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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개동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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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허도령 Sep 21. 2023

00. 개동 철학 프롤로그

불행과 생각의 계기

평범하게 살아왔고, 어느샌가 불행해졌습니다.


자라면서 주변에서 들었던 것처럼 좋은 학교에 가고, 대기업에 취업했습니다. 그 과정 속에서 불안하고 우울할 때도 많았습니다. 죽어버리고 싶다는 말은 장난으로 시작해 습관으로 자리 잡았고, 우울감은 일상의 한 부분이 되었습니다. 감정이 격해질 때마다 그 원인은 스스로가 부족하기 때문이라는 이유로 귀결되었습니다. 생활하며 큰 불행은 없었기에 스스로가 그토록 불안하고 우울한 이유는 늘 학점이 낮아서, 취직을 하지 못해서 등의 현실적인 이유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렇기에 취업했을 때 이 감정들로부터 해방되었다고 생각했고 너무나도 기뻤습니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친숙한 그 감정들이 돌아왔을 때는 그만큼 더 당황스러웠습니다. 이제 스스로 홀로 설 수도 있게 되었고, 당분간은 회사에만 적응하면 큰 문제는 없을 터인데 무언가에 계속 쫓기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퇴근 후에 무언가 생산적인 일을 하지 않으면 뒤쳐진다는 느낌이 계속 들었고, 아무것도 하지 않은 날에는 스스로가 쓰레기처럼 느껴졌습니다.


무언가 남겨야 한다는 생각에 휩싸여 취미에 열중해보기도 하고, 역사/경제/재테크 등의 자기 계발도 해보려고 했습니다. 아이러니하게도 그럴 때마다 “내가 지금 이걸 하고 있는 게 맞는 걸까?”하는 의문이 들어 어느 활동도 오래가지 못했습니다. 즐거웠던 영화감상은 어느새 감상평을 써서 남겨야 한다는 의무감에 시달려 괴로운 일이 되었고, 가계부를 쓰며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면 크게 자책했습니다. 직장에서는 신입사원으로서의 고민과 커리어에 대한 고민에 빠졌고 모든 것이 다시, 더욱 크게 괴로워졌습니다.


문제라 느끼는 것들을 해결하고 나면 그 자리는 새로운 걱정거리들이 차지했습니다. 이전에 성과는 너무나도 당연한 것이 되어버렸고, 보잘것 없어졌습니다. 유일하게 기분을 나아지게 하는 것은 물질적 기쁨이었습니다. 새로운 물건을 사서 포장을 열어보기 전까지의 그 두근거림에 빠져 돈도 많이 썼습니다. 그러나 인간은 적응에 동물이기에, 그 기쁨을 유지하기 위해선 늘 더 큰 금액이 필요했습니다. 그러다 어느 순간부터 “이건 아니다”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때부터 나는 왜 이렇게 좋은 환경 속에서도 불행을 찾는지, 왜 그 굴레에 빠진 건지 고민하기 시작했습니다.


이것이 제 사고의 시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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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동철학이란 제목을 붙인 이유는 2가지가 있습니다.


첫째, 열린 생각으로(開), 유동적으로(動) 사고하여 삶과 감정을 정리하고 어떤 것을 지향하여야 하는지 아는 것을 목표로 해서

둘째, 자신만의 개똥철학이기 때문에 자조적인 농담이기에


과학적 사실과 필자의 관점이 어우러진 엉망진창인 생각, 시작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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