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바다 위 배처럼 흔들리는 마음

by 시절청춘

거센 폭풍우를 간신히 버티며 항구에 도착한 배는 겉으로 보기에는 멀쩡해 보였다.


하지만 실제로는 닻이 고장 나 있고, 돛대는 부서졌으며, 엔진에는 바닷물이 스며들어 있었다.


방향키도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상태였다.


한마디로, 더 이상 정상 운항은 불가능해 보였다.



그러나 배는 멈춰 있을 수 없다.


움직여야만 가족을 먹여 살릴 양식을 가져올 수 있기 때문이다.


선장은 급히 망가진 부분을 대강 고치고 다시 바다로 나섰다.


겉으로는 멀쩡해 보였고, 엔진도 그럭저럭 돌아갔다.


가끔 문제가 생기긴 했지만 운항 자체는 가능했다.



그렇게 억지로 운항을 이어가며 조금씩 수리를 해나가다 보니, 배는 어느 정도 정상화되는 듯 보였다.


하지만 실상은 달랐다.


언제 멈출지 모르는 엔진, 고장 난 경보 장치, 불안정한 조타장치….


바다 한가운데에서 멈춰 서더라도 전혀 이상하지 않을 만큼 위험한 상태였음에도 불구하고, 선장은 계속해서 배를 몰았다.


다른 선택지가 없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배는 이미 스스로 멈추고 싶어 했다.


하지만 말을 할 수 없기에, 선장과 선원들, 그리고 그들의 가족을 위해 침묵한 채 오늘도 바다로 나아갔다.


그러다 침몰할지도 모른다는 불안함 속에서.



이 고장 난 배의 모습은 어쩌면 우리의 모습과 닮아 있지 않을까?


멈춰야 한다는 걸 알면서도, 어쩔 수 없이 계속 나아가는 삶.


마음의 고민과 불안 속에서도 쉬지 못하고 억지로 버텨가는 모습.


나의 마음일 수도 있고, 너의 마음일 수도 있다.



생각은 종종 현실처럼 우리를 지배한다.


그릇된 판단이 나 자신을 힘들게 하고, 때로는 타인에게도 상처를 남긴다.


그러니 무모한 운항을 계속하는 배가 되지 말고, 잠시 멈춰 서서 정비를 받아야 한다.


괜한 무리 끝에 바다 한가운데에서 침몰하지 않도록.



현명한 삶은 무작정 앞으로 가는 것이 아니라, 멈추어 점검하는 데서 시작된다.



#마음에세이 #삶의비유 #멈춤의지혜 #고장난배 #자기성찰 #에세이 #마음은청춘




[커버 이미지 출처] Carat 생성 (구글 이마젠)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