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많은 사람을 사귀는게 참 어렵다. 어렸을땐 주변에 사람이 많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아는 사람, 연락할 사람, 놀아줄 사람들이 주변에 많으면 많을수록 좋은 사람이라는 인증을 받는 것이라고 말이다. 그래서 가끔은 내가 좋은 사람이 아닌가.. 라는 생각을 한 적도 있었다.
학창시절부터 좋아하는 사람 몇명과 진한 우정을 나누는 것을 좋아했고, 이는 사회생활을 하면서도 이어졌다. 하지만, 사회에서는 내가 좋아하지 않는 사람들과도 어쩔수 없이 많은 시간을 보내야 했다. 많은 사람들과 더불어 세상을 살아가려면 누구나 그러해야 한다 생각했다. 30대까지도 사람과의 관계를 조절하는 것이 쉽지가 않았다.
관계에 대해서도 힘들었지만, 가장 큰 문제는 자꾸만 떨어지는 자존감이었다. 다양한 사람을 사귀는 걸 즐기지 않는 자신에 대한 신뢰가 무너져 있었다. 내가 문제가 있어서 사람을 잘 못사귀는게 아닌가란 생각이 은연중 내 마음속에 자리잡았다.
40대가 넘어가니 조금씩 연륜이 생겼다. 아니.. 그런 환경이 자연스레 만들어졌다. 나이 마흔에 둘째를 낳았다. 그러면서 장기간의 휴직을 신청하게 되었고, 이는 그동안의 주변관계에 대해 정리할 수 있는 시간을 가져다 주었다. 그리고 투자공부를 하게 되면서 시간만 죽이는 불필요한 만남은 하지 않게 되면서 더욱 주변관계가 빠르게 정리되었다.
이제는 사람을 가려서 만나고, 만나더라도 선을 지키는 법을 나름 터득했다. 이젠 이런 내가 좋은 사람이 아니라는 터무니 없는 생각은 하지 않게 되었다. 오히려 이런 나를 더욱 사랑하게 된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