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허 생각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허도령 Feb 27. 2022

아이패드가 사고 싶은 이유

고찰 일곱, 무차별한 소비에 대하여

아이패드를 거머쥔 모습

아이패드 갖고 싶었다. 사기 전, 왜 내게 아이패드가 필요한지, 그 이유에 대해 곰곰이 생각해보았다. 아이패드에 어떠한 최첨단 부품이 들어가 얼마만큼의 성능을 가졌다한들,  손에 쥐어지면  유튜브 머신이  것이 뻔했다.


머리로는 알았다.

그러나 언제나 그렇듯 소비는 이성적으로 하기 어렵다. 어렵다기보다는 고통스럽다. 광고는 언제나 우리를 현혹시킨다. 마치 그들이 파는 제품을 사면 비루한 일상과 공허한 마음, 지루함이 한 번에 날아갈 것처럼 보여준다. 어릴 적에는 그게 정말인 줄만 알고 ‘욕망’을 ‘필요’에 포장해 생각하고는 했다.


지금도 광고가 날 흔들리게 할 때면 나는 내가 가진 옛날 제품의 광고를 검색해 찾아본다. 내 옛날 핸드폰 광고를 보면 수많은 기능을 나열하고, 풍경 좋은 곳을 달리며 모델이 사진을 찍는 모습이 나온다. 다시 내 모습을 보면 여행은커녕 퇴근 후 집 밖으로 나가는 일도 적다. 또 재미난 점이 하나 있다. 광고에선 매일같이 개성, 커스터마이징을 필두로 내세우곤 하는데, 지인들 대다수를 둘러봐도 커스터마이징은커녕 기본 배경화면을 바꿀 생각조차 없다.


그러함에도 우리는 늘 광고에 속는다.

누군가가 말하더라. 아이패드가 갖고 싶은 사람이 다른 태블릿 PC 산다고 하더라도  사람은 여전히 (타사의 태블릿 PC 가진) 아이패드를 원하는 사람이라고, 아이패드 병을 치유하는 법은 아이패드를 사는 방법뿐이라고 말이다.


그래서 샀다.

최첨단 유튜브 머신

나에게 주는 선물, 창작 활동에 필요해서, 등의 거창한 이유 니라 그냥 가지고 싶어서 샀다. 그게 내가 아이패드를  이유다.


누군가는 말할 수도 있겠다. 미디어에 속아서 낮은 자존감을 채우려고, 허영심에 못 이겨서 필요도 없는 자원낭비를 했다고 말이다.


그럴지도 모르겠다. 솔직히 말해서 필자가 손에 아이패드를 처음 쥐었을 , 가슴이 요동치는 기쁨을 느끼진 못했다. 대신 24시간 끊이지 않던 소비에 대한 갈망이 멈추었다. 어쩌면 그저 마음에  구멍을 막기 위한 창호지가 필요했을지도 모른다. 매일 같은 일상 속에서 아무도 없는 자취방으로 귀가했을 때 누군가가 놓고 간 박스, 그 작은 변화를 느끼기 위해 이러한 무차별적 소비를 하는지도 모른다.


무책임한 소비에 대한 죄책감을 짊어지는 것이 고통스러운 갈망보다 좋냐고 묻는다면  모르겠다. 한입 베어 물은 사과처럼  가슴  구석은  비어있다.


어쩌면 나는 시시포스 같은 사내일지도 모른다.

평생 바위를 굴리듯 불합리한 소비를 반복하며 고통스러워한다.


손오공이 금두운을 타고 세상의 끝으로 날아가도 부처의 손바닥 안인 것처럼 세상에서 살아가야만 하는 내가 어디로 떠난 들 결국은 미디어의 손바닥 안이다.


가난한 마음은 비싼 사치품이로구나

매거진의 이전글 외조부의 얼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