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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과 나의 만남, 그리고 에세이

10. 진실과 거짓, 그리고 자기 이해

by 시절청춘

우리는 살아가면서 셀 수 없이 많은 '진실'과 '거짓'을 마주하게 된다. 때로는 다른 이의 진실을 탐색하고, 때로는 나 자신의 진실에 의문을 제기하기도 한다.

"나는 절대 거짓을 말하지 않는다. 오직 진실만을 말할 뿐이다"라고 단언하는 사람조차 과연 온전히 진실만을 말할 수 있을까?


'착한 사람 콤플렉스'에 대한 글에서 나 자신을 '거짓말을 못 하는 사람'이라 칭했지만, 이 말이 과연 진실인지 아닌지 스스로에게 되묻곤 한다.



사람의 마음은 마치 가늠하기 어려운 깊은 바다와 같아서 그 누구도, 심지어 본인조차 그 깊이를 완전히 이해하기 힘들다.


나 역시도 때때로 내 마음의 복잡함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해 혼란스러울 때가 많다.


아무리 고민해도 답을 찾지 못하고, 겉으로 보이는 행동이나 표현이 내면의 감정과 전혀 다를 때도 있다.


어쩌면 자신을 잘 모르겠다고 말하는 것 자체가 스스로의 마음을 받아들이지 못하거나 감출 수 없는 비밀이 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혹은 그저 '좋은 사람'이라는 이미지를 유지하기 위한 방어기제일 수도 있다.



우리는 흔히 대인관계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타인의 마음을 알 수 없으니 조심하라는 조언을 주고받곤 한다.


그러나 사실 다른 사람의 마음을 이해하지 못해 힘들어하기보다는, 정작 나 자신의 마음을 제대로 알지 못해 어려움을 겪고 있을지도 모른다.


타인을 이해하기에 앞서, 무엇보다 먼저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아야 하는 이유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자기 자신에게 거짓말을 하지 않는 것입니다. 스스로를 속이고 그 거짓말을 듣는 사람은 결국 자기 내면의 진실도, 자기 주변의 진실도 구분할 수 없게 되어, 자신에 대한 존중과 타인에 대한 존중을 모두 잃어버립니다. 그리고 존중이 없어지면 사랑할 수 없게 됩니다."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 - 표도르 도스토옙스키>



사람들은 종종 자신을 포장하거나 남들 앞에서 위축되지 않기 위해 약간의 허세와 인위적인 행동을 보이기도 한다.


물론 그렇지 않은 사람들도 있겠지만, 대부분은 은연중에 자신의 재력, 학력, 권력 등을 과시하곤 한다.


만약 이러한 것들이 진실이 아니라면 과연 어떤 모습을 보일까?


'리플리 증후군'을 다룬 영화나 드라마처럼, 거짓말은 또 다른 거짓말을 낳아 결국 삶 전체를 허구로 채우게 만들 수 있다.



자신을 속이기 시작하면 결국 모든 이를 속이게 된다.


스스로에게 최면을 걸어 거짓된 삶을 진실인 양 만들어 가면서, 점점 그 거짓의 범위는 넓어져 어디까지가 진정한 자신인지 구분할 수 없게 된다.


더 나아가 타인 역시 자신처럼 거짓으로 살고 있을 거라는 의심을 품게 될 것이다.


아무리 진심 어리고 솔직한 모습을 보여도 의심의 눈으로 바라보게 되고, 결국 모든 사람이 진실 없는 가식적인 모습으로만 존재한다고 믿게 될 것이다.


이는 멸시와 불신으로 이어져 상대에 대한 존중, 배려, 진심마저 사라지게 만들며, 심지어 사랑의 감정조차 의심하게 만든다.


결국 스스로가 돌이킬 수 없는 지점을 넘어섰음을 깨닫게 되겠지만, 이미 늦은 후회에 빠지게 되는 것이다.



주변을 둘러보면 직장에서는 힘든 삶을 사는 듯 보이다가도 SNS에서는 화려한 삶을 과시하는 사람들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현실과는 정반대의 모습을 보여주는 이들이 많다는 것이다.


물론 현실에서 이루지 못한 것에 대한 동경이나 스트레스 해소의 방편일 수도 있다.


그러나 무언가를 얻으려는 의도로 하는 행위라면 타인에게 피해를 주는 결과로 이어지게 되어, 한편으로는 안타까운 마음이 들기도 한다.



이러한 현상들은 결국 자신을 사랑하지 못하는 데서 비롯되는 것은 아닐까? 스스로를 진정으로 사랑한다면 굳이 거짓으로 포장하거나 속일 필요가 없을 것이다.


인간관계에서 감정을 숨기는 것이 불가피하다고 하더라도, 그 이상으로 자신을 속이는 일은 없어야 한다.


진정한 자신을 마주하고 사랑하는 것이야말로 삶의 불필요한 가식을 걷어내고, 타인과의 관계에서도 진실된 연결을 맺을 수 있는 첫걸음이 아닐까?


과연 나는 스스로에게 얼마나 정직할 수 있을까?




자신에게 정직해야만 사랑을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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