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함지산 등산

둘째의 돌사진을 직접 찍어보았다. 주변 용품은 대여하고 배경지만 따로 구매해서 찍었는데 생각보다 힘들었다. 저녁에 촬영해서 최대한 집을 밝게 하고 찍었는데 각도도 각도이며 아가가 막상 설정값을 이래저래 설정하고 찍었는데 아이가 불편해하는 표정이라 결과물이 영 아쉬웠다. 차라리 나중에 여유롭게 아이는 내가 웃기고 아내가 아이폰으로 찍은 사진이 제일 괜찮았다. 결국 돌사진은 아이가 이쁘게 나와야 하고.. 역시 상업사진은 아무나 하는 게 아니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오래간만에 대학교 친구들과 등산을 갔다. 함지산이라고 칠곡에 있는 곳인데 많이 높지도 않고 주변은 쾌적하고 좋았다. 서대구역은 처음 가봤는데 동대구역과 비슷하면서도 좀 더 조용했다.



함지산은 가볍게 등산하기 좋은 곳이었다. 대략 1시간도 안 되는 시간에 정상에 도달할 수 있었다. 친구들이 MMA를 좋아하다 보니 다게스탄 UFC 선수인 함마트 치마예프이름을 따서 함마트 치마예프산이라고 농담을 하였다. 매일매일 훈련하기엔 적절한 산이라고 생각된다.



오래간만에 친구들을 만나니 반갑고 챙겨주니 고마웠다. 오래된 친구일수록 더 조심하고 서로의 길을 응원해 준다.

체중이 무거워져서 그런지 30 중반을 넘겨서 그런지 부상이 자주 온다. 사실 30 중반이란 나이는 애매한 나이다. 누군가는 여전히 건강하고 철없는 나이라고 말할 수 있는데 애매한 주관적인 평가보다는 전반적으로 하락곡선을 타기 시작하는 나이가 아닐까 생각한다. 러닝을 심하게 하면 허리가 아프고 탁구를 심하게 하니 무릎이 아프다.



무조건 부딪혀봐라


동창들을 만나니 뜬금없이 잡생각이 들았다. 이런 삶을 살아왔었다고 생각한다. 특별한 계산을 하지 않고 일단 들이박고 똥인지 된장인지 확인하는 아주 가성비가 안 좋은 방법이다.


랭킹을 다루는 프로 경기에서도 처음엔 상대구분 없이 많은 경기를 하다가 나중엔 흔히 말하는 이지머니를 추구한다.

Well Begun is Half Done


여기서 가장 중요한 건 well begun이다. 좋은 시작이란 건 그만큼 잘 준비됨을 의미하는데 좋은 시작을 위해선 그만큼 많은 시간과 투자가 필요하다. 버티는 삶을 사는 사람들에겐 정말 쉽지 않은 일이다. 모든 것을 사회 탓으로 말할 수도 없지만 이러한 모든 것들을 단순 개인의 게으름으로 여길 수 없다.


최근 본 영화 중 “바튼 아카데미”에서 나온 대사가 생각난다.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삶이란 닭장 속 횃대 같은 것이야 더럽고 옹색한 법이지


이런 힘든 삶 속에서도 본인이 버티고 있는지 게으른 건지 스스로 알 수 있다. 내가 꾸준히 무언가를 노력하여 (시간은 상관없이) 내가 주어진 시간을 활용하고 있는가. 주어진 가라앉는 몸뚱이를 나는 바둥바둥 헤엄치고 있는가 아니면 그것도 모른 체 가라앉아 죽어가고 있는가.


물론 이런 바둥바둥 이 성공을 보장하지 않는다. 흔히 말하는 허무함은 이런 바둥바둥을 큰 성취와 연관시키기 때문이다. 이것의 목적은 나의 삶이 살아있다고 느끼기 위함이다. 다른 이의 평가나 결과에 흔들리지 않아도 된다. 냉정하고 야만에 기반을 둔 사회는 어떻게든 뒤흔들겠지만 그 흔들림의 목적은 뻔하다. 바둥바둥하고 있는 내 삶에 누군가의 비난이 거슬린다면 그건 잘살고 있다는 의미일 수 있단 생각이 든다.


무엇하나 명확하지 않지만 적어도 개헤엄을 친다. 가라앉고 싶지 않다. 영리하게 호흡하는 방법을 배워나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