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야크와 K2는 어떻게 등산화로 매출 100%가 증가했을까?
요즘 주말마다 한 번씩 동네산으로 등산을 갈 정도로 등산에 관심이 많아졌습니다. 좋아하긴 하지만 아직까지는 등린이(등산+어린이)의 티를 내는 초보 등산가이기도 합니다. 몇 주전 제가 사는 지역에서 유명한 산의 정상에 올랐을 때였습니다. 정상에 오르고 잠시 휴식을 취하던 도중 문득 주위를 봤을 때, 등산객 중 20대와 30대의 등산가들이 절반 넘게 차지하고 있었습니다. 다들 캐주얼한 복장으로 자신을 표현한 개성 있는 모습이었죠.
'몇 해 전까지만 하더라도 4050 세대의 전유물이었던 '등산'을 현재는 왜 2030 세대가 더 찾을까?'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전에 아웃도어 브랜드인 블랙야크와 K2의 신발 매출이 100% 이상 증가했다는 뉴스를 봤던 기억이 났기도 하고요. 2030 세대가 등산을 즐기는 것과 아웃도어 브랜드의 매출 상승이 서로 부합했던 것일까요? 더 이상 2030 세대와 등산은 더 이상 판이하지 않은 것일까요?
자기 계발에 대한 관심과 코로나19
과거 직장인에게 야근, 무조건적 업무 중심은 현재의 일이 미래를 위한 일이라고 여겨졌습니다. 현대에 와서는 일명 워라벨이 큰 관심을 받으며 무조건적인 업무 환경을 지양하고 퇴근 후 여가활동, 자기 계발이 소비 트렌드로 나타나며 서점에는 자기 계발 도서가 항상 베스트셀러에 올라가 있고, 영어 공부 관련 유튜버들은 크게 성장했습니다.
특히 운동은 자기 계발의 기본이라고 불릴 만큼 많은 사람들이 갖고 있는 취미이기도 하죠. 하지만 코로나19가 팬데믹으로 확산되면서 동네 헬스장, 실내체육시설의 사용을 제한하며 운동을 원하는 사람들은 점점 야외로 눈을 돌렸고 MZ세대(밀레니얼의 M과 제너레이션의 Z를 합친 용어, 18~34세의 젊은 세대를 칭한다.)는 헬스장 대신 산으로 향했고, 아웃도어 브랜드를 소비하기 시작했습니다.
아웃도어 브랜드들은 2030의 라이프 스타일에 맞는 제품을 기획하고 출시했습니다. 그중 가장 인기 있는 제품은 등산화입니다. 등산화는 등산 장비 중에서도 입문 아이템으로 꼽히는데 산행을 할 때 일반 운동화를 신으면 사고가 발생할 위험이 있다는 것이 이유였습니다.
유독 스니커즈를 비롯해 신발을 좋아하는 MZ세대의 소비 특징이 있기도 합니다. MZ세대가 가장 선호하는 등산화 디자인은 스니커즈와 유사한 짧은 발목 디자인에 개성 있는 색감의 등산화이며 그중 주로 3시간 이내 산행에 적합한 경등산화가 사랑받고 있습니다. 전문적인 산행보다는 자기 계발의 한 수단으로 즐기는 취미생활이기 때문에 중등산화보다 경등산화를 더 선호하며 블랙야크와 K2의 베스트셀러 역시 경등산화다.
선한 모델 파워를 가진 수지와 아이유
몇 년 전 배우 수지가 사용하던 핸드폰 케이스가 위안부 할머니들을 돕기 위해 만들어진 것으로 알려진 일이 알려져 해당 브랜드의 핸드폰 케이스가 단시간에 매진되었던 일이 있었습니다. 인터넷 상에서 이슈로 자리 잡은 그 일은 당시 광고 공부를 하고 있던 저에게 신선했던 기억으로 남아있기도 합니다. 한 사람의 행동이 브랜드의 성장에 영향을 끼칠 수 있구나라고 느꼈던 이슈였죠.
소비자 관점에서 착한 소비(개인의 소비 행위가 이웃, 사회, 나아가 환경에까지 미치는 효과를 고려하고 배려하는 윤리적 소비)가 관심을 받으면서 선한 행동이 일종의 컨셉처럼 자리 잡았습니다. 인스타그램에 착한 소비의 태그가 5.9만 개나 될 정도로 착한 소비에 대해 소비자의 관심은 뜨겁습니다.
그렇다면 만약에 자신이 호감을 갖고 있는 유명인이 착한 소비를 한다면 어떨까요? 자연스럽게 착한 소비에 대해 관심이 갈 것이고 유명인이 사용하는 브랜드나 제품에 대해 알게 될 겁니다. 이후 그 유명인이 사용하는 브랜드에 대해 호감을 느끼고 구매 여부를 정할 가능성도 농후합니다. 브랜드 인지를 넘어 구매 행동까지 짧은 시간 안에 도달하는 것이죠.
무엇이 그들을 따라 하게 만들까요? 저는 모델의 선한 영향력이 구매에 있어 소비자들에게 중요한 요인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선한 영향력을 가진 모델은 소비자들의 행동을 이끌 수 있는 영향력이 있습니다. 이 힘은 착한 소비와 관련이 적은 브랜드여도 작용합니다. 마치 수식어가 붙듯 '그 사람이 착용한 거니까'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죠.
블랙야크와 K2의 모델인 수지와 아이유는 MZ세대에게 가장 사랑받는 연예인입니다. 또 꾸준히 기부하며, 착한 소비가 이슈가 되고, 미담이 널리 이슈가 되며, 롤모델이 되는 선한 영향력의 연예인들이기도 하고요. 그렇기 때문에 소비자 관점에서 이 두 아웃도어 브랜드의 제품은 비교적 관대하게 구매할 확률이 높습니다. 선한 영향력의 효과를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받았기 때문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