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교
재학생이던 시절, 나의 모교에는 아주 낡은 제2 공학관이라는 건물이 있었다. 우리는 줄여서 제2 공이라고 불렀었는데, 주로 실험실이나 일부 학과 랩실로 구성된 곳이었다. 실제로 공과대학 학생들이 수강하던 대부분의 실험 과목들이 이곳에서 진행되었다. 제2 공학관인 이유는 그 이름이 말해주듯 신공학관이라는 건물이 따로 있었기 때문이다.
본래 제2공은 메인 공학관으로 지어졌으나 세월이 지나면서 노후화되어 신공학관이 새로 지어졌고, 그 뒤로부터는 부차적인 용도로 활용되며 제2공학관으로 명명되었다고 한다. 실제로 나의 오랜 선배이신 고등학교 담임 선생님 말씀에 따르면, 당신이 학교에 다니실 때는 이 제2공학관 건물 하나밖에 없었다고 한다. 나중에 이곳은 내가 졸업할 때쯤 허물어지고 주차장으로 바뀌게 되었다.
그도 그럴 것이 제2공학관은 오랜 세월을 버티며 벽에 금이 가고 시설이 굉장히 노후화되어 보였다. 비싼 등록금을 내고 문과 캠퍼스의 으리으리한 건물들을 보며 기대에 부푼 가슴으로 입학한 공대 신입생들의 기대를 허무는 데는 이 건물도 한몫했었다. 그런 불만을 토로하면 선배들은 씁쓸한 표정으로 안에 들어있는 장비값을 더하면 우리 학교에서 비싼 건물로 손에 꼽을 것이라며 말도 안 되는 위로를 해주기도 했다.
아무튼 나도 1학년 때 화학과 물리 실험 수업을 이곳에서 수강했었다. 리포트를 일일이 손으로 써야 해서 일주일에 서너 시간은 리포트를 손으로 옮겨 적는 데만 시간을 허비했다. 선배들에게 실험 리포트 족보를 받아 실험을 진행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함이라는 명목으로 진행된 리포트 감지 쓰기는 내가 제일 싫어하던 것 중 하나였다. 손을 주무르며 열심히 써도 실험인 잘 되지 않아 동기들에 비해 점수도 그리 잘 나오지 않아 더욱 싫었던 기억이 난다. 굉장히 비효율적이고 주먹구구식으로 진행된 실험수업은 그렇게 하나의 쓰린 추억으로 남아 있다.
이런 칙칙한 제2 공학관이 그나마 보기 괜찮을 때는 비가 오는 날이었다. 비가 오면 연구실 앞 복도에 사람들이 우산을 말리려고 각자의 우산을 펼쳐 놓았는데, 그것이 마치 정원에 핀 꽃들처럼 가득했다. 좁은 통로로만 걸어갈 수 있게 된 길이 하나의 전시 같은 느낌이라 재밌게 느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