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방문

2025

by 허지현

오랜만에 서울대에 올 일이 생겼다. 산에 품어진 학교라, 낙성대 역에서 마을버스를 타고 구불구불 산을 오르는데, 기사님이 레이서 기질이 있으셔서 꽤나 익스트림한 체험을 할 수 있었다. 마침 서울대에서 박사 과정 중인 친구 H가 있어서 점심, 저녁을 같이 했다.


점심은 학식을 먹었는데, 조미료가 듬뿍 들어간 순두부찌개였다. 점심 후에 진하게 느껴지는 졸음이 학창 시절을 다시금 느끼게 해 주었다. 식사를 할 때 주변의 대학생들 그 특유의 활력이 이제는 조금 낯설게 느껴졌다. 공과대학 근처여서 우리 학교 친구들의 몇몇 동글동글하던 체형을 생각했는데, 매일 산을 타는 대학교 학생들이라 그런지 마르고 건강해 멋져 보였다.


볼일이 끝나고 저녁을 먹으러 다시 구불구불한 버스 노선을 따라 내려갔다. 친구가 고른 맛집은 일본 식당처럼 꾸며진 곳으로, ㄷ자 형태의 좌석을 가진 곳이었다. 메뉴는 고기 덮밥이었는데, 녹진하게 구워진 고기와 달짝지근하게 간이 된 밥알이 서로 대조되어 좋았다. 우리 대학교 주변에 이와 비슷한 식당은 없었음에도 고즈넉한 분위기 때문인지 몇 곳이 떠올랐다.


식당에서 나와 잠시 와이파이를 쓸 일이 필요해서 친구의 집으로 발걸음을 옮기는데, 이 녀석이 무슨 괴담처럼 “쉬운 실로 갈래, 어려운 길로 갈래?”라고 물었다. 어려운 길을 택한 나는 다시 한번 높이 치솟은 언덕길과 내리막길을 맛봐야 했다. 헥헥거리는 친구를 옆에 두고 근황을 물어봤으나, 너무나도 루틴 한 삶에 몇 마디 못 붙이고 주변 환경을 바라보며 걸었다. 그렇게 도착한 친구의 자취방은 몇 번 옮겼다고 했으나 대학 시절에 찾아갔던 곳과 크게 다를 바 없었다. 좁은 침대와 책상 하나, 성에가 가득 낀 냉장고와 각종 레토르트 식품들이 굴러다녔다. 대학 여름 방학 때 쳐들어가 전공책과 라면 박스 위에 노트북을 얹어 영화를 7편씩 몰아보던 그때가 생각났다.


막상 붙어 있을 때는 달리 할 말도 없었는데, 헤어질 때는 왜 그리 아쉬운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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