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포기하는 러너들, 페이스(pace)의 중요성

_ 나만의 페이스를 찾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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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발도 사고, 워치도 사고, 케이던스도 어느 정도 일정해 지며 나의 러닝은 어느정도 완성이 된 느낌이 들었다. 그런데 생각해 보면 러닝을 즐기는 느낌은 아니었다. 러닝 부심 때문인지 승부욕 때문인지 러닝 그 자체 보다 오늘은 몇 키로를 몇 분 몇 초에 달렸는지, “기록”에 더 집착했다. 무엇에 쉽게 중독되고, 승부를 즐기는 성향 탓에 러닝에서도 “기록 깨기”에 중독 되어 스스로 어제의 나와 경쟁하며 승부욕을 불태웠다. 이런 승부욕은 때론 강력한 동기부여로 작용하며 좋은 성과와 결실로 이어질 때가 많기도 하지만, 그 것 자체를 즐기는 여유나 편안함에는 취약하다.


1km를 달리는 평균속도를 페이스(pace)라고 하는데, 처음엔 1km를 6분-7분 대로 달렸으니 나의 페이스는 6-7분 페이스였다. 5km를 달리면 보통 30-35분 정도가 걸리는 속도였다. 이 속도가 익숙해질 즈음 조금씩 욕심이 나기 시작했다. 그냥 욕심이 나는 정도면 큰 문제가 없었을텐데 “중독+승부욕”이 더해지며 점점 빠르게 달리기에 빠져들었다. 1km를 5분대 페이스로 달리기 시작했고 얼마 지나지 않아 5분대 페이스를 넘어 이제는 4분대 페이스로 달리기 시작했다. 쾌감은 상당했다. 신장 180cm에 긴 다리로 팡팡 치고 달리며 다른 러너들을 쉴새 없이 앞지르는 쾌감은 진짜 상당했다. 이제는 5km를 23분에 달리게 되었다. 자부심이 차올랐다.


그런데 문제가 생기기 시작했다. “심박수”가 문제였다. 기록을 앞당기며 “빠르게”에 집중하다 보니 러닝 내내 심박수가 170-180까지 올라갔다. 심장이 거의 터지는 상태로 달리는 것이었다. 5km를 달리는 25분 내내 숨이 넘어갈 것 같은 상태를 견뎌야 한는 건 생각보다 너무 괴로운 일이었다. 그러다 보니 러닝하러 나갈 때마다 괴로운 생각이 들면서 생각지 못한 부담감에 흥미가 살짝 떨어지기 시작했다. 그무렵 또 한 번의 발목 부상이 겹쳐 강제로 러닝을 쉬게되며 ‘아…이래서 다들 러닝을 포기하는구나’하는 쓸쓸한 생각을 하게 되었다.


나중에야 알게 되었는데 러닝을 편안하게, 오래 하려면 심박수 관리가 중요했었다. <220-자기 나이>라는 ‘최대 심박수’라는 개념이 있었다. 50대를 훌쩍 넘긴 나의 최대 심박수는 얼핏 계산해도 160대 정도였다. 그런 내가 170-180대의 심박수로 러닝을 하고 있었으니, 이건 몸을 위한 러닝이 아니라 몸을 혹사 시키는 러닝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사람들 앞지르고, 기록 단축하는 재미에 빠져 최대 심박수에 넘치도록 달리며 괴로운 러닝, 무모한 러닝을 하고 있었다.


‘존2 러닝’이라는 개념도 알게 되었다. 자신의 최대 심박수의 60-70%로 달리는 것을 말하는데 그 정도의 심박수를 유지하려니 당연히 속도(페이스)를 늦춰야 했다. 심박수가 130대를 넘지 않게 달리는 훈련을 시작했다. 조금 천천히, 조금 느리게, 급한 마음을 내려 놓고 내 호흡과 심박수에 집중하며 ‘나만의 페이스’를 찾기 위해 달리고 또 달렸다. 2-3주 연습을 하다 보니 정답이 나왔다. ‘630 페이스’가 나만의 페이스였다. 1km를 6분 30초에 달리는 페이스로 달려보니 심박수가 130대를 유지하며 편안한 달리기가 가능했다.


630 페이스로 달려보니 러닝이 더이상 괴롭지 않았다. 더 놀라운 건 더 오래 달릴 수 있게 되었다는 것. 그동안은 심장이 터질 정도로 달리다 보니 5km 이상을 달리지 못했는데 나만의 페이스로 달려보니 6km, 7km 점점 거리가 늘더니 나중에는 10km 달릴 수 있게 되었다. 막다른 골목, 절벽의 끝에서 구원자를 만난 기분이었다. 꾸준하게 연습을 거듭했다. ‘러닝=괴로움’이었던 공식이 깨지고 나니 러닝이 즐겁고 재밌었다. 몸이 점점 강화 되면서 15km 정도를 달려도 심박수를 130대로 유지하게 되었다.


이 세상에 그냥 얻어지는 깨달음은 없는 것 같다. 스스로 경험하고, 노력하고, 애를 써야만 나만의 깨달음을 얻게 된다. ‘나만의 페이스’를 찾았던 그 순간은 인생에서 몇 번 안 되는 “유레카!”를 외치고 싶은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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