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8-04 과잠(과 잠바)

대학교

by 허지현

워낙에 들어가고 싶었던 학교였던지라 입학하자마자 과잠(과 점퍼)에 대한 로망이 있었다. 보통 새내기들은 3월에 입학하는데 1달만 지나도 곧 봄이 찾아왔기에 과잠을 입을 시기가 짧다. 특히 입학 후 동기들과 어느 정도 친해진 뒤에 과잠을 맞추고, 주문이 그 시기에 자연스레 몰리다 보니 제작기간도 길어져 입을 수 있는 기간은 더욱 줄어들기 일쑤였다. 그래도 너무 과잠을 입고 싶어서 심한 경우 5월까지도 땀을 뻘뻘 흘리며 과잠을 입는 친구들도 있었다. 나 같은 경우 그 정도는 아니었지만, 과잠에 대한 로망이 커서 빨리 맞추고 싶은 마음에 우리 학과 반 아이들을 모아 과잠 신청을 직접 받았었다. 인터넷 뱅킹도 익숙지 않았던 내가 처음으로 단체 정보를 받고 주문을 넣어보니 생각보다 착오과정을 겪었다. 인원별 개별 소통을 하며 사이즈 조사 및 수금하다 보니 여간 번잡스러운 일이 아니었다. 성격과도 너무 맞지 않아서 학과 생활을 할 때 학생회 집행부 같은 일은 하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때 친한 친구 SH이의 사이즈를 잘못 받았는데 내가 값을 물어주지도 못했다. 착한 HS 이는 다행히 누나한테 주면 된다며 돈은 괜찮다고 넘어가 주었지만 지금 생각하면 꽤나 미안하다. 아무튼 당시에는 검은색으로 하자는 의견이 많아 검은색 바탕에다가 등판에는 위에서부터 순서대로 학교의 한자 이름, 학교 로고, 학과 이름을 박아서 만들었다. 선배들에게 업체를 소개받아 진행했었고 벌다 5만 원 정도이다 보니 인조가죽이나 싸구려 재질로 만들었었지만 그런 건 우리에게 중요하지 않았다. 학과와 학교 상징이 박힌 옷을 입는다는 것에 큰 자부심을 느꼈다.


나중에 친하게 지내게 된 HS이나 MS 이와 소량으로 제작할 때는 2~3학년쯤 이태원에 가서 학교 상징색인 크림슨 색으로 다시 맞춰 입었던 기억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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