_ 벽돌 스마트폰 들고 뛰기를 멈추다
러닝을 막상 시작해 보니 생각보다 고되고 지루한 운동이었다. 나중에야 나만의 “페이스”를 찾아서 좀 수월하게 뛰는 법을 깨닫게 되었지만, 처음에는 내가 도달하고 싶은 기록과 내 몸 상태의 부조화 속에 “러닝=괴로움”이라는 공식에 완벽하게 지배 당하게 된다. 게다가 혼자 달리다 보니 아무런 대화나 소통 없니 몇십 분 씩 달리기만 하는 건 정말 지루한 일이었다.
이런 지루함과 부조화를 극복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것이 있었으니 그건 바로 내 몸으로 생성하는 “기록 측정”이었다. 잘 뛰든 잘 못 뛰든 모든 러닝은 기록으로 표현된다. 기본적으로 러닝 거리와 시간, 심박수와 태운 칼로리, 운동강도 등 스마트폰을 들고 뛰기만 하면 이런 기본적인 기록 측정 정보를 눈으로 확인할 수 있다. 무작정 달릴 때는 힘만들고 지루했는데, 측정된 기록을 확인하는 법을 익히며 상황은 조금씩 나아졌다.
평생 아이폰 유저인 내가 처음에 요긴하게 사용했던 앱은 “피트니스”라는 아이폰 기본 앱이었다. 무료로 사용하는 기본 앱임에도 불구하고 러닝에 대한 상당히 상세한 정보를 제공해 주는데, 러닝 도중 또는 러닝 후에 이 기록을 확인하는 재미가 쏠쏠했다. 어제보다 더 달렸을 때, 지난 번보다 더 빨라졌을 때, 예전보다 심박수가 더 안정 되었을 때 등등 측정된 기록을 확인하며 러닝은 “무작정”이 아니라 “과학적인”으로 바뀌며 재미가 붙기 시작했다.
그런데 몇 번 달려 보니 무거운 아이폰을 들고 뛴다는 것이 생각보다 힘든 일이었다(참고로 내 폰은 아이폰 15 프로맥스다). 잠깐 들고 있을 때는 몰랐는데 20분 30분 씩 들고 뛰다보면 벽돌을 들고 뛴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폰을 허리에 벨트처럼 찰 수 있는 것도 사용해 보고, 팔에 차는 것도 사용해 봤는데 영 시원찮았다. 그때 눈을 들어 러닝 고수들, 고인물들을 바라보며 해답을 얻었다. 고수와 고인물들 중 누구도 폰을 손에 들고 뛰는 사람들이 없었다. 대신 손목마다 작고 영롱한 시계를 차고 달렸는데 그게 “스마트 워치”였다.
“앱등이”인 나의 선택은 당연히 애플워치였다. 처음 구매한 제품은 애플워치 7 스테인리스 44mm 모델이었다. 라이프스타일에도 사용하려고 약간 무게감이 있지만 스테인리스 모델을 선택했고, 달리다가도 오는 전화를 받아야 한다는 생각에 GPS 모델이 아니라 별도의 요금을 지불하는 셀룰러 모델을 선택했다. 선택은 완벽했다. 벽돌같은 폰을 들고 달리지 않는 것 자체가 큰 해방감을 안겨다 주는대, 달리며 자주 확인하게 되는 중요한 수치인 페이스, 심박수, 케이던스 등을 순간순간 간편하게 확인하는 것은 신세계 그 자체였다.
“아…이래서 워치를 사는구나”
애플워치로 스마트워치 세계에 입문해 보니, 가민, 코로스, 순토 같은 이름도 생소한 러닝워치 절대 강자들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갤럭시 워치나 샤오미 워치 같은 제품도 가성비로 많이 팔리고 있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운동이던 일이던 “불편한” “불필요한” 것들을 제거하는 것은 중요하다. 작은 불편함, 작은 불필요함들이 해결되지 못한 채 쌓이다 보면 근본적인 일의 진행에 문제를 일으킬 때가 있기 때문. 그런 면에서 러니 워치 구입은 탁월한 선택이었던 것 같다. 이제 애플워치를 구매한 지도 5년이 되어간다. 애플의 고질적인 배터리 이슈로, 한겨울에는 100%로 완충하고 달려도 영하의 날씨 속에 배터리가 순식간에 0%로 떨어지며 먹통이 되곤한다. 아직 실행에 옮기진 않았으나 머지않아 현실에서 이루어질 내 머릿속의 생각 하나…
“아…이래서 비싼 러닝 전문 워치를 사는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