_러닝, 고난과 선물
나의 첫 이야기 “러닝 부심”에서 말했지만 달리기라면 어느정도 자신이 있었다. 평생 1천미터 1등의 히스토리가 증명 하듯이 단순한 근자감은 아니다. 한가지 더 설명하자면, 나는 키 180.7센티미터에 NBA 흑인 농구선수 체형이다. 한국 남자들과 달리 다리가 길고 종아리는 얇고 탄력이 있다. 그래서 80년대 중고등학교 시절엔 일명 “롱다리 주법”으로 경쟁자들을 압도했다. 발레리나 같은 유연성에 흑인의 탄성이 더해져 다리를 길게 찢어 성큼성큼 내달리면 그 누구도 따라오지 못했다.
러닝 초기에는 나의 자부심 “롱다리 주법”으로 빠르게 달리며 다른 러너들을 앞지르는 재미도 러닝의 즐거움 중 하나였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러닝 거리가 2키km, 3km, 5km로 점점 늘어나면서 빠르게 달리는 롱다리 주법에 한계(?) 같은 것이 느껴졌다. 분명 기록은 빠른 것이 맞는데 달릴수록 ‘괴로움’이 더해졌다. 그당시 1km를 4분대 후반으로 달렸는데, 5km 피니쉬 지점에 다다르면 심장은 터지기 직전이었고, 무릎과 발목은 부러지기 직전의 고통이었다. 이러다 보니 러닝을 생각하면 ‘괴로움’이라는 기분이 자동으로 따라 붙었다. 그즈음 무릎 통증이 심해지며 러닝에 최대 위기를 맞게 되었다.
무릎이 너무 아파 일단 쉬어야만 했다. 쉬면서 포털과 SNS를 통해 러닝 부상에 대해 검색하다 보니 의외로 많은 러너들이 부상 때문에 고통 당하고 있었다. 가장 많은 부상 부위는 발과 무릎이었는데, 가장 큰 원인은 과체중이었다. 현재 내 체중은 80kg에서 85kg을 왔다갔다 하는데, 80년대에 롱다리 주법으로 기세가 하늘을 찌를 때 내 체중이 68kg이었음을 생각하면 지금은 20kg 살 한 포대를 등에 지고 달리는 겪이었다. 어쩌면 부상은 당연한 결과였다. 슬픈 마음으로 부상 관리와 재활, 재발 방지 등에 대해 정보를 더 파고 들다 보니 낯선 단어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케이던스”
생전 처음 들어보는 단어였는데, 좀 뛴다는 사람들은 이 케이던스가 대부분 특정한 값으로 일정했다. 초보 러너들 중에도 케이던스 개념을 알고 이상적인 케이던스를 훈련하는 포스팅이나 영상도 상당히 많았다. 케이던스(Cadance)는 러너가 달릴 때, 1분 동안 땅을 내듣는 횟수를 의미하는데 대부분 동의하는 이상적인 케이던스는 170이다. 케이던스가 너무 낮으면 달릴 때의 충격이 발과 발목에 큰 데미지를 주어 부상에 취약하다는 결론이었다. 나의 케이던스를 어떻게 알아보나 했는데, 이미 애플워치가 그동안 나의 모든 러닝에 케이던스 데이터를 제공하고 있었다. ‘인식이 대상을 창조한다’고 하더니 이미 제공되던 케이던스 정보가 그동안은 안 보이더니 이제야 보이게 되었다.
헉! 확인한 내 케이던스 정보는 약간 충격적이었다. 내 케이던스는 대부분 130에서 140 정도였다. 케이던스를 170 정도로 달리려면 발을 짧고 빠르게 움직이며 “총총총총” 소리를 내며 달려야 하는데, 나는 오래된 잘난척에서 시작된 롱다리 주법으로 “겅중겅중” 달렸던 것이다. 낮은 케이던스에 과체중 까지 더해지며 내 무릎과 발목은 어마어마한 데미지를 감당해야 했던 것이다. 타고난 흑인 농구선수 체형의 탄력도 잘못된 주법 앞에서 무너지고 말았다. 부상에서 회복한 이후, 케이던스를 높이기 위해 꽤 긴 시간 노력을 했다. 목표한 케이던스를 정하고 보폭을 줄여가며 꾸준하게 훈련했다. 한 달 정도 꾸준히 연습했더니 130-140이던 내 케이던스는 이제 165-170 정도로 일정해졌다. 1년 넘게 별다른 부상 없이 달리게 되었다.
어떤 일이든 “배움”이 필요하단 것을 다시 한 번 느꼈다. 그 배움의 시간이 부족하면 결국 “몸이 고생”을 하게 된다. 이 깨달음은 이전에 여러 번 경험했던 깨달음인데 이놈의 급한 성격 탓에 그 배움의 시간을 항상 인내하지 못한다. 이정도면 그냥 운명으로 받아 들여야 하지 않을까. 몸이 큰 고생을 겪긴 했으나 케이던스라는 커다란 러닝의 동반자를 얻었다. 늘 그렇듯 여려움은 선물과 함깨 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