레일도 생기고, 주변 풍경도 많이 달라졌을 것이다.


그때는 시골 소년의 눈으로 바라보던 낯선 도시였지만,

이제는 수많은 시간을 지나온 중년의 마음으로

다시 그곳을 바라보게 된다.


46년 만에,

어릴 적 친구들과 함께 다시 밟는 오동도.


그리고 지금의 우리가 함께 만들어 갈

또 다른 시간들.


서울과 광주, 각자의 자리에서 살아가지만

우리는 여전히 이어져 있다.

가끔 안부를 나누고, 몇 년에 한 번씩 얼굴을 보며

그 끈을 놓지 않고 살아왔다.


어려운 시절에 태어나

누군가는 일찍 서울로 올라가 삶을 시작했고,

누군가는 가족을 위해 먼저 일을 배워야 했다.


그 시간을 지나

이제는 각자의 자리에서

부모로, 또 조부모로 살아가고 있다.


이번 여행에서는

그동안 미처 보지 못했던

친구들의 마음을 조금 더 들여다보고 싶다.


여수와 순천의 풍경을 눈에 담고,

그곳의 삶을 마음으로 느끼며,

서로의 시간을 조용히 나누고 싶다.


다시 만난 친구들과

함께 써 내려갈 추억의 한 페이지가

벌써부터 기다려진다.


그리고 나는,

이 순간들을 미러리스 카메라에 담아

사진과 영상으로 남겨

우리의 시간을 오래도록 기억하고 싶다.


언젠가 다시 펼쳐볼

우리의 이야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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