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활
1학년 학업생활 편에서 말했던 것처럼 내 학업은 악순환에 빠져 있었다. 동기들에게 창피해서 말하지는 못했지만 수업에서 뒤떨어진 탓에 2학년 진급을 하지 못했고 그 결과 동기들이 수강신청을 끝낸 뒤에서야 신청할 수 있었다. 그 결과 비교적 성적이 잘 나오는 수업들은 이미 수강신청이 완료되어 나는 모두가 기피하는 수업을 들어야 했다.
이때 나름 2개의 선택지가 있었다. 첫 번째는 1학년 수업을 재수강해 학점을 올리고 2학년 수업을 듣는 것, 두 번째는 그냥 밀어붙이며 성적이 조금 안 나오더라도 4학년 때 몰아서 재수강을 하는 것이었다. 당시에는 도저히 1학년 수업을 다시 듣는다 하여도 잘 해낼 자신이 없어 후자를 선택했고, 결과적으로는 그게 맞았다고 생각한다.
전공을 듣지 않던 1학년 때도 뒤떨어지던 내가 전공 수업을 듣는다고 갑자기 상황이 좋아질 리가 없었다. 그나마 코딩, 전공 하나와 그 실험과목은 봐줄 만한 성적이었지만 나머지 전공과목들과 교양 과목 하나 성적은 무조건 재수강해야 하는 수준으로 바닥을 기었다. 결과적으로는 군대 가기 직전 마지막 학기였던 이때에 대학 생활을 통틀어서 가장 낮은 성적을 받았다. 이때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학사경고를 받았다.
마치 바닥을 찍은 기분이었다. 무슨 자랑이라고 남에게 얘기할 수도 없어서 나만 그런 것인지 다른 사람도 그런지 알 수가 없었다. 아예 놀지 않은 것은 아니었지만 수업이나 시험에 빠진 것도 아니었고 과제도 꼬박꼬박 하면서 대충 하는 남들보다 뒤떨어진다는 절망감에 너무나도 무기력했던 기억이 난다. 자존감이 낮아진 만큼 고독감도 커졌다. 부모님께도 죄송했고 말씀드렸을 때는 크게 혼날 줄 알았다. 의외로 내가 대학을 다닌 이후로 학업 스트레스가 얼마나 컸는지 아셔서 그런지 진심으로 걱정하며 위로를 해주셨다.
지금 와서 돌이켜보면 공부 습관이 한참 잘못되었던 것 같다. 수업을 따라가지 못해 따로 공부하고 수업은 그 새에 더 앞서는 악순환도 문제였지만 하나 더 아쉬운 점이 있다. 당시 일부 동기들은 시험 범위 내에서 그나마 자신 있는 부분만을 집중적으로 공략해 부분적으로라도 탄탄하게 만들었는데 나는 그러지 못했다. 한 과목을 다 들었다고 하기 위해서는 그렇게 일부분을 도려내선 안된다는 이상한 고집이 있어서 전 부분을 다 준비하려다 보니 늘 준비가 모자랐다. 메타인지가 부족해서 늘 감당 안 되는 양을 욕심부리곤 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