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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허도령 Mar 06. 2022

2020년을 멀리 보내며

고찰 열넷, 미래에 대하여

*제목이 그러하듯 2년 전에 쓴 글각색하였음을 밝힙니다.

미래, 그것은 언제일까? 미래를 특정 시점으로 생각한다는 것은 각주구검의 훌륭한 표본이겠다만, 그러함에도 사람은 ‘미래’라고 하면 떠올리는 특정 시점이 있기 마련이다. 적어도 그렇게 생각하는 필자의 어린 시절, 당시 미래의 시점은 이미 지나가버린 2020년이었다.


필자가 어릴 적 초등학교를 다니던 2000년대 초반에는 한창 과학교육이 잘 나가던 시기였기에, 미래사회를 그리고 생각해보자는 활동은 당시 초, 중학교에서는 생각보다 자주 나오는 빈번한 주제였다. 어떤 친구들은 산소가 부족해서 산소를 사 마셔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고, 늘 나오는 공중부양 자동차로부터 각종 로봇 또한 학생들의 단골 소재였다. 이 "미래"를 다룰 때 당시에는 왠지 모르게 2020년을 기준으로 잡고는 했는데, 왜 하필 20년이었는지는 모르겠다. 앞 두 자리와 뒤 두 자리가 기가 막히게 맞아떨어져서 그런 것일까? 아무튼 그건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것은 이제 2020년도 지나갔다는 사실이다. 지금까지 살아오며 내가 과거인들의 미래라는 것을 머리로는 이해를 했어도 몸으로는 체감을 전혀 하지 못했는데, 무언가 2020이 미래라고 늘 생각해왔기 때문인지, 갑자기 미래인이 되어버린 느낌이다. 2019년까지만 해도 그렇게 별 감흥이 없다가 2020년이 벌써 지나갔다고 다짜고짜 스스로가 미래인이 되었다느니 하는 것을 스스로 생각해보면 참 우스우면서도, 신기하다.


우스워진 김에 덧붙여서, 내가 동네 친구들과 인라인을 타고, 모래가 가득한 놀이터에서 땅을 파고 술래잡기를 하던 시절로 돌아가 스스로에게 미래에는 이러쿵저러쿵 하면 굉장하게 신기하게 여기지 않을까 싶다. 뭐가 그리도 신기하냐 묻는다면, 당연히 너무도 바뀌어버린 세상이다. 늘 지나가기에 체감을 하기 어렵지만 10년 전 스마트폰이 개발단계일 때, 텔레비전의 예능에서는 미션지가 어딘지 검색해보려고 컴퓨터가 있는 가게를 찾아 동네를 전전긍긍하는 장면이 나오기도 한다. 정보전달 기술의 발전으로 전달되는 정보의 양이나 속도가 증가하면서 정보의 매체가 글 또는 그림에서 어느샌가 동영상이 되어 너도나도 유튜브 스타가 되겠다고 하는 것도 그렇다. 지구 반대편에 있는 사람과 얘기하던 방식도 많이 바뀌었다. 저화질에 랙도 심하던 MSN이나 스카이프로 간신히 서로의 얼굴을 알아보기도 힘들고 간신히 이메일로 서로의 소식을 전하는 것만으로 만족하던 시절에서 이제는 어디서든 카카오톡으로 빠르게 서로의 하루를 전하는 시대가 되었다는 것도 굉장하다. 다시 말해 과거에는 상상도 못 하던 것들이 현실이 되었다는 것을 생각해보면 내가 정말 미래인이 되었구나 하고 느껴 신기하기도 하다 이런 말이다.


사회와 물질적인 것은 그렇게 미래를 맞이하였다고 생각하고, 스스로를 돌아보면 순간적으로 굉장히 초라해 보일 수도 있다. 그저 몸뚱이만 커지고, 눈가에 주름 몇 개와 팔 어딘가에 생겨난 점 몇 개로 20년을 채웠는가 싶은 생각에 조금 우울해지다가도 지금껏 만난 사람들, 보낸 사람들, 가본 것들, 해본 것들, 읽어본 책들, 본 영화, 등등 이것저것을 떠올려본다. 그런 경험들을 생각해보면 그렇게 가만히 앉아서 이끼만 모았구나 하는 생각은 금세 잊힌다. 미래인이 된 김에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옛날 사진을 뒤져보니, 이제는 누나, 형 뻘로 보이는 어머니, 아버지의 사진과, 단종된 과자를 먹는 어린 나, 그리운 곳들과 묻혀 있던 기억이 떠오르기도 한다. 20년 동안 많이도 바뀌었구나 싶다. 몇 년 뒤에 내 나이가 한 세대를 채울 만큼이 되고, 더 나아가 표정 없이도 얼굴에 주름이 맺히고 고이는 날이 오면 나와 세상을 얼마나 바뀌었을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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