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는 나를 드러내는 것
글쓰기를 시작한 후, 요즘 들어 가끔 이런 생각을 해봅니다.
“혹시 글쓰기를 하면서, 너무 적나라하게 나를 드러내고 있는 건 아닐까?”
SNS에서 저를 모르는 이웃분들은 제가 올린 글만으로 저라는 사람을 상상하겠지요.
그건 괜찮습니다.
저도 다른 분들의 글을 읽으며 그분들의 이미지를 상상하니까요.
하지만 가끔, 저를 아는 사람들이 제 글을 보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면 문득 부끄러워질 때가 있습니다.
‘저 사람, 왜 저런 글을 쓰는 걸까?’
‘무슨 일이 있나?’
‘저런 면도 있었어?’
이런 생각이라도 하진 않을까 괜히 마음이 조심스러워집니다.
그래서인지 글을 쓰다 보면 저도 모르게 스스로를 검열하거나 감정을 살짝 감추려는 버릇이 생겼습니다.
어쩌면 글쓰기를 통해 제 안의 약한 부분들을 조금씩 드러내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물론, 제 글을 정말 읽는 사람이 있는지조차 확신할 수 없습니다.
그런데도 저는 이런 상상을 하며 혼자 웃곤 합니다.
참 상상력이 풍부한 사람이죠.
저는 원래 이런 ‘상상의 나래’를 펴는 일을 좋아합니다.
어쩌면 주인공이 되고 싶은 마음도 조금은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생긴 건 “지나가는 사람 1” 역할이 더 어울리는데 말이지요.
사실 제 아내는,
제가 블로그에 글을 쓰고 자작시를 매일 쓴다는 사실을 몰랐습니다.
한 번은 봄에 산불로 인해 비를 기다리며 쓴 시 '간절한 기다림'을 아내가 읽은 적이 있었습니다.
그 시를 블로그 이웃인 ‘씨엘날다’님이 캘리그래피로 써주셔서 배경에 올린 적이 있었는데, 그때 아내가 이렇게 말했습니다.
“집 나간 마누라를 기다리는 시예요?”
비를 기다리던 간절한 마음이 그 한마디에 와르르 무너져 내렸습니다.
그날 이 이후로는 아내에게 제 시 이야기를 꺼내지 않았습니다.
얼마 전에는 전자책을 한 번 출간해 볼까 생각했습니다.
초고도 완성했지만, 검토를 부탁할 사람이 없었습니다.
아내에게 보여주기에는 부끄럽고, 다른 사람에게 부탁하자니 벌거벗은 제 속살을 그대로 드러내는 듯한 기분이었습니다.
결국 그 글은 지금도 서랍 속에 고이 잠들어 있습니다.
언젠가 빛을 볼 날이 오겠지요.
그 믿음 하나로 간직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어제, 드디어 용기를 내어 아내에게 제 자작시 몇 편을 보여줬습니다.
반응은... 예상대로였습니다.
“너무 옛날 사람 감성 같아요.” 그러고는
“지인들한테는 보여주지는 못할 것 같아요.”
그 말을 듣는 순간, 속으로 다짐했습니다.
다시는 보여주지 않을 겁니다.
그럼에도 저는 브런치에 계속 글을 쓸 것입니다.
얼굴에 철판을 딱 깔고요.
조금 유치해도, 조금 엉뚱해도, 그냥 써 내려갈 것입니다.
혹시 압니까?
언젠가 아내가, 그리고 저를 아는 지인들이 제 글을 자랑스러워할지도 모르지요.
그 상상만으로도 저는 이미 충분히 행복합니다.
오늘도 저는 얼굴에 철판을 깔아 두고 그 위에서, 조용히 시와 글을 쓰고 있습니다.
글을 쓴다는 것은, 세상에 나를 조금씩 드러내어주는 용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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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 이미지 출처] Carat 생성 (나노 바나나)