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공으로 날아오르는 폭발적인 멋짐
우리는 "멋있는 것"에 관대하다. 무언가가 충분히 매력적이라 한다면 어느 정도의 단점은 용인된다. 영화 "TOP GUN"또한 그러하다. 젊은 시절의 톰 크루즈가 전투기를 타고 창공을 가르며 외국 전투기들을 압도적인 실력으로 몰살시키는 통쾌함만으로 수많은 단점들이 숨겨진다.
즉, 이 영화는 머리를 비우고 봐야 하는 영화다. 마치 밥으로 비유하자면 매운 라면 같은 느낌이다. 건강에는 안 좋지만 누구나 사랑하고 맛있다. 이 영화에 등장하는 비치발리볼 장면이 영화 자체를 상징한다고 할 수도 있겠다. 청바지를 입고 상의 탈의한 채로 모래사장에서 배구를 하는 것은 상식적으로 이상하다. 움직이기도 불편하고 바지에 모래가 다 들어가 후처리가 어렵다. 그러나 아무 생각 없이 보면 그저 근육질의 파일럿들이 땡볕에서 멋있게 스포츠를 즐기는 장면이다. 이 영화 자체가 전체적으로 비슷한 느낌이다.
이동진 평론가도 말한 바 있듯, 이 영화는 플롯의 대부분을 마치 숙제처럼 해결한다. 사랑을 쟁취하고 동료의 신뢰를 얻고, 동료의 죽음을 극복하고 활약하는 내용 모두 하나하나 관객들에게 "자, 이러이러한 장면 시작합니다"라고 안내방송을 하고 보여주듯 전개한다. 그렇지만 그러한 단점들은 위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톰 크루즈와 전투기들의 폭발적인 멋의 그림자에 가려진다. "Highway to the Danger Zone"과 "Take My Breath Away"등의 상징적인 OST도 한몫한다.
조금만 덧붙이자면 주인공이 마냥 멋있고 능력 있는 인물이 아니라, 조금씩의 단점을 가진 인물로 나오는 점이 더욱 이 영화를 빛냈다. 어찌 보면 가장 정석적인 레시피지만, 수많은 영화들이 이를 따르지 못하거나 식상하게 보이는 것을 고려하면 그만큼 전통적인 것이 지키기 어려운 것으로도 보인다. 아무쪼록 젊은 날의 톰 크루즈와 80년대의 찬란한 멋을 느끼고 싶으면 꼭 보기를 권한다.
베트남전 이후 이 영화를 통해 미군은 자국에서 부정적인 이미지를 탈피했고, 톰 크루즈 또한 탑 배우 반열에 올랐으니, 모두가 성공한 보기 드문 케이스가 아닐까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