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2-04. 생일파티

초등학교

by 허지현

초등학교 시절, 생일은 그야말로 큰 행사였다. 내 경우, 생일날이면 반 친구들을 모두 집으로 초대해 케이크에 초를 꽂고, 여러 음식을 나눠 먹으며 시끌벅적하게 놀았다.


그 시절엔 지금처럼 배달 음식이 흔치 않았다. 햄버거를 비롯해 많은 음식들이 배달되지 않았고, 피자는 가능했지만 피자 하나로 아이들 배를 채우기엔 어머니 마음이 편치 않으셨던 모양이다. 그래서 생일잔치상의 대부분은 어머니가 손수 차려주셨다. 손이 많이 가는 잡채나 수수떡 같은 음식들도 어머니의 정성이 깃든 요리였다.


파티가 끝나면 선물을 하나씩 풀어보는 시간이 찾아왔었다. 받았던 대다수의 선물은 지금은 거의 기억나지 않지만, 친구 한 명이 선물해 준 곰인형은 아직도 또렷이 기억난다. 삽살개처럼 길쭉한 털을 가진 희색 곰돌이 인형이었는데, 검붉은 색과 베이지가 섞인 체크무늬 천으로 만들어진 귀여운 녀석이었다. 어쩐지 마음에 들어서, 몇 번의 이사 속에서도 꼭 챙겨 다녔다. 그 곰돌이는 결국 중학교 즈음 어디론가 사라졌지만, 기억만큼은 생생하다.


그렇게 생일은 나만의 축제가 아니었다. 친구들도 하나같이 크고 작은 생일파티를 열었다. 특히 기억나는 건 반 친구 중 한 명이 생일을 맞아 반 전체를 근처 영화관으로 초대했던 일이다. 그날의 상영작은 _스파이더맨 1편_. 아이들끼리 단체로 영화관에 간 것도 처음이었고, 큰 스크린과 사운드, 처음으로 관람한 슈퍼히어로의 화려한 액션이 주는 압도적인 경험도 처음이었다.


그날의 생일 파티는 지금 생각해도 꽤 스케일이 컸다. 그리고 _스파이더맨 1편_은 단순히 ‘첫 슈퍼히어로 영화’ 이상의 기억으로 내 마음에 남았다.


이젠 생일도 어느 평일처럼 출근하는 요즘, 지금의 어린이들은 더 화려하고 세련된 방식으로 생일을 보내겠지만, 나에게 생일이 가장 생일 같았던 시절은 그때였다. 어머니의 정성이 가득한 음식과 친구들의 웃음소리, 그리고 곰돌이 인형처럼 소소하지만 오래 남는 선물들. 생일은, 무엇보다 그 시절엔 진심이었다.

매거진의 이전글02-04. 힐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