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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이큐 Dec 09. 2023

[29] 둘째 딸과의 서울행(1)

“안녕하세요...” 처음 만나는 사람에게 건네는 말이다. 

o그램을 하면서 인친이 늘었다. 친구라기 보단 지인이 정확한 말이겠지만, 지인은 아는 사람을 의미하니 그냥 인친이라 부르겠다. 

중년아티스트님을 만난 것이 계기가 되어서인지, 인친을 만나는 것이 생각보다 상당히 설레고 즐겁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매번 만나는 사람들과 다른 환경에서 다른 곳에서 살고 있는 사람들은 어떤 생각을 하고 어떻게 지내는지 궁금하기도 하고, 나의 인친들은 대부분 다 예술 쪽이기 때문에 공감대도 있다고 생각해서인지 그들을 만나는 것이 나의 소확행이 되었다. 

물론 내가 서울에 살았다면 여러 명을 만났겠지만, 나는 충청도에 살고 있기도 하고 평일에는 출근해야 하기 때문에 만나기가 쉽진 않다. 그래도 서울은 가깝고 교통편이 잘되어있기 때문에 서울은 가능성이 있지만, 그 외 지역은 애매하다.  

청년아티스트를 아직 못 만나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둘째 딸이 서울에 가자고 조른다. 그냥 서울에 가고 싶단다. 몇 주 전부터 노래를 불렀다. 한번 말한 것은 꼭 확인받고 끝까지 실행해야 하는 성격의 둘째 딸이기에 딸의 제안에는 쉽게 답하지 않는다. 

그러다가, 결국 무심코 한 둘째 딸의 서울 가자는 제안에 알겠어라고 덜컥 답해버렸다. 별 의미 없이 한 대답이라고 해도 둘째에게 말한 것은 지켜야 한다.  

안 지키면 내가 피곤하다. 

서울 가서 특별히 할 것은 없다. 그냥 서울이 가고 싶단다. 와이프는 첫째와 일정이 있어서 둘째와 나만 가기로 합의를 보고 무엇을 할까 고민했다. 

기왕 이렇게 된 거. 그동안 가보고 싶었던 갤러리를 구경 가기로 했다. 

강남고속버스터미널과 가까운 곳 중 두 곳을 정했다. 그리고 관련 인친들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혹시 서울가게 되면 뵐 수 있냐고.. 

다행히 두 분 다 뵐 수 있었다. 

만나는 시간과 거리를 잘 계산해서 실행하기로 한다. 

둘째는 서울에 가는 것인 만큼 머리도 질끈 묶고 최대한 깔끔해 보이게 와이프가 신경 써준다. 

하지만, 왜 이리 그리 귀엽던 둘째가 오늘따라 촌스러운? 것이지... 

그래도 귀엽다. 둘째와 버스를 타고 컬투의 두 시 탈출 레전드 사연을 들으며 서울로 출발했다.  

차가 생각보다 막혀서 두 시간정도 걸린 것 같다. 

지친 대로 지쳐 보이는 둘째가 배가 고프단다. 

딸, 뭐 먹고 싶어? 

짜장면.. 

역시 둘째 귀엽다. 서울까지 와서 먹고 싶은 것이 짜장면이라니.. 

백화점 지하 식당에서 짜장면을 먹고, 옷을 사주러 백화점 꼭대기 층으로 올라갔다. 오후에 인친 들과 갤러리를 편하게 구경하기 위해선 반드시 둘째의 기분이 좋아야 한다. 

하지만, 둘째 스타일의 옷이 보이지 않는다. 불안해진다.  

백화점은 또 왜 이리 넓은지 지친다.  

둘째의 표정의 암울함이 극에 달할 때 다행히 둘째 스타일로 보이는 니트를 발견했다.  

이거 어때 딸에게 떨리는 마음으로 물었다. 

다행히 싫지 않은 표정이다. 

입어볼래? 

안 입는다고 하길래, 거울에 비춰본다. 

입어볼래? 다시 물었다. 

입어본단다.. 마음에 든 것이다. 

그리고 그 니트와 어울리는 남방은 어떻냐고 물어보니 그것도 맘에 들어하는 눈치다. 

다행히 둘째의 기분이 좋아졌다. 

그렇게 우리 둘은 첫 번째 미션을 완료하고 인친들을 향해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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