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8-04 입학 전 모임, 새내기배움터, 사발식

대학교

by 허지현

처음에 입학이 결정되었을 때, 어느 인터넷 사이트인지는 모르겠지만 홈페이지나 카톡 오픈 채팅 등을 통해 학과별로 모교의 예비 입학생들이 만나 각자 이야기할 수 있는 공개방이 있었다. 나는 인터넷을 많이 해서 그런지 그곳에서 활발하게 대화를 많이 하는 편이었는데, 막상 12~13명이 만나기로 해서 나온 오프라인 모임에서는 정작 낯을 가려 말도 별로 못 하고 숫기 없이 조용히 앉아 있었다. 그래서 몇 명이 손가락 힘이 세다며 좀 놀렸던 기억이 있는데, 카톡방에서는 그렇게 활발하게 얘기하는 게 편했지만 직접 만나서 얘기하는 것은 좀 부끄러웠었다. 게다가 처음 카톡방에서 친해진 사람들도 정작 학교에 다니면서 별로 안 친하게 되었다. 고등학교 때의 순수하게 모두에게 다가가고자 했던 어린 마음은, 대학교에서 친구를 골라 사귀며 대규모 인원 속에서 내 사람을 찾아 떠나는 첫 계기가 되었던 것 같다.


아, 그리고 카톡방에는 2학년 선배 스파이가 한 명 섞여 있었다. 새내기인 척하면서 안에서 이런저런 얘기를 듣다가 나중에 엠티에 가서 짜잔 하고 사실 선배였다고 정체를 밝히는 사람이었다. 나는 완전 깜빡 속아서 친하게 지내려고 했다가 묘한 배신감이 들어서 그 뒤로는 좀 말을 아꼈던 기억이 있다.


그런 해프닝을 뒤로하고도 입학 전에는 새내기 배움터, 또는 새터라고 부르는 MT가 있었다. 입학 전 2학년 선배 일부와 신입생들끼리 가는 MT로, 친목을 위해 가는 여행이었으나 역시 메인은 음주였다. 당시 뉴스에서 다른 대학교들의 비슷한 활동에서 알코올 중독으로 예비 입학생들이 사망하는 사건사고가 보도되기도 하여 우리 집에서는 어머니께서 또 이를 참여하지 않도록 강제(적으로 권장)하셨다. 아무튼 나는 못 갔지만 입학 전에 카톡방을 통해 친해진 지방 출신의 동기 형이 한 명 있었는데, MT 가기 전날 우리 집에서 재워주고 내가 배웅까지 해주었던 적도 있다. 어머니 말씀으로는 그 형이 우리 집에서 행동한 것을 보고 좀 별로인 것처럼 보인다고 하셨다. 나는 그 형이 마음에 들었지만 부모님이 마음에 안 들어하신다는 점이 속상했었다. 그러나 정작 학교에 다니면서 보니 실제로 좀 멀리할 만한 인격의 소유자여서, 어른들 말씀은 역시 한 번쯤 듣고 봐야 한다는 생각을 했던 기억도 난다.


입학 후 처음에는 새터를 다녀온 애들끼리는 확실히 친한 분위기를 풍겼으나 결국 나중에는 반에 따라, 수업에 따라 친한 무리가 나뉘었다. 처음에 세터에 안 가서 친해지지 못하면 어떡하나 싶었는데, 결국 한 학기만 다녀도 다 풀리는 문제들이었다. 공동생활을 하는 데 있어 내 우려와는 달리 그냥 잘 해결되었던 기억이 있다.


여담으로 우리 학교의 무구한 전통인 사발식이란 것도 있었는데, 위와 같은 이유로 나는 불참하였다. 우리 학과는 인원이 많아 참여가 강제도 아니었고, 술이 어려운 친구들은 식혜로 대체해주기도 했으나 굳이 억지로 참여할 필요성을 못 느꼈었다. 참여했던 주변인에 의하면, 참여하는 인원당 3명의 보조 인원이 붙는데, 막걸리 2~3병을 입으로 붓는 1명, 몸을 붙드는 1명, 흘리는 막걸리를 받아 다시 따라주는 1명이 있었다고 했다.

매거진의 이전글08-04 제2공학관과 실험수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