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교
고등학교 당시 절친 U와 나는 같이 학교에 제출할 봉사활동 시간을 채우기 위해 인근 주민센터에서 독거노인 분들에게 도시락을 배달했었다. 센터에서 많은 도시락을 받아 쇼핑 카트에 담은 뒤, 주변에 있는 복도형 아파트를 돌며 적힌 주소에 따라 식사를 전달하면 하루의 일과가 끝났었다. 쇼핑카트를 끄는 것이 재밌어서 돌아가며 카트를 끌었었는데, 카트의 바퀴가 보도블록 하나하나에 부딪히며 온 동네를 요란하게 울리곤 하였다. 여러 집들을 돌아다니며 초인종을 누르고는 했었는데, 같은 아파트임에도 그 사이로 엿보이는 어르신들의 삶은 저마다 다른 형태를 띤 것이 인상적이었다. 가장 기억나는 한 집은 한 할아버지의 집이었는데, 벽 한 면을 온통 매운 그분의 젊은 사진들이 하나의 전시 같아서 잠시마나 시선을 빼앗겼었다.
다양한 집 형태들만큼이나 다양한 분들이 계셨다. 환하게 웃으며 감사 인사를 전하시는 분들도 계시는가 하면 아무 말 없이 도시락만 챙겨가시는 분들도 계셨다. 물론 문을 열지 않으시는 분들도 계셔서 문고리에 도시락을 걸어둔 집들도 있었다. 처음 일을 시작했을 때는 그냥 봉사시간을 벌고 자소서에 몇 줄 적기 위한 활동으로 생각했었는데, 막상 사람들을 직접 만나보니 너무 가볍게 생각했던 것은 아닌지 되돌아보게 되었던 기억이 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