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교
내 카세트테이프 취미는 고등학교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예전에 살던 동네의 허름한 한 음반 가게를 우연히 지나가다 들어가 보니 수많은 CD앨범들로 메꿔진 책장 사이에 꽂힌 몇 줄의 카세트테이프 음반을 보았다. 그때가 2010년대 초반이었으니, 이 때도 사실 카세트테이프는 사장된 지 오래였다. 다만 팔리지 못한 재고들이 흐르고 흘러 그 낡은 나무 책장에 꽂혀있었을 뿐이었다. 때마침 집에는 어머니께서 과외용으로 가지고 계신 어학공부용 카세트테이프가 있었기에 용돈으로 아는 노래가 들어있는 테이프 몇 개를 사서 들었었다.
그렇게 취미를 붙이고 나니, 가끔 다른 동네에 가게 되면 어딘가 구석에 짱 박힌 오래된 음악사나 음반 가게를 찾아보곤 했다. 특히 신촌처럼 큰 번화가에 갈 때면 큰 도로의 번지르르한 음반사보단 뒷골목의 오래된 가게를 방문하곤 했는데, 보통 큰 가게에는 당연히 돈이 안 되기 때문에 테이프가 없었기 때문이다. 또 다른 동네에 가서 카세트를 고르고 있을 때 나이가 좀 있으신 여사장님이 “음악 취향이 좀 있으시네요” 하는 말이 은근히 듣기 좋았다. 그 어린 나도 서비스멘트라는 것을 알면서도 기분이 좋았던 것은 취향을 인정받은 것 같아서 좋아서였던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