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장을 가면

뜨내기의 관람

나는 축구에 관심은 있었지만 경기를 챙겨보거나 분석할 능력은 없다. 그래봤자 하이라이트나 보고 문맥 없이 화려한 문장 하나에 책 다 읽은 것처럼 아는 체하는 정도이다.


풋살도 1년 이상 주기적으로 운동을 했었는데 성격 탓인지 재능 탓인지 구기운동은 아무래도 어려웠다. 공 차고 가지고 노는 건 개처럼 좋아하는데 정작 경기에선 어디로 가야 할지 모른다.



전 회사동료가 축구를 좋아해서 가끔 축구장을 가자고 할 때가 있다. 학창 시절 평생 가본 경기 직관이라곤 손절한 친구와 야구장 간 게 전부인데.. 덕분에 평생 혼자 있음 안 가볼 경기장을 간다.


회사동료들은 전부 수도권 살기에 서울 쪽 좌석을 예매하는 게 무난하지만 우리는 매번 원정팀 위치의 좌석을 선택한다. 나름 이유를 정리하자면 아래와 같다.


일단 원정이다 보니 홈보다는 좌석이 여유롭다. 원정팀도 팀마다 숫자가 다르긴 한데 거리가 먼 팀일수록 아무래도 좌석이 넉넉하다.


원정팀 좌석에 앉으면 지방에서 올라온 팬들의 분위기를 경험할 수 있다. 메인 응원가도 다르고 특히 사람들의 사투리가 마치 다른 지역에 방문한 것 같은 기분이 든다.



난 고향 다음으로 서울에 가장 오래 살았다. 아마 요즘 직장이 수도권에 집중되어 대부분이 비슷할 것이다.


서울을 오기 전에도 여러 지방에 살았다. 다만 정착하진 못했다. 지방에 있을 땐 여러 가지 어려운 상황에 마주할 때 현실에 대한 부정을 많이 했다. 사회초년생이기도 했고 직업특성이기도 했으나 결국 뜨내기로서 살아왔다.


서울에 살다 보면 교통난이나 복잡한 삶이 삶을 고단하게 만든다. 그리고 간혹 산 좋고 물 좋은 곳으로 이사 가서 맘 편하게 살고 싶단 상상을 한다.


나도 모르게 한국사회를 살다 보면 듣게 되는 지역에 대한 이미지가 있다. 어느 지역은 인심이 좋다더라라던가 어느 지역은 의리가 있다던가.. 혹은 그 반대라던가


하지만 내가 뜨내기 생활을 하면서 경험한 건 아무리 산 좋고 물 좋은 곳이라도 인간은 똑같다. 결국 활동범윈 제한돼 있고 삶의 고단함은 그 드넓고 속 시원해 보이던 바다도 빠져 죽고 싶은 우울한 자살터로 만든다.


원정팀의 좌석에선 그런 괴로움이 없다. 선입견을 가지고 경계할 필요도 없다. 그저 처음 들어보는 응원가를 같이 응원하고 야유하며 경기자체를 이들과 즐긴다.


축구경기 직관은 한번 경험을 해보면 부담스럽지 않은 좋은 취미다. 지금 사는 삶이 지겹고 권태롭지만 그렇다고 무리하고 싶진 않을 땐 원정팀과 함께 응원하는 것을 추천한다. 부담스럽지 않은 여행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