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유아기
연필을 잡았던 돌잡이 후, 조금 자란 당신은 할머니댁 대신 동네의 놀이방에 다녔었다.
몸통만큼 큰 어린이용 책을 읽으면 어머니는 그렇게 기뻐하셨었다.
그 어린 나이에 튼튼영어 같은 학습지를 시작할 만큼 어머니의 교육열은 뜨거우셨다.
그 이후 여섯, 일곱 살 무렵에는 정화유치원에 다녔었다.
유치원 무렵에는 "누가 내 치즈를 옮겼을까"라는 책을 스스로 읽었었는데, 처음으로 어른들이 읽던 책을 읽어서 자랑스러웠었다. 물론, 내포된 내용은 이해하지 못해 그저 쥐들에 대한 이야기로만 기억했다.
원장 선생님은 아이들을 좋아하는 아주 친절한 분이셨고, 그 밑으로 각 반을 담당하던 선생님들이 있었다.
그중에 한 사람은 꽤나 무서웠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다행스럽게도 난 그 사람 반은 아니었다.
유치원 앨범이 있어서 큰 체험 활동은 사진으로 남아있으나, 사실 대다수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
전쟁기념박물관, 열무 뽑기, 여름캠프, 가창발표회, 시장놀이, 병원놀이, 고구마 텃밭, 스케치 여행, 동구릉견학, 전통놀이, 웅변 발표회, 재롱 잔치, 도자기 박람회, 김장 등등... 은근히 많은 일들을 했었다.
그 와중에 몇 가지 어렴풋이 남은 기억들이 있다.
유치원 근처에 있던 작은 시장에서 장을 보는 것을 배운 것과, 초콜릿 등의 과자로 약을 처방하던 병원 놀이 이 정도는 기억에 남는다.
또 유치원 1층에는 은행이 있어서 통장을 만들고 은행에서 저축하는 법도 배웠었다.
아버지는 친구들 사이에서 기죽지 말라고 늘 만원씩 저금하도록 내주시곤 했다.
당시에는 5만원권은 커녕 화폐가 바뀌기도 전이라 진한 녹색의 만원을 내밀던 것이 기억에 남는다.
하루는 10만원권 수표를 주신 적이 있는데, 너무나도 다르게 생긴 종이 쪼가리가 같은 돈이라는 게 참 신기했던 기억도 난다.
또 뭐가 있을까, 유치원 건너편에는 크라운 빵집이 있었던 것도 기억난다.
원장 선생님께서 진한 녹차와 건빵으로 알려주셨던 다도법, 유치원 안에 있던 2000년대 아동용 볼 풀장, 레크리에이션 강사가 시키던 게다리춤, 유치원에서도 한창 재밌게 보던 디지몬 방송 등이 떠오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