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트폼 콘텐츠'가 유행하는 이유, "너 틱톡해?"
평소 여가시간을 보낼 때 넷플릭스와 유튜브를 자주 보곤 합니다. 주로 영화나 다큐멘터리를 시청하며 시간을 보내는데 가끔 카테고리를 뒤적거리다가 결국 못 보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런 경험을 주위에 말하면 다들 공감했던 상황도 있었죠. 그런데 이상하게 유튜브는 아무 고민 없이 잘 봅니다. 여느 때와 다름없이 카테고리를 뒤적거리다가 유튜브를 켜 시청하고 있을 때 넷플릭스는 결정을 못 내리는데 유튜브는 고민 없이 보는지 궁금해져 생각해보다 자연스럽게 쇼트폼 콘텐츠(쇼트폼 콘텐츠란 1~15분 길이의 짦은 영상을 의미합니다.)에 대해 찾아보게 되었습니다.
바쁜 일상을 보내면서 취미나 여가를 보낼 시간이 점점 줄어들고 있습니다. 몇년 전에는 바쁜 일상 속 '소확행'이 유행하며 작은 행동에서 의미를 찾는 라이프스타일이 생겨나기도 했습니다. 일상 속 잠깐의 시간에도 의미를 찾을 수 있는, 최대의 효율을 누릴 수 있는 행동이 트렌트화 되며 자연스럽게 유튜브도 성장했다고 생각합니다. 유튜브도 하나의 쇼트폼 콘텐츠 플랫폼이었습니다. 영화를 보고 싶으면 10분짜리 영화 요약 영상을 보면 됐고, 축구를 보고 싶으면 경기 하이라이트를 보면 됐기 때문이죠. 유튜브가 성장한 이유는 많지만 그중 하나는 '소확행' 라이프스타일에 맞는 쇼트폼 콘텐츠가 한 이유가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또 '소확행' 라이프스타일은 우리가 넷플릭스보다 유튜브를 더 쉽게 소비하게 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1시간에서 2시간 정도의 러닝타임을 가진 드라마나 영화보다 20분 이내의 유튜브 컨텐츠가 시간 대비 만족 효율이 높기 때문이니까요.
하지만 점점 더 짧은 영상들의 수요가 늘어나면서 초 단위의 영상 콘텐츠를 선보인 '틱톡'이 쇼트폼 콘텐츠의 대세로 자리 잡으며, 이제는 분 단위보다는 초 단위의 콘텐츠의 시장이 커지고 있습니다. 인스타그램은 지난 2월 쇼트폼 편집 영상 '릴스'를 국내에 내놓으면서 기존 인스타그램 영상에 다양한 엔터테인먼트 요소를 더하며 쇼트폼 콘텐츠 시장에 뛰어들었고 유튜브도 3월에 시범 서비스인 '쇼츠' 베타를 출시했습니다. 기존 쇼트폼 콘텐츠 플랫폼이었던 유튜브도 더 짧은 쇼츠를 선보인 것이죠. 또 많은 관심을 이끌어낸 창작자들에게 매월 현금을 지급하며 2022년 말까지 총 1억 달러를 투자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소확행' 라이프스타일과 쇼트폼 콘텐츠가 서로 연관되어 더 짧은 시간에 최대한의 효율을 누리는 것이 트렌드로 작용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브랜드들도 이를 파악해 더 짧은 콘텐츠 플랫폼을 선보이는 것이죠.
(1980년부터 2004년생까지를 일컫는 밀레니엄 세대와 1995년부터 2004년 출생자를 뜻하는 Z세대를 합쳐 일컫는 말)
왜 사람들은 짧은 콘텐츠를 더 선호할까요? 그 이유는 MZ세대를 살펴보면 알 수 있습니다. 공동체를 더 중시했던 기성세대와는 다르게 MZ세대는 '자신의 개성을 보여주는 것'과 '온라인에서 인간관계를 맺는 것'을 추구합니다. 이들은 개성을 뽐내는 것을 망설이지 않고 실행하고 이를 다른 사람과 공유하며 새로운 인간관계를 맺는 것을 선호하며, 메가 인플루언서나 트렌드를 쫓지 않고 개개인의 개성을 드러내는 작은 인플루언서가 되어 가치를 추구합니다. 그리고 그런 가치에 동감하는 브랜드에 보다 충성심을 갖기도 하죠. 또 인터넷에서 자신의 관심사와 맞는 카페나 커뮤니티에 찾아가 다른 사람들과 관계를 맺고 콘텐츠를 소비합니다.
예를 들어 자신이 춤 추는 것을 좋아하고 이를 개성이라고 생각한다면 틱톡으로 1분 이하의 짧은 영상을 찍고, 각종 효과와 음원을 통해서 개성을 더 부각해 업로드합니다. 그리고 자신의 개성을 좋아하는 사람들과 팔로우를 맺으며 소통합니다. 또는 최애(가장 좋아하는 아이돌)가 같은 사람을 온라인에서 만나고 친해져서 나중에 같이 온라인 콘서트를 시청하기도 하고 관련 굿즈를 공동 구매하기도 합니다.
얼마 전 MZ세대인 지인과 식사를 하면서 다꾸('다꾸'란 다이어리 꾸미기의 준말로 다이어리를 개성에 맞춰 꾸미는 행동을 뜻합니다.)라는 것을 새롭게 알았습니다. 특정 유료 일기 어플을 통해 다꾸를 하는 지인은 '단순히 꾸밀 것이 많아서'라고 이 어플을 사용한다고 말했습니다. 유료더라도 개성을 보여줄 꾸밀 것이 많다면 흔쾌히 값을 지불하고 사용한다는 것이였습니다. MZ세대가 개성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다는 증거이기도 했습니다.
이런 MZ세대가 사회에 미치는 힘은 생각보다 강합니다. 이들 사이에서 발생된 트렌드가 사회 주류 문화로 되기까지 약 1년 정도밖에 걸리지 않는다고 합니다. 지난 2년간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였던 틱톡은 올해 말 미국에서 인스타그램보다 더 많은 Z세대 사용자를 보유할 것으로 예측되기도 하였죠.
쇼트폼 콘텐츠의 강점은 무엇일까요? 틱톡을 한번 살펴본 저는 생각보다 다양한 콘텐츠에 놀랐습니다. 그중 생각지도 못하게 취향에 맞는 콘텐츠들도 있었습니다. 재미는 물론이고 영감을 받는 콘텐츠들도 있었죠. 다른 플랫폼을 살펴보니 각 플랫폼만의 특징이 존재했습니다. 틱톡은 다양한 카테고리에 많은 영상들이 있었고, 유튜브는 기존 영상 콘텐츠의 하이라이트 부분이나 재밌는 부분을 편집해서 올리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인스타그램은 기존의 클릭했던 영상과 관련된 콘텐츠를 주로 노출되는 것 같았습니다. 저는 그중 틱톡이 가장 재밌고 볼거리도 많았습니다. 일명 취향저격 콘텐츠들이 많았죠.
그렇다면 왜 틱톡의 쇼트폼 콘텐츠가 더 재밌다고 생각되고 왜 이렇게 높은 성장률로 예측되었을까요? 저는 틱톡이 더 재밌고, 더 성장할 수 있다고 예측되는 요인 중 하나가 '다양성'이라고 생각합니다. 카테고리의 다양화를 통해 쉽게 취향을 선택할 수 있고 소비할 수 있습니다. 또 손쉽게 편집해 업로드할 수도 있습니다. 업로드의 접근성이 뛰어나 누구나 영상을 올릴 수 있죠. 유튜브는 편집이라는 커다란 난관이 있어 접근하기 꺼려지기도 하며, 인스타그램은 접근성은 뛰어나지만 아직 다양성이 부족하다고 느꼈습니다.
이는 틱톡의 또다른 강점과도 이어집니다. 틱톡을 살펴보면 수백 가지의 필터와 효과, 음원이 있습니다. 타 플랫폼보다 많은 필터와 효과, 음원을 통해 자신의 개성을 더 뚜렷이 꾸밀 수 있는 '또 다른 다양성'을 가진 틱톡이 성장하는 것은 어떻게 보면 당연하다고 생각합니다. 지극히 개인적인 다이어리도 다양하게 꾸미는 MZ세대에게 다양성으로 니즈를 충족시켜서 말이죠.
앞으로 쇼트폼 콘텐츠를 시도하는 브랜드가 많아질 것으로 보입니다. 아니면 새로운 플랫폼이 등장할 수도 있겠죠. 잠깐 쇼트폼 콘텐츠를 이용해본 저도 영감을 받은 콘텐츠가 있었으니까요. MZ세대의 어마어마한 영향력으로 새롭게 생길 트렌드가 무엇일지 문득 궁금해지는 순간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