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8-04. 1학년 학업생활

대학교 시절

by 허지현

돌이켜 생각해 보면, 대학교 1학년은 내게 ‘대학’이라는 공간을 처음 맛보고 서서히 적응해 가는 시기였던 것 같다. 고등학교를 막 졸업하고 나서, 새로운 학교 시스템과 수업 방식에 하나하나 적응해 가며, “아, 대학에서는 이렇게 수업이 진행되는구나” 하고 몸으로 체감했던 시기였다. 각종 행사나 동아리 활동에도 참여하면서 대학 생활의 전반적인 분위기를 익혀나갔다.


누군가는 그런 ‘파악’에 너무 많은 시간을 쓴 것이 아니냐고 할 수도 있겠지만, 나는 조심스럽게 이렇게 반론하고 싶다. 우리가 새해를 맞이하면 3월 정도는 지나야 비로소 일상에 적응하듯, 나에게도 그만큼의 시간이 필요했던 것이라고.


이어 말하자면, 1학년 때는 전공 수업을 들을 수 없었다. 대부분의 수업은 전공을 듣기 위한 기초를 다지는 교양과 실험 과목이었고, 그 외에도 영어, 대학 글쓰기, 그리고 졸업 요건을 채우기 위한 다양한 교양 과목들이 있었다. 개인적으로는 영어와 글쓰기 수업이 잘 맞았다. 같은 과 친구들과 비교해 봐도 이런 과목에서는 큰 어려움 없이 나쁘지 않은 성적을 받을 수 있었다.


반면, 물리, 화학, 미적분학 등 전공 기초와 관련된 과목들은 정말 버거웠다. 수업에도 꾸준히 참여하고 나름대로 열심히 따라가려 노력했지만, 정작 시험만 보면 매번 결과가 참담했다. 차라리 열심히 하지 않아서 그런 거였다면, ‘앞으로 노력하면 되지’라는 희망이라도 가졌을 텐데, 전공도 아닌 교양 단계에서부터 이토록 뒤처지는 현실은 심적으로도 받아들이기 힘들었다.


특히 실험 수업은 정말 고통스러웠다. 따라가기조차 어려운 상황에서 일주일에 열 장이 넘는 보고서를 자필로 써야 했고, 이유는 컴퓨터로 작성할 경우 선배들의 족보를 베끼는 것을 막기 위해서라는 것이었다. 손이 느린 나는 몇 시간씩 책상에 붙잡혀 꾸역꾸역 보고서를 써야 했고, 그 시간이 점점 괴로움으로 쌓여갔다. 실험 과목에 쏟아붓는 시간 때문에 일반교양 과목들에 집중할 여유도 없었고, 결국 성적은 전반적으로 나빠질 수밖에 없었다.


더 웃기게 느껴졌던 건 시험 방식이었다. 일부 과목은 한 학기에 세 번씩 시험을 봤고, 일반교양은 중간과 기말 두 번으로 나뉘어 있었다. 결국 학기 내내 시험에 시달려야 했던 셈이다.


이런저런 요인들이 겹쳐 심적으로 지치고 학문적으로도 점점 뒤처지면서, 나는 1학년 때 수강한 여러 과목을 결국 4학년이 되어서야 재수강하게 되었다. 이렇게 대학 생활의 첫 단추를 잘못 끼운 나는, 이후로도 학업의 악순환 속에서 방황하게 되었다.


“왜 이렇게 되었을까?” 하는 질문을 스스로 수없이 던졌던 것 같다. 어쩌면 일정 부분은 내 능력 부족에서 비롯된 결과였겠지만, ‘대학만 가면 모든 게 해결될 거야’라고 믿었던 순진한 기대가 무너지고, 현실을 외면하고 싶어 이제 막 들어온 대학에서 잠깐이나마 자유로운 생활을 즐기고 싶었던 것도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그렇게 1학년이 끝나고 2학년으로 진급했어야 할 다음 해, 학점 부족으로 나는 ‘1학년 3학기’로 등록하게 되는 사태를 맞았다. 단순히 자존심이 상하는 수준을 넘어서, 2학년들이 전공 수업을 신청할 때 나는 신청 자격조차 없었고, 결국 모두가 기피하던 난도 높은 교수님의 전공과목들을 어쩔 수 없이 선택해야 했다. 공부를 가장 못하는 내가, 성적이 더 안 나오는 수업을 듣게 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부끄럽기도 했고, 누구에게 말해도 공감받기 어려운 상황이었기에, 그 시절엔 속으로 곪아들기만 했던 기억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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