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우리 가족은 종종 외식을 하는 편이었다. 이곳저곳 다니기는 했었지만, 그중에서도 공릉동 주변의 상가가 옹기종기 모여있는 곳으로 식사를 하러 가던 것이 기억난다. 이 동네까지 가려면 주황색 벽돌로 지어진 원자력병원 앞의 구불구불한 길을 지나가야 했었다. 왜 하필 병원 이름이 원자력일까 늘 궁금했었는데, 이제야 찾아보니 이 병원이 방사선 의학, 특히 암 치료를 중심으로 운영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지금은 모두 사라졌을 테지만, 여기에서 세 곳 정도가 기억난다. 첫 번째는 돈가스 집이었는데, 바닥이 체스판처럼 검은색과 흰색 타일로 된 곳이었다. 메뉴는 그냥 평범했을 텐데 돈가스 집 치고 분위기가 무언가 묘하게 현대적이고 신비로워서 기억에 남는다.
두 번째는 배스킨라빈스다. BR을 강조하는 로고로 변경되기 전의 Baskin (31) Robins 형태일 때였다. 아이스크림 매장은 평범했지만 바로 옆에 던킨도너츠가 있었다. 사실 바로 옆이 아니라 같은 곳이었다. 조금 더 설명하자면 출입구는 2개인데 막상 들어오면 반은 도넛, 반은 아이스크림을 팔고 있었다. 아마 한 사장님이 SPC 계열의 브랜드 지점 두 곳을 운영하셨던 것 같다. 어릴 때는 각 가게는 별개라고 무의식적으로 생각하고 있어서 인상이 깊었는지 지금도 생각난다. 어떤 느낌인지 보고 싶으면 영화 "엽기적인 그녀"에서 차태현과 전지현 배우가 배스킨라빈스에 가는 장면을 보면 된다. 찾아보니 여기도 배스킨라빈스와 던킨도너츠가 유사한 형태로 합쳐져 있는데 이쪽은 부평역 지점이었다고 한다. 지금은 여기도 없어진 것으로 보인다.
마지막은 어느 고깃집이다. 이름조차 기억이 나지 않는데 기억나는 이유는 사장님이 주신 비디오테이프 때문이다. 그날에는 이 식당에서 친구와 각자의 어머님들까지 저녁을 먹고 있었다. 우리가 고깃집 한쪽 구석에는 비디오테이프로 쌓인 탑을 보며 신기해하자, 사장님은 호탕하게 하나씩 가지고 싶은 게 있으면 서비스로 주신다고 하셨다. 나는 드래곤볼 테이프를 골랐고, 친구는 무얼 골랐는지 기억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