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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물명 (품목) : 건담 프라모델(건프라)
● 기능 (Function) : 조립 완구 및 장식용
● 시기(Date) : 2024
● 장소(Location) : 온라인 및 중고거래 어플
● 크기 (Dimensions) : 30cm 정도
● 출처 (Collection / Memory) : 우리 집 서재 창고
● 설명문 (Curatorial note / Personal note) :
건프라는 오랜 시간 동안 만난 적당히 친한 친구 같다. 사이가 소원해졌다 가까워졌다를 반복하지만 어느 정도 관계가 유지된다는 뜻이다. 처음 프라모델을 조립한 건 초등학생이었던 것 같다. 동네 문구점에서 SD형태의 가장 싸고 간편한 친구들을 조립하면 쉽고 빠르게 하나를 완성시킬 수 있었다. 중학교를 올라가며 조금 더 어려운 등급인 HG를 몇 개 조립했고 그 위 등급인 MG도 한 두 개 정도 조립했던 것 같다. 늘 그러하듯 조립하면 잠시 동안은 전시되다가 먼지가 쌓이고, 다시 박스에 넣어져 창고에 보관하였다. 그렇게 관짝에 들어간 건담들은 이사하며 분실되기 일쑤였다.
고등학교에 진학하며, 건프라로부터 멀어졌었다. 흥미가 떨어진 것이 가장 큰 이유였지만 나름 수험생 신분인데 시간이 오래 걸리는 데다 몰래 할 수도 없는 취미는 아마 당시의 나에게는 사치였을 것이다. 그렇게 영영 멀어질 것 같았던 건프라를 다시 시작한 것은 군대 때였다. 평일 외출이나 주말 외박이 자유롭던 이점을 살려 대구 시내에 나가 필요한 조립 도구인 니퍼나 건프라를 사서 배럭(막사)에서 돌아오곤 하였다. 이 때는 크기가 컴페트하고 정밀한 디테일을 가진 RG라는 등급이 처음 등장하여 이를 즐겨 조립했었다. 혼자 CD 플레이어로 노래를 틀어 놓고 앉아서 건프라를 조립하던 시간은 온전히 거기에 집중할 수 있어서 좋았다. 그렇게 조립된 건담들은 내 막사 한 구석에 치실에 매달려 대롱대롱 걸려 있었다. 벽의 흰색이어서 마치 정말 나는 것처럼 보였다. 중학생 때는 조립하는 것이 즐거웠을 뿐 제대로 원작을 찾아보거나 니퍼를 사용하지도 않았었던 것에 비해 군대 시절에는 니퍼와 나이프로 단면을 깔끔하게 도려내었고, 원작 애니메이션도(우주세기 Z까지지만) 감상하였다. 그래도 도색은 환경적으로 하기 쉽지 않고 귀찮아서 하지 않았다.
대학교에 복학하고 한동안 멀어진 건담은 취업 및 이직 후 신혼집에 들어와서 다시 찾게 되었다. 단지 이때부터는 코로나 시절 때 물량공급에 차질이 생기면서 반다이 측에서 물량을 제대로 공급하지 않아서 구매 자체가 어려웠다. 그래서 웃돈을 얹어 중고 거래를 하거나 직접 가게에서 발품을 팔며 원하는 게 있으면 사 오고는 했다. 구하기가 어려우니 사진처럼 왕창 사두었는데, 대략 5~6개를 조립하고 나니 또 귀찮아져서 창고에 쌓아 둔 상태이다.
이렇게 오랫동안 가까워졌다 멀어졌다 하는 취미는 이제 와서 생각해 보면 건프라 말고 없는 것도 같다. 좀 더 아껴줘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어쩌면 이 글을 계기로 다시 조립을 시작할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