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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과 나의 만남, 그리고 에세이

11. 사랑, 소유와 집착에 대한 단상

by 시절청춘

오늘의 글은 어쩌면 고지식한 사람의 표현인 듯한 느낌을 받게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사랑이 시작되면 세상은 마치 다채로운 색채로 물들듯이 변화하게 될 것 같다.


일상은 이전과는 비교할 수 없는 충만함으로 가득 차올라, 모든 순간이 특별한 의미를 더해갈 것이다.


하지만 이 황홀경 속에는 예측할 수 없는 복잡한 감정의 소용돌이가 함께한다.


대부분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면 자연스럽게 그 사람만을 위한 특별한 존재가 되고 싶어 한다.


대부분의 연인들이 상대방은 자신 외의 다른 이성과 친밀한 관계를 맺는 것을 불편해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깊이 신뢰한다 해도, 혹시 모를 불안감은 다른 이성과의 만남 자체를 꺼리게 만든다.



이는 단순히 신뢰의 문제라기보다, '사랑한다면 오직 우리 둘만이 서로를 사랑해야 한다'는 은연중의 바람 때문인 경우가 많다.


아마도 수많은 연인들이 겪는 사랑싸움의 이면에는 서로를 의심하고 다투는 모습이 자주 존재할 것이다.


'남사친', '여사친'이라는 표현이 이성 간에 종종 등장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당사자들의 시선일 뿐, 사랑하는 연인이나 제삼자의 눈에는 전혀 다르게 비칠 수 있다.


물론 타인의 시선을 개의치 않고 '나만 아니면 된다'는 식의 태도를 고수한다면 상관없을 수도 있다.

게다가 남녀 간에도 진정한 우정이 존재할 수도 있다.


하지만 사랑하는 사람이 그러한 관계를 불편해한다면 어떤 결과가 초래될까?


결국 제삼자로 인해 연인 간의 감정이 상하게 되고, 깊은 갈등의 씨앗이 될 수밖에 없다.


물론, 서로가 너그럽거나 상대방에 대한 깊은 감정이 부족하다면 질투 또한 생겨나지 않아 대수롭지 않게 넘어갈 수도 있을 것이다.



오늘 마주한 괴테의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의 한 구절은 사랑하는 사람을 '나의 소유물'로 여기는 태도에 대해 깊이 생각하게 했다.


"때로는 다른 누군가가 그녀를 사랑할 수 있다는 사실을, 누군가가 그녀를 사랑하는 일이 허용된다는 사실을 도저히 이해할 수 없네. 내가 이토록 그녀를 너무나도 완벽하게, 강렬하게, 온전히 사랑하는데, 나는 오로지 그녀 외에는 아무것도 알지 못하고, 이해하지 못하고, 오로지 그녀 말고는 가진 것도 없는데!"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 요한 볼프강 폰 괴테>



이 구절을 읽으며, 마치 자신만이 그녀를 사랑할 수 있는 유일한 존재인 양, 그 누구도 그녀에게 사랑이나 호감을 가져서는 안 된다는 발상이 사랑이 아닌 집착에 가깝다고 느꼈다.


사랑하는 한 사람에게 진심을 다하고, 자신의 모든 것을 주어도 아깝지 않다고 느끼는 마음은 분명 아름다운 것이다.


그러나 사랑하는 사람을 자신만의 소유물로 여기는 것은 명백한 착각이자 잘못된 생각일 것이다.


상대방을 자신만의 소유물로 간주하는 순간, 그 관계는 사랑이 아닌 집착으로 변질될 수밖에 없다.



내가 사랑하는 만큼 다른 사람들도 그 사람을 사랑할 수 있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


단지, 내가 사랑하는 사람과 서로 사랑하고 있다면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


문제는 타인의 감정 때문에 내 사람을 의심하는 순간 시작된다.

그 순간 서로의 신뢰는 깨지고, 불행의 시작이 되는 의심의 싹이 트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진정으로 사랑한다면 서로를 믿고 존중해주어야 한다. 그리고, 집착도 문제이지만 오해를 만드는 행동도 만들지 말아야 할 것이다.


말로는 참 쉬운 이 명제가 실제 삶에서 실현하기란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는 아마도 모두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사랑은 감정의 깊이만큼이나 이성과 신뢰의 견고함이 요구되는 복잡한 관계임을 새삼 깨닫게 된다.


이 글을 쓰는 나 또한, 실제로는 소유와 사랑의 감정이 헷갈릴 수 있음을 고민해 본다.


사랑의 감정에 다소 서툰 사람이다 보니, 나 스스로 정답을 찾지 못한 채 계속 고민하게 만들고 있다.




아무것도 모르면 아무 일도 없는 것처럼, 불필요한 걱정이나 오해를 만들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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