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8-03 애완동물거리

대학교 시절

by 허지현

고등학교 시절처럼 시험이 끝나면 서울을 정처 없이 떠돌던 버릇은 대학교에서도 이어졌다. 아무런 버스라 지하철을 타고 떠돌아다니면 각자의 목적지로 향하는 사람들 속에서 혼자 동떨어진 느낌이 나서 묘한 해방감이 느껴졌다. 나는 그중에서도 273번 버스를 좋아했다. 서울을 동서 쪽으로 가로지르며 봉화산에서 출발하여 청계천을 지나 홍대 근처까지 가로지르는 노선을 가진 이 버스는 내게는 일종의 놀이기구처럼 느껴졌다. 집 근처 정류장에서 타기 편했던 점도 한몫 하긴 했다.


그렇게 떠돌아다니던 곳 중 청계 7가의 애완동물 상가에 대해 얘기해보고자 한다. 이름이 그러하듯 애완용 조류와 어류를 주로 판매하는 장소였기에 형형색색의 동물들을 지나가며 구경하기 좋은 곳이었다. 그 외에도 족제비, 이구아나, 프레리독, 햄스터, 거북이 등등 강아지와 고양이를 제외한 별별 동물이 다 있었다. 정말인지는 모르겠지만 70, 80년대에는 악어, 원숭이, 독수리, 아나콘다도 팔았다고 하니 신비롭게 느껴지곤 했다. 동물원을 빼고 동물을 구경하기 제일 좋은 이 아이러니한 거리를 천천히 걸으며 갇힌 동물들과 눈을 마주치며 걷다 보면 시간은 잘도 흘렀다. 그렇게 구경을 하다 보면 자연스레 창신동 완구거리의 끝자락에 도착해 그쪽을 구경하는 코스로 옮겨타곤 했다.


지금은 규모가 좀 많이 줄었다지만 10년 전만 해도 가게도 손님도 많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아무래도 코로나 여파나 동물들을 작은 철장 안에 대량으로 가두어 놓고 팔던 곳이다 보니 동물권 관련해서 인식이 좋지 못해서 차츰 사라진 것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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